진각청년 보컬밴드 JnB

道伴의 향기

2004년 창단 후 100여 명 거쳐 가
노래하나로 청년불자 한데 뭉쳐
체계적 교육 아래 음성공양봉사
대중적 접근 위해 주류 문화 탈피

노래 외에도 신행생활은 기본
버스킹·풍경소리 앨범 녹음 등
전법활동에도 열정 가득 쏟아내
타종교와의 교류도 꿈꿔 봐요

▲ 2004년 8월 창단한 JnB. 창단 이후 현재까지 100여 명의 단원을 배출했다. 20~30대 청년불자로 구성된 JnB는 군법당·복지관·교도소 등에서 음성공양 봉사를 하며 부처님 가르침을 널리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불교가 좋아 신행생활을 이어오던 20대 청년불자들이 노래라는 공통적인 취미 아래 뭉쳤다. 사찰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동호회가 합창단이었지만 대부분 40~60대로 구성돼 있어 젊은이들이 다가가기에는 낯설었고, 당시의 찬불가 역시 중장년층 기호에 맞춰진 것들이 많아 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연령대가 맞는 청년회마저도 세대별 친목위주로 운영돼 개인적인 취미를 함께하기 어려웠던 터라 노래를 사랑한 청년불자들은 결국 뜻을 모아 진각청년 보컬밴드 ‘JnB(Jin-gak New buddhist vocal Band)’를 만들었다.

창단 후 첫 무대는 논산 육군훈련소 법당이었다. JnB 단원들은 처음부터 기존 사찰합창단과는 다른 젊은 감각으로 노래하자는 목표로 모였기에 대중가요나 대중음악형태의 찬불가를 주로 선보였다. 게다가 20대 초중반 남녀들로 구성돼 있어 장병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이후로 JnB는 매년 10여회가 넘는 기획·초청공연과 위문공연을 펼쳐오고 있다.

대중음악 형태의 찬불가 선보여
2004822일 결성된 JnB. 현재 진각종 서울교구의 문화신행단체이자 청년예술단체로서 청년불자들의 기호에 맞는 새로운 음악 만들기와 대중포교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노래동호회.

물론 JnB 이전에 에밀레등의 몇몇 노래동아리가 있었으나 전문지도자가 없어 오래가지 못하고 없어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노래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의 열정을 체계적으로 이끌어주지 못한 게 주된 원인이었다. 그래서 JnB 창단멤버들은 기존 노래동아리들의 실패사례를 참고하고, 불교음악중창단 LMB 싱어즈(Love Music Buddhism singers) 김양희 소프라노의 도움을 받아 성장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JnB를 거쳐 간 단원만 100여 명이다. 현역단원도 20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사실 노래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청년불자들이 모였지만 3~4년 정도는 많이 고생했습니다. 심지어 2기 단원은 두 명밖에 받지 못해서 걱정도 많았고요. 그래서 다른 동아리보다 더욱 체계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음악적 장르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고, 과감하게 합창 위주의 패턴을 벗어나 대중적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덕분에 JnB 이름을 많이 알릴 수 있었고, 최근에는 진선여중 댄스동아리나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밴드와 협연도 했습니다.”

단원으로 활동을 시작해 현재 지도를 맡고 있는 법정 구장현 지휘자는 JnB의 산 증인이다. 그는 단체의 성장 배경을 체계적 교육으로 꼽았다. 전문단체는 아니기에 가볍게 시작했지만 누군가에게 공연을 보여줘야 하는 입장에서 대충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13년째 꾸준한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JnB 단원 자격은 20~40세 정도의 불자이지만 20대 단원이 가장 많을 정도로 젊은 편이다. 7기 단원으로 현재 단장을 맡고 있는 오미연 씨가 30대 초반임을 감안하면 불교계에서는 보기 드문 젊은 동호회다. 그렇다면 단원들은 JnB를 어떻게 알고 가입하게 된 걸까?

김도엽 총무(29)지방에서 절을 다니다 회당문화축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다. 행사가 끝나고 뒤풀이 때 JnB 단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마치 절집 성가대같은 느낌이 독특했다그 인연으로 자성학교 보조교사로 활동하고,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정식단원으로 활동하게 됐다고 밝혔다.

올해 새로 입단한 이종윤 단원(20)고등학생 때 비로자나청소년협회 선지식캠프에 참여했다가 JnB를 알게 됐다. 평소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 상경하게 된 뒤 입단했다모든 단원들이 열정을 갖고 활동하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개인적으로 오래오래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 2014년 열린 JnB콘서트 현장 모습.

봉사하는 마음으로 음성공양
앞서 밝힌 것처럼 JnB의 운영은 매우 체계적이다. 우선 입단을 위한 오디션은 공중파 방송의 그것과 같은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심인당 강당에서 최고의 음향시설을 갖춰놓고 실제 가수 무대처럼 꾸민 뒤 오디션을 진행한다. 엄격한 심사를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노래를 준비하는 이의 마음과 과정을 존중해주는 것이다. 오디션 전에 입단희망자에게 겁을 주긴 하지만 사실 입단에 노래실력은 중요치 않은 요소다.

오디션을 마치고 정식으로 입단하면 기존 단원과 멘토·멘티를 정한다. 선배인 멘토들은 신입단원들의 곡 선정과 가이드 등을 도우며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버팀목 역할을 맡는다. 그래서 단원들은 각 기수별로 나뉘지만 서로 존중하는 도반이기에 유대관계 역시 상당히 끈끈하다. 아울러 구장현 지휘자는 주중에 단원들의 개인 연습을, 주말에 중창 연습을 지도하고 있다. 단원들보다 더 큰 지도자의 열정이 돋보인다.

구장현 지휘자는 신입단원은 입단 후 한 달간 따로 연습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각자에게 맞는 음역대와 음색을 알아보고, 모두 어우러질 수 있는 곡을 찾는다프로 가수처럼 만들어 줄 수는 없어도 한 곡만큼은 가수처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지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JnB는 많은 공연을 하는 단체이지만 기본적으로 봉사단체성격이 짙다. 그래서 공연을 할 때도 소정의 수고비 외에 공연비 명목의 돈을 받지 않는다. 주로 회비와 종단 지원으로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자체적으로 공연 장비를 마련하고, 군법당이나 복지관, 종립학교 등에서 다양한 음성공양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마음 씀씀이 덕분일까. 많진 않지만 이제는 조금씩 팬도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오미연 단장(33)단원들의 노래실력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게다가 JnB의 활동을 단순한 노래 이상으로 바라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점차 폭 넓은 활동을 하게 되면서 단원들의 신심과 소신이 더욱 깊어질 수 있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JnB의 특색은 봉사 외에도 노래와 함께 신행을 기본 바탕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자칫 노래에만 집중해 신행활동이 소홀해지지 않도록 한다. 부처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는 불자들이기에 아무리 바쁘더라도 틈틈이 신행생활을 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교리가 청년불자들의 생활 속에 자리 잡지 못하면 노래는 단순한 소리로 전락하고 말기 때문이다. 이 같은 꾸준한 신행 덕분에 청년불자들은 노래를 연습하면서 교리를 학습하기도 한다.

구장현 지휘자는 노래를 통해 솔로파트를 연습하면 자기성찰을 배우고, 중창을 연습하면 인연을 배운다. 세상 모든 것이 다 연결돼 있다는 연기법을 노래연습에서 느끼는 일이 많다자기만 잘하고 돋보이려는 친구들도 이곳에서 겪는 대인관계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배워간다고 설명했다.

▲ 여의나루역 광장서 버스킹하고 있는 JnB.

갇힌 신행서 벗어나 전법
JnB는 창단 후 지속적으로 다른 음악단체와의 교류를 위해 노력해왔다. 폭 넓은 전법을 펼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불교계에는 인프라가 적었고, 타종교와는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았다. 불교계에는 그나마 조계사 소리마루합창단이나 청량사 어린이·청소년밴드가 있었지만 JnB 단원들과는 연령대 차이가 컸다.

김도엽 총무는 불교계에 JnB와 비슷한 단체가 없다. 비록 나이 차이는 있어도 소리마루합창단이나 청량사 밴드와 연합공연 등을 하기 위해 알아봤지만 서로 스케줄이 맞지 않아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JnB는 길거리에서 다양한 버스킹 공연을 하고, 몇몇 단원은 좋은벗풍경소리 앨범에 보컬로 참여하는 등 전법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단원들에게는 자신감을 불어넣는 좋은 연습이 되고, 더 넓게는 많은 단체 혹은 타종교와의 음악적 교류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구장현 지휘자는 “JnB와 같은 단체들은 포교 연구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대사회적으로 소통하고 구성원들이 만족하는 신행조직이 보다 많이 구현되길 바란다면서 불교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법이기 때문에 전법하지 않는 불교는 죽은 불교라고 생각한다. 문화시대에 교리를 잘 구현할 수 있는 단체가 늘어나고, 잘 이끌어주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마음가짐에서 JnB부처님 말씀을 담은 음악을 만드는 게 목표다. 아직까지 작곡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연등회나 좋은벗풍경소리가 발표하는 곡을 주로 사용해왔지만 앞으로는 주도적으로 곡을 만들어낼 계획이다. 또한 SNS를 통해 노래실력뿐만 아니라 연습하는 과정을 알려 새로운 신행조직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힘을 쏟을 예정이다. 이런 일환으로 오는 42일 홍대 스테이라운지서 JnB 콘서트도 개최한다. 여기에는 그동안 노력해온 음성포교 활동을 재조명하고, 다양한 단체와 협연을 하면서 청년불교음악 축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도 담았다.

오미연 단장은 “JnB를 통해 단순히 노래하고 공연하는 것을 넘어 음성포교활동의 진정한 의미를 찾게 됐다. 이번 콘서트는 지금까지 해왔던 여느 공연보다 가장 수준 높은 행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앞으로도 꾸준히 단원과 관객 모두 화합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젊음이 아름다운 이유는 무한한 가능성과 끝없는 도전을 꿈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던가. 그렇기에 젊은이만이 범할 수 있는 가장 큰 죄악은 평범해지는 것이라고. 새로운 도전과 포기를 모르는 젊은 열정은 오늘도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사자후로 거듭나기 위해 탁마에 힘쓴다.

▲ 2년마다 열리는 JnB콘서트는 많은 불자들이 기다리는 문화포교 현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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