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에 들어가 가방과 옷을 아무렇게나 내려두고 방문을 열었다. 시원한 산 공기를 깊게 마셔본다. 냄새, 맛 등에 크게 민감하지 않지만 확실히 도시의 공기와는 다르다. 바람에 흔들리는 숲의 소리, 밤새 소리, 풀벌레 소리가 한꺼번에 들렸지만 각각의 소리가 분명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도 하고, 음악처럼 조화를 이루기도 한다.

언제나 이렇게 절집에서의 시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내 앞에 펼쳐든다. 오늘은 어떤 카드를 고를 것이냐고 느긋하게 달이 묻는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