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원숭이와 불교'

인간과 가장 닮은 영장동물로 여겨져
영리’ ‘지혜로움’ ‘재주꾼등 상징
부처님 전생담부터 佛家와 깊은 인연
번뇌·망상 시달리는 인간 모습 묘사

 

▲ 십이지번 ‘원숭이’. 대한제국. 통도사성보박물관 소장.십이지신번(十二支神幡)은 도량장엄(道場裝嚴)의 하나로서 절에서 큰 행사를 할 때 잡귀의 침범을 막는 벽사(闢邪) 의미로 12방위에 걸었다. 자료제공=국립민속박물관

올해는 병신년(丙申年), 붉은 원숭이의 해다. 12지의 아홉 번째 동물인 원숭이()는 시각으로는 오후 3시에서 5, ()로는 음력 7월에 해당하는 시간신이며, 방향으로는 서남서인 방위신이다. 또한 인간과 가장 닮은 영장동물이기도 하다.

일부 동양문화권에서는 원숭이가 사람과 많이 닮은 모습과 잔꾀 있는 모습으로 인해 재수 없는 동물로 기피하기도 한다. 그러나 불교문화권 국가 등 대부분의 지역에선 원숭이를 동물 가운데 가장 영리하고 재주 있다고 해서 재주꾼’, ‘영리함등으로 표현한다. 한편으론 사기(邪氣, ‘요사스럽고 나쁜 기운을 일컫는 말)를 내쫓는 동물이라 하여 상징성을 띄기도 한다.

 

불교 설화 속 원숭이 이야기
원숭이는 부처님 전생담에 등장할 만큼 불교와 인연이 매우 깊다. 부처님은 어느 전생에 원숭이 왕으로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어느 날 원숭이 왕은 길을 거닐다 구덩이에 빠진 사냥꾼을 발견하고, 그를 구하기 위해 넝쿨을 타고 내려가 사냥꾼을 업고 땅 위로 올라온다. 간신히 목숨을 구한 사냥꾼은 원숭이 왕에게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만, 이내 배고픔에 사로잡혀 원숭이 왕을 잡아먹기로 결심한다. 결국 사냥꾼 손에 죽어간 원숭이 왕은 사냥꾼을 불쌍히 여겨 미래세에 부처가 되어 저 같은 인간들을 반드시 제도하리라고 마음을 먹고, 미래세에 석가모니 부처님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예로부터 불교문화권 국가에선 원숭이가 지혜’, ‘정법 수호등을 상징하는 동물로 인식돼 왔다. 이로 인해 통일신라 때는 무덤의 호석으로 갑옷을 입은 원숭이 상을 사용하기도 했으며, 불가에서는 원숭이가 잡귀를 물리치고 정법을 지킨다는 믿음으로 법당의 지붕에 원숭이 상을 세웠다. 인천 용화사, 속리산 법주사, 전남 여천 흥국사 등에서 원숭이 조각상이나 벽화를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서유기>에선 이 같은 상징성을 담아 원숭이를 손오공이란 인물로 의인화했다. 손오공은 관음보살의 교화에 따라 삼장법사 일행을 인도하는 정법 수호신으로 출연한다. 또한 신라시대 이차돈의 순교설화에선 지혜와 용기로 상징되는 원숭이가 이차돈의 순교에 크게 슬퍼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옥리(獄吏)가 그의 목을 베니 허연 젖이 한길이나 솟아났다.
이에 하늘은 침침해져 사양(斜陽)이 빛을 감추고, 땅은 진동하는데 천화가 내려왔다.
임금은 슬퍼하여 눈물이 곤룡포를 적시였고 채상(宰相)은 상심하여 진땀이 관에까지 흘렀다.
감천(甘泉)이 문득 마르니 고기와 자라가 다투어 뛰고, 곧은 나무가 먼저 부러지니 원숭이가 떼 지어 울었다.

이는 지혜정법 수호로 상징되는 원숭이가 뛰어다니며 울었다는 것을 묘사함으로써 정법 수호를 위해 목숨 바친 이차돈의 순교를 더욱 거룩하게 표현하고자 한 뜻으로 풀이된다.

 

불교에서 원숭이 의미
불교는 원숭이를 번뇌·망상에 시달리는 인간의 마음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에 들기 전 마지막으로 설법하는 광경을 담은 <유교경(遺敎經)>이 대표적이다.

부지런히 힘써 마음을 항복 받아라. 이 오근(五根)도 그 주인은 마음이니라. 그러므로 너희는 마땅히 그 마음을 제어하라. 마치 그것은 큰 원숭이가 나무를 만나서 이리 뛰고 저리 날뛰어 제어하기 어려움과 같으니, 마땅히 빨리 그것을 바로잡아 방일하지 못하게 할지니라." 

<유교경>(원숭이 같은) 마음을 그냥 놓아두면 자신과 남을 모두 해치게 되지만, 그 흐트러진 마음을 한 곳에 뭉쳐 억제하면 무슨 일이든 이룩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또한 석두(石頭) 스님은 <참동계(參同契)>에서 선()의 이치에 대해 마음의 원숭이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생각에서 나온 말은 사방으로 달리며, 신기(神氣)는 밖으로 어지럽게 흩어진다고 표현했다. ‘마음은 원숭이 같고 생각은 말과 같다는 뜻의 사자성어 심원의마(心猿意馬)도 여기서 유래된 것이라 전해지는데, 원숭이 같이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생각을 집중할 수 없는 때를 일컫는다.

반산보적(盤山寶積) 선사도 부질없이 외연을 쫓는 마음을 원숭이에 비유했다. <선문염송(禪門拈頌)>에 따르면 끝없이 위로 향하는 외가닥 길은 1000명의 성현도 전하지 못하거늘 교학자들은 공연히 헛수고를 하니, 마치 원숭이가 물속의 그림자를 잡으려는 것과 같다고 소개한다.

서산 대사는 세속적 현실에 매몰되거나 관념적 울타리에 갇힌 사람들을 <선가귀감(禪家龜鑑)>에서 다음과 같이 비유했다.

현실만 따르는 것은 마치 목마른 사슴이 아지랑이를 물인 줄 알고 찾아가는 것과 같고, 마음만을 붙잡으려는 것은 원숭이가 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는 것과 같다. 범부들은 눈앞의 현실에만 따르고 수도인은 마음만을 붙잡으려 한다. 그러나 마음과 바깥 현실 두 가지를 다 내버리는 이것이 참된 법이다.” 

역대 선사들의 가르침처럼 인간의 마음은 언제나 마음 안과 밖으로부터 오는 것들에 휩싸인다. 대상에 반연하면 응당 그곳에 머물게 되고, 살아 숨 쉬는 생동감이 사라진다. 집착과 미혹이 활발한 성품의 작용을 가로막기 때문에 인간은 본래 부처님에도 불구하고 중생으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사들은 이와 같은 원숭이의 마음을 버리고 참된 성품을 보는 선 수행을 강조했다. 혜능 스님 등 여러 조사들은 생각이 한 곳에 매이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자재롭게 활동하는 무주(無住)’를 강조했다. ‘무주(無住)’는 언제 어디서나 활발히 작용하는 것이며, 무지나 혼돈에 침체되지 않는 상태다.

이것이 바로 원숭이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인간은 원숭이의 마음과 같이 분주한 마음을 다스려 지혜와 정법을 쫓으면, 결국엔 부처님 전생담의 원숭이 왕과 <서유기>의 손오공처럼 불법을 수호하는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원숭이띠해 불교소사

 384(백제 침류왕 1) 9, 마라난타 스님 진()으로부터 백제에 옴. 백제불교의 시작.

684(신라 신문왕 4) 8, 백제의 도녕(道寧) 스님, 일본에서 비를 빌어 가뭄을 구제.

804(신라 애장왕 5) 9, 망덕사의 두 탑이 서로 부딪침.
보조체징(普照體澄) 스님 출생(880 입적).
진감혜소(眞鑑慧昭) 스님, 세공사(歲貢使)를 따라 당에 들어감.

864(신라 경문왕 4) 410, 선각형미(先覺逈微) 대사 출생(917.8. 입적)
광자윤다(廣慈允多) 스님 출생(926 입적)
선각도선(先覺道詵) 스님, 옥룡사 창건

924(신라 경명왕 8) 219, 신라 황룡사에 백고좌를 개설해 경을 강의하고, 선승 300인을 공양함. 41, 봉림사 진경대사비 세움.
신라, 왕이 승하하니 황복사에서 화장.
봉암사 지증대사비 세움.

1104(고려 숙종 9) 별무반을 세우고 승도를 뽑아 항마군(降魔軍)을 삼음.

1236(고려 고종 23) 팔만대장경 조성 시작(1251년까지 대장경 조성불사 진행).

1404(조선 태종 4) 12, 사간원, 부녀가 절에 다니는 것을 금지.

1464(조선 세조 10) 15, 간경도감, 선종영가집 언해2권 조판간행, 아미타경 언해조판 간행. 47, 간경도감, 금강경육조해 언해〉 〈심경 언해조판 간행.

1644(조선 인조 22) 510, 편양언기(鞭羊彦機) 스님 입적(1581 출생).

1704(조선 숙종 30) 14, 월담설재(月潭雪齋) 스님 입적(1632출생).

1764(조선 영조 40) 87, 송파각훤(松坡覺暄) 스님 입적(1686 출생).
사암채영(獅巖采永) 스님, 불조원류지음.

1884(조선 고종 21) 113, 지암 이종욱, 강원도 양양에서 출생(1969 입적).

1944 315, 총독부, 31본사 주지에게 조선불교진흥책(皇道불교 확립, 불교 민중화, 불교 생활화)으로 회보(回報) 발행.
428~29, 조계종, 1회 포교사자격 검정시험 실시.
629, 만해 한용운 스님, 심우장에서 입적(1879 출생).
930, 혜화전문학교(동국대 전신), 전시 교육비상조치에 따라 강제 폐교.
128, 종교보국회 결성.

1980 10.27법난사건. 부산불교연합회 창립

1992 11월 동화사 통일약사여래대불 완공

2004 57일 조계종 신도회 통합 중앙신도회출범. 1120일 금강산 신계사 남북공동복원 대웅전 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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