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선문답

장웅연 지음|도법 원철 신규탁 감수|불광 펴냄|1만 3천원
유명한 역대 화두 100개 가려 뽑아
禪정신 핵심 가르는 촌철살인 논평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 온전히 살라”전해

“선문답하고 앉았네!” 이렇게 일상생활서 선문답은 흔히 동문서답과 같은 치로 대접받는다. 대답이 뜬구름을 잡거나 무책임할 때 언론서 번번이 가져다 쓰는 관용어가 돼버렸다. 어쩌면 선문답은 말 같지 않은 말들이다. 다만 문맥을 벗어나 있어서 통념을 초월해 있다. 말싸움에 끼지도 말장난으로 기만하지도 않는다. 옮음에 대한 떠듦은 그냥 떠듦이다. 남들 말에 오래도록 휘둘리지 않으려면, 자기만의 말을 찾아야 한다. 마조도일 선사가 몸져 누웠을 때 누군가 물었다. “요즘 건강이 어떠십니까” 마조가 말했다.

“일면불, 월면불!” 사실상 그의 열반송이다. 얼핏 알쏭달쏭하나, 무슨 거창하고 심오한 의미를 품은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일면불은 수명이 1,800세에 이른다는 부처님이다. 반면 월면불은 하루살이다. 마조의 대답은 “좋을때도 있고 나쁠때도 있다”며 하루하루 오르내리는 병세를 재치있게 표현한 말이다. 자기 구석에 매달리기에 앞서 죽음 앞에서도 농담을 던질 수 있던 그 마음을 보아야 한다. 지난한 인생의 길목서 다시 펼쳐든 선가(禪家)의 말들.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하거나 유명한 역대 화두 100개를 가려 뽑았다. 선 정신의 핵심을 가르는 촌철살인의 논평이 곁들여져, 선문답(禪問答)의 묘미를 흠씬 느끼게 해준다.

선문답은 상식을 벗어난 초논리의 대화로서, 삶에 대한 뛰어난 혜안과 통찰력을 반영한다. 언어적인 역설과 비약을 통해 통념의 벽을 깨트리고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한다. 하지만 고도로 응축된 선문답 일화는 비약이 심하고 논리적인 이해가 쉽지 않아, 많은 이들로부터 외면을 받기도 한다. 이에 저자가 직관 세계를 현실의 삶에 대입해, 살아있는 일상 언어로 차근차근 알기 쉽게 풀어냈다. 누군가에게는 도저히 이해 못할 동문서답의 선문답이 다시금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아나, 우리의 가슴에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삶을 곤궁히 만들던 편견을 부수고, 비로소 세상을 바르게 바라보는 안목과 식견을 길러 준다.

한국불교는 선불교를 기반으로 세워졌다. 선을 이해 못하면 한국불교에 대한 이해 자체가 요원하다. 그렇다면 부처님 이래로 달마 대사를 비롯한 숱한 선사들이 그토록 전하려한 선불교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라”는 한 마디 말로 귀결된다. 〈무소유〉로 유명한 법정 스님 또한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다. 나는 나답게 살고 싶다.”고 고백한 바 있다.

중국의 옛 선사들인 혜능, 마조, 백장, 조주, 임제 스님 등을 이어 우리의 경허, 만공, 성철 스님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당당하고 주체적인 삶을 외쳤다. 못나고 부족하고 모자란 나란 없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 완성된 존재, 즉 본래부처임을 깊이 이해하고 확신하는 데서 자신의 참모습대로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선 본연의 정신이다.

그래서 선문답은 우리로 하여금 살아 있음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안겨 준다. 그 통찰을 삶에 적용시킨다면, 아무리 세상이 요동치고 갖은 어려움이 옥죄어오더라도 단단하게 버틸 수 있다. 오늘을 거뜬하게 견딜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준다. 저자가 말하는 묵직한 행복이다.

저자는 “눈 내리는 거리의 모든 뒷모습은 안아주고 싶게 생겼다. 산다는 건 이러나저러나 견디는 것이요, 견딤이 쌓이면 무심(無心)이 쌓인다. 그 행복은 너무 무거워서, 남이 훔쳐가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이 책을 감수한 원철 스님(해인사승가대학 학장)은 “동시대에 살고 있는 웅연 거사에 의해 또다른 ‘교외별전’으로 이어지는 화두집이 새로 나왔다. 나의 안목과 목소리로 ‘말을 붙인’ 흔치 않은 책이다.”라고 평했다.
각자 다른 위치서 치열히 선을 연구하거나 실천하는 도법 스님, 원철 스님, 신규탁 교수가 꼼꼼히 감수했다. 짤막한 감수의 글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진가가 느껴진다. 이외에도 각각의 선문답 일화가 실린 출처와 선사들의 이력을 흥미롭게 풀어주고 있어, 종교를 떠나 선의 세계에 입문하는 이들에게 좋은 안내서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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