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맵이면 누구나 깨닫는다

백창우 지음|김영사 펴냄|1만 3천원
실용 방편인 ‘연기맵 그리기’ 설명
연기법 수행자 경험담과 질문 소개

하수상하지만 중요한 시절이다. 과학의 끝없는 발전과 인간의 욕망으로 우리는 영생할 것인가 혹은 멸종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아버지는 아들을 죽이고, 아들은 아버지를 버리는 목불인견의 세태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잠깐 길을 잘못 들면 다시 재기할 수 없는 불황의 늪도 깊다. 급격하게 변하는 사회와 무너지는 삶의 가치로 우리는 길을 잃은 채 아노미 상태에 빠져 있다.

이런 혼돈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삶이 무엇인지, 인생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 것인지’ 존재에 대한 목마름이 깊어간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참선, 염불, 요가 등 여러 수행법을 통해 영원한 자유인 깨달음의 세계를 탐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혼돈의 시대가 곧 영성의 시대인 것이다. 하지만 마음공부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그 문턱은 여전히 높고 어려운 게 사실이다. 깨달음이 무엇인지도, 그 공부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도 막연하기만 하다.

이 책의 저자인 백창우 선생은 스스로 깨달음의 과정서 얻은 것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었다. “나는 연기법에 관한 글을 읽다가 홀연히 깨어났다. 그리하여, 연기법을 어떻게 수행하면 되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로 인하여 연기법을 통해 공부인들이 깨어나도록 하고 싶은 간절함이 생겨났고, 바로 그 간절함이 이 글을 쓰도록 했다.”고 출간 취지를 밝혔다.

그 간절한 염원은 〈명쾌한 깨달음〉(2011년), 〈이것이 깨달음이다〉(2014년) 등 두 권의 책으로 세상에 소개됐다. 이 두 책들이 깨달음이 무엇이고, 깨달음을 향한 연기법 수행이 어떤 것인지 소개한다면, 〈연기맵이면 누구나 깨닫는다〉는 연기법 수행의 실용적인 방편인 ‘연기맵 그리기’에 대해 소개한다. 연기법이란, 이것과 저것이 서로 원인과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상호의존이기에 어떤 것이 원인이 되어 나타난 것이 결과라는 인과법과는 다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원인과 결과가 같다는 ‘인과동시(因果同時)’ 관점이다.”라고 설명한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연기맵을 직접 그려보며 몸과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연기법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 연기맵을 그리는 과정서 일어나는 마음의 변화를 바라보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이 여정은 공부가 많이 된 사람에게만 열려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 마음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도 연기맵을 그리며 깨달음의 세계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들뜬 마음이 가라앉고 평화로운 마음, 행복한 삶이 가까이 다가온다.

우선 생겨나는 과정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쉬운 것부터 시작한다. 과일 같은 것이다. 1단계로 사과로 연기맵을 그려보고, 2단계로 사람의 손길이 포함된 먹을거리, 3단계로 순간순간 변화하는 물리적 현상, 4단계로 딱딱한 인공물, 5단계로 나와 같은 추상적인 것에 대해서 연기법을 발전시킨다.

저자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수행이 연기맵 그리기 수행이다.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유롭게 떠올려서 그려나가면 된다. 너무나 쉽고 당연해서 ‘이렇게 해서 깨달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연기맵을 그려나가기 시작하면 묘하게도 사고방식이 연기법적 사고방식으로 전환된다.”고 조언한다.

수행의 길에는 걸림돌이 있게 마련이다. 열심히 연기맵 수행을 하다가도 불현듯 게으른 마음이, 복잡한 의구심이 올라온다. 그것은 수행자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앞서 이 수행을 한 사람들은 어떠했을까? 사람들은 이 수행의 길에서 어떤 물음을 가지게 되었을까? 이 책서 저자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네이버 대적광 카페(cafe.naver.com/tchut)에서 연기맵 수행을 한 사람들의 경험담과 질문들을 소개한다.

이 경험담과 질문과 대답을 통해서 독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공부가 지금 어느 선에 와 있는지 알 수 있고, 수행 중 해태심이 생길 때 마음을 다잡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깨달음은 다리를 꼬고 장좌불와를 하는 고행 속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상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갈래이다. 마음을 내어 시작하는 것이 이미 반이다. 마음공부를 시작하겠다는 발심을 내었다면 연기법 사유수행으로 천천히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작은 변화도 꾸준히 간절한 마음으로 지속하면 나와 세상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큰 울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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