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와 선

임순희 지음|침묵의 향기 펴냄|1만 3천원
‘마음’을 쉽고 명쾌한 언어로 설명
분별의 습관서 벗어나는 법도 소개

아줌마가 깨친 도(道), 그러니 당신도 깨달을 수 있다. 깨달음과 온전한 자유를 위한 명쾌한 안내서다. 평범한 아줌마의 몸으로 선(禪)을 공부해 도(道)를 알게된 저자가 우리의 본성이자 궁극의 진실인 ‘마음’을 쉽고 명쾌한 언어로 가리키며 알기 쉽게 설명한다. 총 4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1부는 저자가 마음공부에 입문해 진리에 눈 뜨고 마침내 온전히 자유로워지기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다. 2부서 4부까지는 지금 여기에 변함없이 늘 있는 진리를 알아차리는 법, 그리고 끈질긴 분별의 습관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도록 돕는 말들을 실었다.

구도자들은 깨달음을 추구한다. 왜 깨달음을 추구하는가? 결코 변치 않는 궁극의 진실을 깨달을 때 비로소 끝없는 생사유전의 꿈에서 깨어나 어떤 분리도 없는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으며, 온갖 번뇌의 감옥서 해방돼 온전히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깨달음이라는 것은 그간 무척이나 신비화되고 왜곡되고 오해되기도 했다. 깨달음 자체가 실제와 다르게 상상될 뿐 아니라, 극소수에게만 가능한 일이며 초인적인 고행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졌고, 심지어 일각에서는 여자의 몸으로는 깨달을 수 없다는 말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정말 그런 것일까?

이 책 저자는 제목이 말해 주듯이 평범한 아줌마지만, 선(禪) 공부를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 진리에 눈을 떴다고 한다. 그녀는 출가 하지도 않았고, 수련 코스를 경험하지도 않았으며, 다양한 경전을 섭렵하지도 않았고, 특별한 신통을 경험한 적도 없다. 다만 살아가면서 불현듯 일어나는 자신의 참 존재에 대한 궁금증과 삶의 진실에 대한 목마름이 있을 뿐이고, 우연찮게 도시 교외의 자그마한 선원을 알게 돼 꾸준히 마음공부를 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변화된 삶을 경험하게 됐고, 삶의 진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머리말’에는 중년의 대학교수와 저자 임순희 씨가 나눈 다음의 대화가 실려 있다. 그때 불쑥 이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 오늘 용기를 얻고 갑니다. 저도 깨달을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어요.”

제가 흔쾌히 대답했습니다. “그럼요. 누구나 이 마음을 갖추고 있는데, 발심만 제대로 돼있다면 남녀노소 다 가능합니다.” “맞아요. 순희도 하는데 저라고 못할라구요.” 그러면서 껄껄껄 웃습니다.

저도 덩달아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래요. 순희도 하는데 철수라고 못하겠어요?”

순희도 하는데 철수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 단, 참된 자신에 대한 의문과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열망이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진리를 가리키는 이름은 수없이 많지만, 선불교서 흔히 사용하는 용어 중 하나는 ‘마음’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마음’과는 다른, 생각 이전의 것인 이 마음은 존재 자체이며, 만상의 근원이자 바탕이며, 모든 것을 아는 것이기도 하다.

이 마음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까닭은 모양이 없고 인식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익숙한 기존의 방식으로 찾는 한 이 마음은 영원히 찾을 수 없는 것이지만, 올바른 안내를 잘 따르기만 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마음은 언제나 지금 여기에 있기 때문이며, 자기 자신과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은 본성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마음을 쉽고 명쾌한 언어로 가리키며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래서 이를테면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한 노(老)보살님들까지도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돕는다. 책에는 노보살님들과 차근차근 대화를 나누면서, 순간순간 드러나는 모양을 통해 즉각즉각 확인되는 이것을 알아차리게 하는 흥미로운 사례들이 함께 실려 있다.

그런데 마음을 알아차린다고 해서 공부가 끝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공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며, 진정한 공부는 그 뒤에 비로소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굳어진 분별의 습관, 생각과 관념에 대한 믿음, 분리된 개인을 자기로 동일시하는 버릇은 뿌리가 깊고 교묘하며 완강하고 끈질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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