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탁 서울대 교수

3월 화요열린강좌… 주제 ‘인공지능과 사람…’

인공지능 알파고와 프로기사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로 인공지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일각에서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반기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을 표하기도 한다. 우리 삶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온 인공지능. 인류에 해일까 득일까. 인공지능 전문가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315일 열린 대한불교진흥원 3월 화요열린강좌에서 인공지능과 사람은 서로 협조관계에 있다. 현재는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이 많다추후 인공지능에 대한 도덕윤리 연구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리=윤호섭 기자

 

▲ 장병탁 교수는… 서울대 공과대학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를 마쳤으며, 독일 본(Bonn)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국립전산학연구소(GMD) 선임연구원을 지내고, 현재 서울대 공과대학 컴퓨터공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인공지능 학습능력 갖춰 성장
방대한 데이터 분석 뛰어나
과학기술 발전 환영하면서
인류 대체 우려도 두드러져

가정용 로봇 연구 확대되며
인간에 대한 연구도 발전
인류 도움되는 AI가 다수
어떻게 쓸지 함께 고민해야

 

인간과 기계의 대결
최근 인공지능 알파고와 프로기사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이 세간의 화제가 됐습니다. 바둑만큼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을 수 없다고 믿어왔는데 이번 대결로 그렇지 않다는 인식이 많이 확산된 것 같습니다. 이를 두고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게 되진 않을까 우려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인공지능과 사람은 서로 협조관계에 있다고 설명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함께 의사소통하면서 도움을 주는 관계 말이죠.

인간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100년 정도 전부터입니다. 인간이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절차 등을 연구하는 것을 인지과학이라고 부릅니다. 바로 인공지능도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연구가 이어집니다. 알파고 역시 이런 연구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연구 초기에는 연구자들이 사람의 마음을 중요시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마음이 뇌에서 나온다는 걸 알고 뇌 연구가 활발해졌습니다. 이후에는 뇌만 중요한 게 아니고 뇌와 몸은 하나라는 관점으로 변화됐습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알파고는 바둑을 위해 계산을 많이 하지만 결국 그 돌은 사람이 놔준다는 점에서 반쪽짜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몸이 없기 때문이죠.

인공지능은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기계입니다. 30년 전부터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최근의 바둑대결이 있기 20년 전, 체스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이 인간 챔피언을 이겼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넓어지지 않았는데 이제 다시 관심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은행에 돈을 맡기고 투자하면 그 자본을 불려주는 분석을 하는 인공지능이 생겼습니다. 영국 은행에 로봇이 고객을 상담한다는 보도도 있었죠. 인공지능이 이런 부분에 강점을 갖는 것은 엄청 많은 데이터를 사람은 눈으로 보고 판단해야 하지만 기계는 금방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알파고가 바둑에서 어느 쪽에 투자하는 게 효율적인지 잘 아는 것과 같습니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학습까지 하게 됐죠. 바둑 챔피언들이 둔 바둑기보를 보고 알파고 성능이 올라가는 것처럼 증권가 인공지능은 펀드매니저들의 의사결정을 보고 학습해 성능이 올라갑니다.

인공지능은 사람과 닮은 로봇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인해 인간 대 기계의 대결이 종종 펼쳐졌습니다. 체스대결 이후 지금으로부터 5년 전에는 IBM이 만든 인공지능 왓슨(Watson)이 제퍼디 퀴즈쇼에서 챔피언들을 가볍게 승리해 화제가 됐습니다. 이제는 바둑의 세계까지 들어왔고요. 그만큼 인공지능 기술에 있어 학습은 아주 중요합니다. 인공지능을 프로그래밍 할 때 기존에는 연구자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넣어줘야 했지만 이제는 다른 정보까지 넣으면 직접 공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실제 공을 차는 로봇 시연이 있었습니다. 이 로봇의 학습원리는 시행착오인데요. 골대와 키퍼를 세워놓고 로봇이 공을 찼을 때 공이 들어가면 상점을 입력하고, 공을 넣지 못했을 때는 벌점을 줬습니다. 로봇은 공을 계속 차면서 상점을 얻을 수 있는 방향을 찾아갑니다. 이런 학습은 앞서 말씀드린 알파고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수 둬보고 결과적으로 진다면 그 부분을 피하도록 하고, 이긴다면 다음에 그 수를 더 두도록 하는 것이죠. 계속 이기는 쪽으로 흐르도록 학습하는 겁니다. 이게 옛 인공지능과 현 인공지능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 소프트뱅크 인공지능 로봇 페퍼(Pepper)

도우미로서의 로봇
지금까지는 학습하고 인간과 대결하는 인공지능을 주로 설명해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로 인해 경우에 따라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는 목소리가 나오곤 합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 걱정해야만 할 일은 아닙니다. 도우미로서의 로봇이 훨씬 우리 삶과 가깝기 때문입니다. 구글 무인자동차나 애플의 시리(Siri)는 이미 잘 알려져 있죠. 벌써 몇 년 전 얘기일 정도입니다. 사람을 대신해 목적지까지 운전을 하고, 비서처럼 예약을 도와주거나 일기예보를 알려주는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인공지능이 있습니다.

또 얼마 전에는 호텔에서 심부름을 하는 로봇이 개발됐습니다. 사비오크(Savioke)에서 개발한 로봇 릴레이(Relay)인데, 예를 들어 칫솔을 특정 방에 갖다 주도록 입력하면 직접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해 전달합니다. 방에 도착하면 전화를 걸어 알려주고요. 인사도 잘합니다. 바둑 잘 두는 것보다 훨씬 유용하지 않나요?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인간을 연구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떻게 의사소통하고 표정을 짓는지, 더 나아가 뇌신호와 제스처까지. 단순한 지능을 넘어 사회성에 대한 연구도 이어집니다.

1990년대 MIT에서 개발한 키스멧(Kismet)은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사람의 말에 반응합니다. 눈과 눈썹, , , 턱 등이 각각 움직이면서 표정을 만들어내죠. 사람의 말에 따라 즐겁거나 슬픈 표정을 짓습니다.

2002년에 등장한 레오나르도(Leonardo)는 우선 귀엽게 생겼습니다. ‘그렘린을 연상케 하는데요. 키스멧이 그냥 로봇 같다면 레오나르도는 인형 같습니다. 눈에 카메라가 달려 있고 사람의 얼굴을 감지합니다. 그래서 더 정교하게 감정을 읽고 반응합니다.

이런 연구가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개인 서비스 로봇도 등장했습니다. 이름은 지보(Jibo)입니다. 책상 위에 올려둘 수 있는 가전제품 같은 로봇인데요. 요리하면서 손을 쓸 수 없을 때 문자를 받아준다든가, 가족들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동화책도 읽어줍니다. 물론 식당예약도 하고, 애인이 전화했던 것도 받아둡니다. 가격은 60만원 정도인데 미리 예약을 받고 있죠. 아마 올해 내에 출시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은 소프트뱅크의 페퍼(Pepper)입니다. 손님을 안내하는 로봇인데요. 생김새도 사람과 비슷합니다. 알파고의 통신망이 미국에 있는 본체에 연결돼 바둑계산을 하듯이 페퍼 또한 무선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사람과 대화도 하죠. 국내에도 곧 들어올 전망입니다.

그리고 서울대에서는 뽀로로봇(Pororobot)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뽀로로 만화영화를 로봇이 공부하고 아이와 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특히 뽀로로 만화영화 영어버전을 공부해 아이들의 영어공부에 도움이 되도록 방향을 맞췄습니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우리들의 실생활에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 호텔 심부름을 하는 릴레이(Relay)
인공지능 전망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전망은 어떨까요. 미래를 예상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영화입니다.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자비스(JARVIS)는 전투나 비행 등에도 도움을 주지만 비서나 집사 역할도 수행합니다.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Her’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남자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2012년 개봉한 로봇&프랭크는 노인과 로봇의 교감이 이뤄집니다. 물론 이와 반대로 인공지능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보여주는 영화도 많습니다. 2001년 개봉한 ‘HAL’에는 우주선에 문제가 생겨 탑승자가 나가려 하지만 인공지능이 문을 열어주지 않는 모습이 나옵니다. 자신을 두고 갈 수 없다며 반항하는 것이죠.

물론 이 같은 일은 과학 픽션이고 미래에 올지 안 올지, 혹은 수백 년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긴 합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인공지능이 현재로써는 분명 유용하고 산업적으로도 중요하다는 겁니다. 인공지능 연구가 계속 이어지면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윤리도덕 등에 대한 연구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와 관련해 스티븐 호킹은 최근 인공지능을 너무 많이 발전시킬 경우 인류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전기자동차로 유명한 테슬라모터스 CEO 앨런 머스크는 안전한 AI를 개발해달라며 MIT100억 원을 기부했습니다. 심지어 지난해 연말에는 인공지능이 특정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돼 위험해지거나 불평등이 팽배한 사회가 될 수 있다며 1조원을 들여 여러 사람들과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회사 이름은 ‘Open AI’입니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기술을 공평하게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들어온 인공지능.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이 끝나고 어느새 인터넷 댓글은 알파고를 사람 대하는 것처럼 바뀌었습니다. 좋은 논의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둑대결에서 사람이라면 절대 두지 않을 곳에 돌을 뒀다고 해설자들은 말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인공지능이 이겼죠. 이걸 두고 사람들은 계산된 수라고 해석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불분명합니다. 마치 의도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람의 해석이니까요. 이런 얘기를 어느 철학자에게 했더니 이렇게 답하더군요. “사람도 그러고 있는 것 아닌가?” 어쩌면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이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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