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개교 월정사 단기출가
출가 문화 확산… 세상에 알려
“불교 나아갈 길 보여준 사례”
정토회 ‘백일 출가’도 호응 높아
조계종 청년출가학교 ‘인기몰이’
단기출가학교 설립 종법 제정해
시대가 달라졌다. 무명초를 밀어내고 먹물 옷을 입고 엄숙히 행자 생활하는 것만이 출가였던 시대가 아니다. 다양한 출가 방식이 생겨나고 있고 이를 통해 전통적인 발심 출가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조계종 제4교구본사 월정사(주지 정념)의 단기출가학교다. 단기출가학교는 2004년 개원 당시 불교계 안팎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발심한 일반인들이 삭발염의를 하고 스님이 되기 전 단계인 행자생활을 체험함으로서 자신의 마음자리를 찾을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일단 심사와 면접을 거쳐 단기출가학교에 들어가면 30일 동안 스님들의 출가를 경험하게 된다. 일반 행자교육과 똑같은 형태로 교육이 진행된다. 외출과 서신교환, 전화는 사용할 수 없다. 매일 예불과 울력은 물론 자갈길 위에서의 3보1배가 이뤄진다. 마지막에는 3천배 정진도 진행된다. 치열한 정진에 참가자 없을 것 같지만,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약 3000여 명이 단기출가학교를 통해 출가 문화를 몸소 느꼈다.
단기출가학교의 인연은 수료로 끝나지 않았다. 30일 출가의 인연은 기수별로 맺어져 서로를 경책하면서 함께 도반의 길을 걷고 있다. 또 더러는 큰 발심을 일으켜 수행자의 길을 가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이 같은 인연을 계기로 조계종에 출가한 스님이 200여 명을 넘어선다.
최근에는 변화도 주고 있다. 2013년에는 처음으로 황혼기 단기 출가학교와 주부를 대상으로 한 단기출가학교를 개설했다. 기존의 단기출가학교는 20~60세까지 연령 제한으로 고령자들의 참가가 어려웠다. 또한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가정을 비울 수 없는 주부들은 학교 입학 허가를 받고도 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에 따른 문의들이 끊이지 않자 월정사 단기출가학교가 이를 반영한 것이다.
비정기적이지만 심화 과정을 통해 스스로 느슨해진 출가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도 마련하고 있다.
월정사 단기출가학교의 가장 큰 의미는 한국 불교의 전통성과 대중성을 확보하는 모범 사례였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단기출가학교 관계자는 “단기출가학교를 체험한 사람들은 내면의 변화야 말로 타성에 젖은 스스로의 생활방식을 타파하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체득했고, 불교 수행과 산사에 대한 선입견을 타파하기도 했다”면서 “월정사 단기출가학교의 성공은 배제와 경쟁이 일상화된 한국 사회에서 우리 불교가 어떤 좌표를 제시해 줄 수 있는지 입증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초심을 놓치지 않으면서 사회변화의 요구에 따른 다양한 교육 방식의 개발은 여전히 과제”라며 “현재 월정사는 오대산자연명상마을 건립을 추진 중에 있고 명상마을 프로그램을 통해 단기출가 이후의 심화과정을 연결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단기출가 재출가나 심화과정에 대한 요구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종에서 2012년부터 시행 중인 ‘청년출가학교’ 사업도 출가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이다. 2014년까지는 교육원 주최로 해남 미황사에서 열렸지만, 지난해에는 소관부서를 한국불교문화사업단으로 옮겨 월정사에서 ‘청년마음출가학교’로 진행됐다.
청년출가학교의 경우 젊은이들이 얼마나 ‘대안적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계기였다.
2012년 7월 1일 처음 열린 청년출가학교에는 용타 스님(행복마을 이사장), 도법 스님(실상사 회주), 혜민 스님(미국 뉴햄프셔대 교수), 조성택 교수(고려대), 고미숙 씨(고전평론가) 등 쟁쟁한 강사들이 교수사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20대 청년들의 관심이 가히 폭발적이었다. 출가학교 지원자를 마감한 결과 270명이 접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자들의 한국 최고 수재들이 모인다는 KAIST, 서울대 재학생을 비롯해 화가 지망생, 의대생 등 이력도 가지각색이었다.
이 밖에도 정토회의 백일출가도 호응이 높은 단기 출가 체험이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체험 수기들을 살펴보면 100일 간의 출가가 자신을 변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음을 말하고 있다.
정토회 백일출가는 만 배 입재로 시작해 나눔의 장-일체의장-불교사상강좌-NGO실무실습 등의 과정을 거치며 연 2회 출가자를 받는다.
백일출가자는 조석예불-발우공양-소임-일수행-참회정진-불교사상강좌-마음나누기 등으로 하루 일과를 보내며 스스로 자신감을 찾고 진정한 자유로운 삶 주인되는 삶을 찾아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 같은 단기 출가는 이제는 종법으로 출가 유형 중 한 가지로 인정됐다. 조계종 중앙종회 제194차 임시회에서 ‘청소년 출가, 단기 출가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이는 중앙종회 차원의 출가활성화특별위원회를 구성되고 수차례에 걸친 공청회와 회의를 거듭해 나온 결과물이다.
법이 제정됨에 따라 단기출가 운영 사찰은 교구본사별로 둘 수 있게 됐으며, 단기출가자가 1년 이상을 수행생활하고 정식 출가절차를 밟을 경우 종단에서 시행하는 2주간의 교육과 5급 승가고시를 합격한 후 사미·사미니계를 수지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