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출가 자유를 향한 길- 21세기 출가를 말하다

단순한 세속 떠남, 출가 아니다
‘수행·교화’ 출가의 진정한 의미
2000년대 들어 출가자 감소 추세
불교계 ‘찾아가는 출가 정책’ 추진
능력 있는 출가자 배출·양성 관건

‘출가(出家)’의 사전적 의미는 “번뇌에 얽매인 세속의 인연을 버리고 수행 생활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위대한 포기’라고도 불리는 출가는 세속을 벗어나 불문에 귀의하는 첫 번째 단계이다.

하지만 일반적 인식은 모든 것을 버리고 속세를 벗어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회를 벗어나 홀로 지혜를 증득해 깨달음을 완성하는 것은 출가의 의미 중 절반에 해당된다.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은 출가 원력의 본령이다.

<오복덕전경(五福德田經)>에는 출가의 목적을 다섯 가지로 풀이하고 있다. 경전에 따른 출가의 목적은 △생로병사를 벗어나려는 마음을 내어 수행하기 위함 △사치를 버리고 법복을 입기 위함 △목숨을 다해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함 △모든 애정을 버리고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함 △대승법을 간절히 구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함이다.

결국 출가는 부처님께 귀의하고 깨달음을 얻어 중생과 함께 자비를 실천하는 대자유의 길이며 여정인 것이다.

가파르게 줄어드는 출가자
하지만, 불교의 근간이 되는 출가는 21세기 현재 위기다. 최근 10년 동안 출가자 수는 급격하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연령도 고령화되고 있다.
조계종의 경우 수계교육이 도입된 1991년부터 2000년 사이에는 매년 400~500명의 행자들이 사미·사미니계를 받았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출가자는 매년 200~300명 수준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0년에 이르러서는 수계교육이 100~150명 선으로 줄었고 2015년 열린 제49기 행자교육원에서는 95명만이 입교해 수계를 받았다. 처음으로 100명 선이 무너진 것이다.

이 같은 출가자 감소는 10년 단위 수계교육자를 분석하면 추세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수계교육이 시작된 1991~2000년 당시 출가자는 4,472명이었으나 2001~2010년에는 3,389명으로 1000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출가자는 1,131명으로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2020년까지 출가자는 2000명 수준에서 머물 것으로 보인다.

출가자 감소 현상은 종단 교육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조계종 교육원은 지방승가대학의 공교육화 정책과 함께 여기에 부응하지 못하는 승가대학에 대해서는 교육기관 조정을 진행했다.

이에 맞춰 제정된 ‘승가대학운영에 관한 령’에 따르면 각 승가대학은 학년당 기본 정원과 교수사를 갖춰야 하고, 일정 정도 교육환경도 구축해야 한다. 서울 삼선승가대학이나 지방 소규모 승가대학은 일부 조정되기도 했다. 현재, 조계종의 기본교육기관은 12곳의 사미승가대학과 4곳의 사미니승가대학, 기본선원, 중앙승가대, 동국대 등이다.

태고종 등 불교 주요 종단도 출가자 감소에 고민하고 있다. 태고종 관계자는 “2004년만 해도 200명 수준에 출가자가 현재는 100명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관음종도 2010년까지는 1년 한번 합동 수계 산림을 했지만 출가자 감소로 2년 한 번으로 수계산림이 축소됐다.

인구 감소·계층포교 붕괴가 원인
이 같은 출가자 감소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먼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출가자 감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출산율이 1970년 4.53명, 1983년에는 2.1명에서 1999년에는 1.42명으로 낮아졌다. 인구의 감소가 출가자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계층 포교의 붕괴로 출가 예비군들이 줄었다는 점도 출가자 감소의 원인이다. 현재도 조계종 고시위원장 지안 스님 등 불교 학생회 활동을 통해 출가한 스님이 적지 않지만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으로 이어지는 포교 라인이 무너지면서 어릴 때부터 불심을 키우며 발심출가하는 사람들이 극히 드물게 됐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20대 출가자의 경우 인구 감소로 인해 확대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불교 수행에 뜻이 있어도 출가를 하지 않고 외국 유명 수행센터에서 단기출가를 경험하면서 수행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능력있는 소수 정예 출가자를 양성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대에 따라 변하는 출가정책
출가자 감소로 인한 변화도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예전에는 입산 출가자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렸다면 이제는 출가자 영입에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지난 조계종 중앙종회 제194차 임시회에서 제정된 ‘청소년 출가, 단기 출가에 관한 특별법’이다. 이는 중앙종회 차원의 출가활성화특별위원회를 구성되고 수차례에 걸친 공청회와 회의를 거듭해 나온 결과물이다.

조계종 청년출가학교도 출가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일련의 사업들이다. 지난해까지 3기에 걸친 출가학교가 진행됐고, 출가 의사를 밝혀 사문의 길을 걷거나 중앙종무기관에 취직을 한 경우도 있었다.

현재 조계종 교육원은 출가 의식 확대를 위해 2016년 새로운 사업들을 준비 중에 있다. 교육원 관계자는 “올해 출가 홍보 예산으로 3500만원이 책정됐다. 젊은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출가 포스터를 제작하고 그간 지속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던 출가 사이트를 리뉴얼할 것”이라면서 “하반기에는 출가 이미지 제고를 위한 강연과 문화공연, 토크쇼 등이 접목된 ‘출가 콘서트’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출가 방식 다양화 논의돼야
이와 함께 출가 계층과 방식이 다양해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원로회의는 출가 연령을 50세로 제한한 것을 폐지할 것으로 중앙종회에 건의하기도 했으며, 지난 2012년 열린 출가자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에서도 장애인·고령자 등 특수 출가자 허용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응철 교수는 “단기·기간·회향 출가로 출가 제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간 출가는 5~10년 출가자로서 살다가 다시 속세로 가서 재가자로서 불교를 외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만 불광사의 출가자들도 평균 7년 가량을 스님으로 살다가 속퇴하고 이후에는 교단을 외호하는 불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향 출가는 마지막 삶을 불가에 귀의해 봉사와 수행으로 회향하는 방식”이라면서 “다만 이 같은 출가 방식은 전통적인 발심 출가와는 구분돼야 하며, 철저한 심사와 감독이 수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4년 6월 30일부터 7월 8일까지 전남 해남군 미황사에 ‘내려놓고 바라본다’란 주제로 열린 청년출가학교에서 한 참가자가 자신의 무명초를 잘라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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