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법빠리사 108 선지식 구도순례
② 조계종 상원사 용문선원장 의정 스님

한파 지나 만난 도반들과 함께
선지식 의정 스님 친견·구도행
철야정진하며 참선수행에 매진

의정 스님, 수행·실천 모두 강조
“수행과 자비실천 병행이 中道
봉암사에 국제선센터 건립할 것”

정법빠리사 회원들이 상원사 용문선원 시민선방에서 선감 보석 스님의 지도하에 수행 정진하고 있다.
〈금강경〉에 ‘유지계수복자(有持戒修福者)’라는 경구가 있다. 즉, 계를 지키고 복을 닦는 사람은 일체세간 천인 아수라가 공양하고 예경한다고 한다. 반야지혜를 닦는 공부인(工夫人)의 복이야말로 무량한 복덕이다. 세속욕망에 갇혀 탐진치 삼독에 얽매여 살면서 문득 세속 욕망을 다 버리고 오롯이 반야지혜를 닦는 공부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불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졌을 것이다.

진리에 귀의하는 수행과 나눔의 공동체 ‘정법빠리사’는 국내외 선지식을 찾는 108선지식 구도 순례 여행을 진행하고 있다. 1차에는 학림사 오등선원을 찾아 구도 순례를 했다. 2번째로 찾은 선지식은 상원사 용문선원장으로 주석하면서 (재)대한불교조계종 선원수좌회 이사장 소임도 맡고 계신 의정 스님이었다.

1월 29일 오후 5시에 상원사에 도착하니 용문산을 휘감는 기운이 청량했다. 며칠째 몰아닥친 한파가 가시고 그 매서움 대신 서늘하면서도 청아한 기운이 상쾌했다.

사무장의 안내로 정갈한 저녁공양을 마치고 시민선원 객방에 짐을 풀었다. 이후 선원장 의정 스님을 친견할 수 있었다. 평생을 수행자로 살아온 풍모를 느낄 수 있었다.

스님은 반갑게 웃으며 차를 내어주셨다. 온 방이 차향으로 가득하다. 창밖으로 좌청우백과 함께 저 멀리 주산이 고요하게 펼쳐진다. 참 담백하면서도 웅혼한 풍광이다.

차담이 시작되었다. 얼마 전 10여 명의 선원장 스님들과 유럽 3개국에 선불교 탐방을 다녀오셨다고 한다. 한국불교의 심장인 간화선을 국제화하기 위해 봉암사에 국제선센터를 건립할 계획 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스님의 맑은 모습에 담긴 은은한 미소 속에 결연한 첫 마음이 담겨있다. 초심이 시작과 끝이라 하지 않았던가! 앞으로 한국 선불교의 활발발한 모습이 스님과 함께 있음을 확인하면서 방을 나와 시민선원 방에 앉아 화두를 가만히 들었다.

1월 30일 오후에 반가운 도반들이 도착했다. 이내 함께 법당으로 올라가 108참회와 절, 아비라 기도를 하고 시민선방 대중방에서 선감 보석 스님으로부터 수행에 대한 긴요한 설명을 들었다.

보석 스님은 “섭생과 자세, 마음을 바르고 맑게 하여 정(精)과 기(氣), 신(身)을 잘 순환해 수행을 여법하게 하라”면서 구체적이면서 소소한 지침들까지 설명했다.

이어진 철야정진. 편안하고 깨끗한 기운이 선방에 가득하다. 연로한 몇몇 도반은 와선을 위해 조용히 나가시고 새벽3시 예불전까지 정진하고 밖으로 나왔다. 도반들과 함께 저멀리 하늘을 보니 연꽃같은 달빛이 오렌지 색으로 빛나며 곱게 비추고 있다. 도반들의 탄성 속에 새벽의 푸른공기를 가르는 목탁소리가 오히려 은은하게 들린다. 개운함 속에 맞이한 아침과 함께 의정 스님의 소참법문이 시작된다.

의정 스님의 소참법문은 간화선의 중요성부터 그간 선불교가 보여주지 못했던 실천행에 대한 비판까지 종횡으로 거침이 없었다.

“현재 2000여 수좌들 중 300여 명이 개인 토굴생활을 합니다. 이는 승가수행공동체가 무너져 가고 있는 반증입니다. 지난해 봄에 종립선원인 봉암사에서 구참 10여 명과 함께 상의해 국제선센터를 봉암사에 설립해 수행과 선포교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구참들과 전국 각지에서 후원을 모아 국제세미나를 열고 건물에 대한 공모를 하여 10월까지 설계를 마치고 가을에 첫 삽을 뜨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그동안 선원이 선포교를 안한다는 비판을 많이 들어왔습니다. 이제 구참들이 나서서 간화선 포교를 적극적으로 할 생각입니다.”

정법빠리사 회원들은 1월 29~30일 양평 상원사 용문선원장으로 주석하고 있는 의정 스님(사진 가운데)을 친견하고 수행 정진했다.
또한 스님은 자비행과 수행의 양 날개가 불교를 이루는 기본 요체라고 강조했다.
“우리 불교는 지혜와 자비를 양 날개로 합니다. 이 둘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관건입니다. 대승의 핵심은 번뇌 속에서 번뇌를 여의지 않고 보리심으로 발하며, 생사 속에서 생사를 여의지 않고, 중생 속에서 중생을 여의지 않고 깨달음을 성취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선불교의 풍토는 지혜에 치중하고 자비의 실천에 등한시 해왔습니다. 저도 정진 욕심에 60세 이전에는 어떠한 법문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수행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상에 올라서는 잘못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정법빠리사 도반 여러분들처럼 수행과 자비의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도의 가르침입니다. 이처럼 자기의 마음을 밝히는 수행과 동체대비행을 실천하는 양 날개의 수행이 중요합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수행에 대한 궁금함에 질문이 쏟아졌고, 의정 스님은 막힘없는 답변을 내놓으셨다.

정은용 정법빠리사 대표가 청규를 지키는 운동에 대해 묻자 의정 스님은 “선원청규는 선방의 수행 지침과도 같다”면서 “제방 선원이 청규를 잘 지켜 21세기 한국불교의 선 풍토를 개선하고 수행문화를 발전, 정립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방 선원에서 위빠사나 등의 수행 방법들이 행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선방의 납자들 중 반 정도는 자기 방식의 수행법을 택해 정진하고 있다. 방편상 공존해야 한다”면서도 “위빠사나는 정과 혜를 별도로 공부해야 하지만 간화선은 부처님 당시의 관법이 중국에 건너가 진화·발달된 수행법으로 1700개 공안이 하나만 꿰면 정·혜가 동시에 오는 가장 수승한 수행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대로 된 스승을 만나지 못하고 제대로 공부가 안되니 모르고 효과가 없다고 한다”면서 “앞으로 가르치기 쉽게 제대로 간화선 포교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2시간여의 소참법문과 문답이 끝나고 이번 순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들 환희심에 넘쳐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수덕 지도법사는 “불교공부를 그동안 많이 해왔지만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앞으로 자주 참여해 정진하도록 하겠다”면서 “계율이 우리 수행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특히 음식과 관련이 있다. 먹은 육식의 유전인자가 우리 몸에 정체하는 기간이 길다. 육식은 피해야 한다. 수행의 반은 음식이다”며 육식의 절제를 강조했다.

조화제 도반은 “불교에 입문한지 40여년이 되었다. 그동안 무릎이 좋지 않아 정진을 잘 못했는데 앞으로는 시간 내서 동참하겠다. 의정 스님의 진솔한 말씀이 감명 깊었다. 주변에도 알려 구도순례에 동참토록 권유하겠다”고 말했다.

순례를 통해 발심하고자 했다는 최재한 도반은 “간화선에 대해 맛을 봤으니 앞으로 열심히 정진하고 싶다”고 수행에 대한 의지를 밝혔으며, 수련행 박수연 도반은 “수행법에 대해 보석 스님이 자세히 알려주어 도움이 됐다. 실질적으로 체험하는 기회를 갖게 되어 너무 좋았다. 앞으로 3군데 사찰에 들려 참배하고 가면 더욱 좋겠다”고 건의를 하기도 했다.

수행의 반은 도반이라는 말이 새삼 느껴진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팔만대장경의 요체는 불성(佛性)사상과 반야(般若)사상으로 요약되는데 이를 중도로 융화시켰다는 스님의 말씀을 되뇌인다.

중도의 삶을 향해 나 혼자만이 아닌 도반들과 함께하는 수행을 하겠다는 원력을 다지며, 법당에 올라가 삼배를 드리고 나오니 구름속에 가렸던 따스한 빛이 경내에 가득하다.

의정 스님은
1973년 봉선사에서 운경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고 1974년에 법주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 수지를 수지했다. 1976년에 해인사 승가대학을 졸업하신 후 극락암, 송광사, 운문암, 봉암사, 태안사 등 제방성원에서 수선안거 이래 60여 안거를 성만했다. 2001년부터 양평 상원사 용문선원장으로 주석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전국 선원 수좌들의 복지와 교육, 선 포교를 위한 재단법인 조계종전국선원 수좌복지회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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