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예불시간, 스님의 독경이 끝나자 죽비소리에 맞춰 모두 참선에 든다.

적막과 적멸의 순간.

겨울바람에 법당의 목재들이 내는 삐걱삐걱, 두런두런, 들썩들썩 소리도 이 순간 모두 숨을 죽인다.

마음이 혼란스러운지 집중이 되질 않는다. 세상에서 나 혼자 소음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았다. 고요한 공간에 유리구슬 한 통을 쏟아버리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분이다.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같은 생각, 같은 행동을 하고 있을 때 느껴야하는 외로움을 다시 마주쳤다. 하지만 그 고독을 견디고 즐겨서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이렇게 앉아있다. 다시 느긋하게 즐겨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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