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니 장난에 꺼둘리지 말라
예부터 동국무원(東國無猿)이라 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원숭이가 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삼장법사(三藏法師) 현장스님의 영향으로 원숭이가 손오공처럼 잡신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여겼으며, 큰 건축물 또는 사찰의 지붕 등에 원숭이 상을 세우는 것도 이러한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고려시대 풍전등화에 놓인 국운을 살려내기 위해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의 제작이 병신년에 시작됐다는 것도 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수행자들은 원숭이는 지혜와 영리함을 겸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으나, 그 재주를 과신하거나 잔꾀를 경계하는 의미도 담고 있음을 마음의 경구(警句)로 삼아서, 어느 한순간도 헛된 마구니의 장난에 끌리지 말고 쉼 없는 정진에 진력하기 바랍니다.
불자 여러분들은 수호, 장수, 부귀 등을 의미하는 원숭이의 이미지 및 지혜와 재치를 본받고자 하였던 조상들의 뜻을 승화시켜서, 지난시절의 혼란과 격동의 묵은 감정이나 슬픔은 모두 털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의 각오로 새해를 맞이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금년은 국가의 새로운 도약과 보다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운을 좌우하는 역동적인 변화를 맞이하는 의미 깊은 해라는 점을 잘 인식하고, 희망과 기쁨이 넘치는 새해를 맞이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