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원효대사 해골물 일화
마음에 생각일어나는 것
오염에 본래청정 변치 않아

신라 때 원효 스님의 일화가 있다. 의상 스님과 함께 당나라에 가던 도중에 노숙을 하게 된 원효 스님은 한밤중에 잠을 자다 갈증이 일어나 잠에서 깼다. 어둠 속에서 물을 찾아 헤매다 마침 조그마한 웅덩이에 고인 물이 손끝에 감지되어 입을 대고 마셨다. 갈증을 해소하고 다시 잠을 잔 뒤 이튿날 깨어 길을 떠나려다 보니 어젯밤에 마셨던 웅덩이의 물은 해골에 썩어 고여 있는 물이었다. 갑자기 원효 스님은 속이 메스껍고 구토증세가 올라옴을 느꼈다. 그 순간 원효 스님의 뇌리에는 한 생각이 섬광처럼 번쩍하며 스쳤다. 해골 썩은 물이라는 사실을 안 탓으로 비위가 상한 것이었다. 모르고 지나쳤다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일인데 해골을 봄으로써 기분 좋지 않은 이것이 바로 마음의 장난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마음이 생기니 가지가지 법이 생기고 마음이 없어지니 가지가지 법이 없어지는구나. 삼계가 오직 마음일 뿐이요, 만법이 인식하는 생각에 좌우되도다. 마음 밖에 법이 없으니 어찌 달리 구할 것이 있겠는가? 나는 당나라에 갈 필요가 없다.”

이와 같이 독백한 원효 스님은 가던 길을 되돌아 신라로 돌아오고 말았다. “마음이 생기면 가지가지 법이 생기고 마음이 없어지면 가지가지 법이 없어진다는 말은 능가경에 설해져 있다. 기신론능가경의 내용과 관련된 것이 많다. 마음이 생긴다는 것은 마음에 생각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기신론에서는 의식을 설명하면서 상속식과 분리식을 말한다. 의식이 집착을 일으켜 사물에 대해 ()’내 것(我所)’이라는 생각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상속식이라 하고, 또 육근(六根-)이 육진(六塵-)을 대하여 경계를 분리시키면서 번뇌를 일으키므로 분리식(分離識)이라 하며, 안팎의 모든 사물의 양상을 분별하기 때문에 분별사식(分別事識)이라 한다. 또 의식은 견애번뇌(見愛煩惱)에 의해 증장되어 커진다.

견애번뇌란 견()은 지적(知的)인 것이고 애()는 정적(情的)인 것이다. 이론적인 면이나 실천적인 면에서 생기는 의심이나 오해 따위를 합쳐 견애번뇌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번뇌의 종류를 이치에 어두워 생기는 것을 견혹(見惑)이라 하고 행위의 측면에 어두워 생기는 것을 수혹(修惑)이라 한다.

이치를 바로 깨달아 가는 길인 견도(見道)와 윤리적 실천을 완성해 가는 수도(修道)의 단계를 구분하여 견도위(見道位)에서 끊는 번뇌를 견혹, 수도위(修道位)에서 끊는 번뇌를 수혹 또는 사혹(思惑)이라 하는데, 이지적(理知的)인 견혹은 끊기 쉬운 반면 감각적이고 육체적인 번뇌는 끊기 어렵다고 보았다. 예로부터 견혹은 돌을 깨듯이 단박에 끊을 수 있다’(頓斷如破石)고 하였고, 수혹은 헝클어진 실을 풀듯이 점점 끊는다’(漸斷如藕絲)고 하였다.

()은 원래 무명의 훈습(薰習)에 의하여 있게 된 것이다. 기신론본문에서 무명의 훈습에 의하여 일어난 식()은 범부로서는 알 수가 없으며 또한 이승들(성문(聲聞)연각(緣覺))의 지혜로도 깨닫지 못한다. 법신보살들이 처음 바른 믿음을 내고 발심하여 관찰해서 법신을 체험하더라도 조금밖에 알지 못하며 나아가 보살의 마지막 지위에 이른 이라도 다 알지는 못한다고 하였다. 무명의 훈습에 의하여 일어난 식은 최초의 본식인 아뢰야식을 말한다. 이 식은 가장 미세한 가운데 미세한 것(細中細)으로 부처님만이 능히 끊는 것이라 하였다. 마음의 본체 각()은 불가사의하다. 맑고 깨끗하면서도 때로는 물들어져 오염이 되고 고요하면서도 동시에 움직여지는 것이다. 이러한 염()()()()은 상대적인 별개의 상태지만 결코 개체적으로 분리되는 별개의 것이 아닌 비일비이(非一非異)이므로 알기 어렵다. 마음의 자체성품은 본래 청정하지만 무명이 있기에 무명에 오염되어 오염된 마음이 있게 된다. 비록 오염된 마음이 있으나 본래의 청정함은 변하지 않는다. 이 이치를 부처님만이 안다고 하였다. 다시 미혹의 근원을 설명하면서 전일적인 한 법계를 통달하지 못하므로 본래 그대로의 참 마음과 상응하지 못해 홀연히 망념이 일어난 것을 무명이라 한다고 하여 무명의 정의를 다시 생각이 일어난 것’(念起)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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