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행복

법륜 스님 지음|나무의 마음 펴냄|1만 4천원
온전한 행복원인 분석해 집중 조명
“사물의 전모 보는 통찰력을 키워라”
정곡찌르는 저자의 직설적 화법 특징

현대인들의 공허함과 인간성 상실이 일탈을 넘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그동안 ‘즉문즉설(則問則說)’을 통해 대안적 삶을 제시한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사진〉. 부처님 법을 세상에 전파하라는 의미를 지닌 법명 ‘법륜(法輪)’처럼, 스님은 갈등과 분쟁이 있는 곳에 평화를 실현하는 평화운동가이자, 제3세계 지원 활동가이며, 사상가이자, 깨어 있는 수행자이다.

법륜 스님이 또 한권의 책을 내놓았다. 제목은 〈법륜 스님의 행복〉이다. 이 책은 제목처럼 삶에 지치고, 관계에 상처받고, 부조리한 세상에 고통받는 이들에게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책은 ‘연애’ ‘결혼’ ‘직장생활’ ‘사회갈등’ 등 그 간절한 물음에 대한 응답이다. 또한 지난 30년 간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115개 도시의 강연장과 길 위에서 청중들이 저자에게 던진 질문과 그 답변 중 가장 호응을 얻은 내용을 엄선한 스님의 행복 안내서이다. 즉 한마디로 행복에 대해 우리가 인지해야 할 총체(總體)이자 지혜의 보물창고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저자가 세상에 내놓은 책들이 주로 즉문즉설을 통해 질문자들과 나눈 인생 상담 내용을 주제별로 정리했다면, 이 책은 온전한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한다. 또한 지금까지는 수행차원서 개인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주로 강조했다면 이 책에서는 행복의 수레를 끄는 또다른 바퀴인 사회문제도 함께 다룬다. 결국 개인의 마음과 사회적 조건을 함께 가꿔야 온전히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저자의 행복론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의 전반부에서는 무의식속에 잠재된 인간의 심리와 욕구, 관계 맺기에서 오는 갈등과 같은 개인적 문제를, 그리고 후반부는 사는 게 바쁘다거나 직면한 현실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애써 외면한 사회의 구조적 모순까지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전체적으로 분석하고 그에 대한 지혜로운 해법을 들려준다.

책을 살펴보면 현실생활과 동떨어진 공허하고 허황된 이야기는 모두 걷어내고 오직 삶의 현장서 일어나는 구체적인 괴로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다보니 달콤하고 친절한 말로 건네는 위안과 위로를 기대한 이들에게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정곡을 찌르는 저자의 화법이 너무 냉정하거나 직설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특히 종교가 다르고, 질문자와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이유로 자신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들이라고 외면하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어떤 질문이든 질문자의 처지를 고려하면서도 한편으로 남 탓, 환경 탓하다가 결국에는 자기비하와 자기학대를 거듭하며 고통을 확대재생산하는 보통의 사람들이 더는 괴로움 속에서 헤매지 않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과 해법을 담았다. 그래서 각각의 질문은 남의 이야기지만 결국 나의 이야기이며, 저자의 답변은 우리 모두를 위한 조언이다.

수많은 상담 사례와 저자의 경험담을 통해 이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어떤 삶을 살고 있더라도 당신은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다만 남의 불행 위에 내 행복을 쌓아서는 안 된다.”

냉정하지만 따뜻하고 단순하지만 명쾌한 법륜 스님의 행복론을 읽다보면 내 안에 도사리고 있던 수많은 불합리한 신념과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나와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자기 나름의 행복을 위해 바쁘게 산다. 그러나 그렇게 열심히 살지만 정작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저마다 개인적인 고민과 상처, 관계 맺기서 오는 갈등과 스트레스,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좌절,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괴로워하는 영혼들의 신음이 줄을 잇는다.

이상과 현실서 방황하는 젊은이의 하소연서부터 좋은 부모와 좋은 환경을 만나지 못해 억울하다는 토로, 회사생활이 너무 괴롭다는 신입사원의 울먹임 그리고 불공평한 세상에 대한 원망과 테러와 분쟁에 대한 구글 직원의 질문까지 행복에 목마른 사람들의 수만 가지 질문에 스님은 어떤 해법을 내놓고 있을까?

“제가 많은 분들의 질문에 해답을 드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관점에서 한번 살펴보라고 말하는 것뿐이에요. 앞면만 보는 사람에게 ‘뒷면은 어때요?’라고 묻고, 이쪽만 보는 사람에게 ‘저쪽 면은 어때요?’라고 묻고, 윗면만 보는 사람에게 ‘아랫면은 어때요?’ 하고 묻는 것뿐입니다. 어느 한쪽만을 바라보며 움켜쥐고 있던 것을 놓음으로써 자기가 문제 삼던 것이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예요. 사물의 전모를 볼 줄 아는 지혜가 생기면 그동안 갖고 있던 많은 고뇌들이 저절로 없어집니다. 마치 어두운 방에 등불을 켜면 어둠이 사라지는 것처럼 말이에요.”

이 책서 저자는 우리가 괴로움서 벗어나 온전히 행복해지려면 사물의 전모를 보는 통찰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즉 ‘나’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근본적으로 괴로움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저자는 지금까지 우리가 행복으로 가는 고속도로라고 고집스럽게 붙잡던 고정관념과 전제를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라고 제안한다.

평면에서는 두 점 사이의 최단거리를 딱 하나밖에 그을 수 없다는 것이 상식이자 공리다. 하지만 둥근 지구본을 놓고 보면 한 점에서 다른 한 점으로 가는 최단거리는 수없이 많다. 평면이라는 전제가 사라지면 최단거리는 무수히 많아진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여서 행복의 전제조건을 정해놓고 그 기준에 맞춰 행복하려고 애쓰면 그 방법밖에 없는 것처럼 보지만 이 전제를 내려놓는 순간 행복으로 가는 수많은 길이 열린다. 이 책에서 저자는 행복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이제부터라도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며 움켜쥐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 오늘 우리가 사는 방식과 가치관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해보자고 제안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지금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이 행복하지 못한 원인을 분명히 알 때 비로소 문제해결의 길도 열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앞뒤 안 가리고 무조건 행복해지겠다고 달려가는데 정작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실수를 범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