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소통법 ③

아무리 소통 중요해도
잘못된 표현은 경계해야
무심결에 범하기 쉬워
긍정존중하며 표현할 것

 

표현에도 공식이 있다. 아무리 소통이 중요하지만 잘못된 표현은 오히려 안하느니만 못하기 때문이다. 악성표현이 그것이다.

악성표현의 예는 수없이 많다. 불필요한 말을 계속 늘어놓는 수다형 표현, 말만하면 불평을 쏟아내는 불평형 표현, 거지처럼 계속 궁상만 떠는 궁상형 표현, 말하는 내내 자기자랑만 늘어놓은 자기과시형 표현 등 악성표현은 우리들 주변에 차고 넘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경계해야 할 악성표현은 5가지가 있다.

첫째, 사오정형 표현이다.

예를 들어 사오정1과 사오정2가 길거리에서 만났다고 치자. 사오정2에게 사오정1이 먼저 말을 건다.
사오정1: 사오정2, 너 목욕 가니?
사오정2: 아니, 나 목욕 가.
사오정1: , 그래. 난 네가 목욕 가는 줄 알고.
이런 식으로 상대방을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엉뚱한 말로 동문서답을 하는 것이다.

둘째, 한풀이 표현이다.

어떤 친구가 찾아와 내 남편이 맨날 이러저러해서 못살겠다고 1분 정도 하소연하자 , 많이 힘들겠구나라고 대꾸한 뒤 그런데 우리 남편은 어쩐 줄 알아?”라며 자기 남편 타령을 1020분 해버리는 경우다. 모처럼 친구를 찾아와 자기 속마음 좀 알아달라고 남편 타령을 좀 했는데 오히려 자기 한풀이를 더 해버리는 이 친구에게 그 친구는 다시는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을 것이다.

셋째, 충고형 표현이다. 대인관계를 맺으면서 우리들이 가장 많이 범하는 악성표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한 친구가 찾아와 시골에 사시는 우리 시어머니가 맨날 이러저러해 죽겠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자 위로는 못할망정 그런데 어쩔 것이냐. 네 시어머니가 너처럼 많이 배우기를 했냐, 도시 생활을 많이 하기를 했냐하면서 충고하는 것을 말한다. 이 세상에 충고받길 좋아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상대방이 원하기 전에는 절대로 충고를 해선 안 된다. 심리학자인 칼 로저스는 이와 관련해 충고는 인간의 주체성을 없앤다. 해답은 자기 자신이 이미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넷째, 일반화 표현이다.

예를 들어 우리 아들이 K대에 합격해 집안에 경사가 났다고 자랑 좀 하자 정말 축하한다면서도 그런데 말이지 아무개 딸도 K대 들어갔데. 아무개 아들도 K대 들어갔데라고 그 상황을 일반화시켜버리는 것을 말한다. 모처럼 친구들을 만나 아들자랑 좀 하고 싶었는데 너도 나도 그 대학에 들어갔다고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하니 그 친구는 당신을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다섯째는 비교 표현이다.

우리 아들이 K대에 합격해 집안에 경사가 났다고 하자 , 그랬니. 축하해라면서 그런데 말이지 아무개 딸은 S대 들어갔데라고 비교해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식의 표현은 사약 중에서도 사약이다. 아마 아들자랑 좀 했던 친구는 그런 식으로 비교 표현을 해버린 친구와는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이다.

이상 5가지 악성표현을 ‘5대 악성표현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경계해야 할 악성표현은 충고형 표현이다. 무심결에 우리들이 가장 범하기 쉬운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것 하나만 잘 지켜도 우리들의 대인관계는 평화와 행복이 넘치는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맺고 살 수 있다. 인간사 모든 문제는 어쩌면 이 같은 표현의 잘못에서 빚어진다고 할 수 있다. 또 표현을 잘하고 있다고 해도 그 표현의 질이 낮기 때문일 수 있다. 잘못된 표현은 부부간은 물론 부모와 자식, 나와 이웃 관계에 있어 반드시 고통과 전쟁(싸움)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웃는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 마디 미묘한 향이로다는 부처님 말씀도 그런 표현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슬픔은 나눌수록 적어지고 기쁨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속담도 표현의 효율성과 역동성을 이른 말이다.

사실 사는 것 자체가 다 표현이다. 말뿐만 아니라 우리들 표정, 몸짓 하나하나가 전부 내 삶의 발로다. 그러다보니 내 사소한 표현 하나가 12차 세계대전과 같은 큰 전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로또복권과 같은 큰 행운을 안겨다주기도 한다.

일례로 50여 년 전 모 대학 교수가 미국에서 개최된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했다가 어느 날 아침 대갑부가 된 이야기는 아직도 재벌들 사이에서 은밀히 회자되는 미담이다.

그 당시 국제학술회의 참석한 모 교수는 이슬람권에서 온 학자 한 명이 발표하는 논문을 다 듣고 난 뒤 그 학자에게 다가가 오늘 발제 논문 대단히 감동적이었습니다고 간단한 인사말을 건넸다. 그런데 귀국한 뒤 일주일 후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국제전화 한 통을 받았다. “, 모 교수님 되시지요. 저 기억하시겠습니까? 얼마 전에 국제학술회의장에서 제 논문이 감동적이었다고 칭찬해준 사람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교수 월급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 텐데 석유장사를 해볼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그 이슬람권 학자는 다름 아닌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였다. 진정한 인간관계는 이처럼 작지만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표현에서 형성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는 행복한 인간관계를 위해선 공감의 마술사가 되어야 한다면서 진정한 소통을 위해선 먼저 상대방을 이해하는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대방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 사람과 맞설 수도 있을 만큼 관심을 가져야 하며, 그럴 때에는 긍정적 에너지와 존중이 가득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표현의 방법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부와 부모 자식 간일수록 표현의 중요성은 더 크다. 가깝고 소중한 사이일수록 상대방의 마음을 더 알아주고 더 공감해주고 더 이해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삶의 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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