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 재현하는 나우회(懶牛會)

나우회는 … 2010년 7월 경기도 남양주 흥국사에서 고불식을 갖고 창립했다. 초대 회장으로 한봉석 목조각장이 취임했다. 2010년 10월 27일 첫 전시인 전통문화의 둘레길 만들기 기획전 ‘극락정토, 미타의 미소’전을 시작으로 2011년 제2회 ‘깨달음… 미소’, 2012년 제3회 ‘보살, 마음을 열다’, 2014년 제4회 ‘잊혀진 문화재… 또 다른 탄생’, 2015년 제5회 ‘우리 곁은 떠난 문화재의 재현’ 등 다섯 개의 제목으로 열일곱 번의 전시를 개최했다.
2010년 동불연 산하단체로 창립
불교미술 전승 작가 15인 회원
해외반출문화재 환수 앞장

국내외 성보 150 여점 재현 전시
치매 어르신 위한 전시회 열어
일본 시작으로 올해 미국서 순회전

“누구든지 나의 형상을 칠보, 놋쇠, 붉고 흰 동, 백철, 납, 주석, 나무, 진흙으로 조성하거나 아교, 채색으로 장엄하기를 스스로 했거나 남을 시켰거나 모두 불도를 이룬다. 심지어 동자의 유희나 풀, 나무, 붓, 손톱을 가지고 불상을 그린 사람도 불도를 이룬다.” 부처님께서 성상을 모시는 공덕에 대해 제석천에게 하신 말씀이다. 이처럼 부처님의 형상(불상)을 조성하는 일은 큰 공덕이며 불도를 이루는 일이다. 이러한 부처님 말씀을 따르고자 모인 이들이 있다. 그들은 2010년 10월 ‘나우회’를 창립했다.

16세기 가섭존자상을 이 시대에
구랍 18일 경기도 남양주 오남읍 양지리 220번지, 불국조각원을 찾았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목조각장 제49호 한봉석의 공방이다. 한봉석 목조각장은 나우회 회장이다. 한 회장은 45년째 나무를 깎고 있고 그 작품의 거의 대부분은 부처님이다.

공방 한가운데 놓인 장작난로 위에 고구마가 놓여 있고 한봉석 목조각장의 손에는 가섭존자상이 들려있다. 마무리 작업 중인 가섭존자상은 17세기 색난 스님이 조성한 가섭존자상을 똑같이 재현한 ‘재현작’이다. 색난 스님의 가섭존자상은 현재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해외 20개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 해외반출 문화재 16만여 점 중 하나이다.

“나무를 깎기 전에 먼저 마음속에서 조각을 하죠. 조각은 마음속에서 깎은 형상을 나무에 다시 옮기는 것입니다. 결국 색난 스님의 가섭존자상을 재현하는 일은 색난 스님의 마음속에 새겨진 가섭존자를 읽어내어야 하는 일인 거죠. 그것을 제대로 못한다면 그저 외형만 흉내 낸 가섭존자상이 되는 거죠. 부처님의 형상이나 존자상을 조성하는 일은 예술작업인 동시에 공덕을 짓고 불도를 이루는 불사입니다. 그저 손끝으로만 짓는 일이 아닌 것이죠.”

그렇다. 나우회는 그 옛날의 불교미술문화재를 똑같이 재현하고, 만든 작품을 전시를 통해 일반대중에게 공개해 우리 불교미술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는 불사를 하고 있다. 가섭존자상은 올해 1월 전시에서 공개될 작품 중 하나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성보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고, 저희들 나우회 작가들에겐 공덕을 짓는 신행활동의 기회인 것이죠. 나우회 회원 작가들은 대부분이 불자입니다. 그동안 부처님 덕분에 살아왔으니 그 은덕을 불사로 회향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나우회 최선숙 사무국장이 나우회의 결성 취지에 대해 말했다.

나우회의 성보 재현과 전시 사업은 그야말로 순수한 ‘회향’을 위한 작업이다. 나우회는 작가 개개인이 ‘회향’이라는 소명의식으로 참여하는, 조건 없는 신행의 장이다. 나우회와 참여 작가 개개인 모두 재현작업이나 전시회를 사사롭게 이용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전시비용 마련 등 현실적인 문제가 늘 숙제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원력으로 나우회의 사업은 지금까지 잘 이어지고 있다. 이 날은 2016년 첫 전시회의 막바지 점검을 위해 각지의 회원들이 모이기로 한 날이다.

“해외에 나가 당당히 한국을 알리는 우리 문화재를 재현한다는 것에 작가로서 불자로서 자긍심을 느끼고 행복합니다.” 고려시대 아미타팔대보살 내영도 등을 재현한 경기도 무형문화재 불화장 제57호 이연옥(불미원 원장) 작가가 자리에 앉으며 한마디 보탰다. 시간이 되자 작가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옛 작품을 재현하다보면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과거를 돌아보고 재현을 하다보면 미래의 작품까지 그려집니다.” 일본 동경국립박물관에 있는 통일신라시대 비로자나불입상 등을 재현한 문화재 수리기능자 오세종(해인당 대표) 작가다.

“보령 성주사지보살상을 만들 때였죠. 손가락의 지문이 닳아 없어지고 손끝에서 피를 보고서야 마침내 보살의 미소를 볼 수 있었죠.” 일본 교토 후지이유린칸에 있는 평양 원오리 출토 소조보살입상 등을 재현한 문화재 조각기능 제1732호 노정용(대안조형연구소 대표) 작가다.

“작품은 작가가 품은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가의 거울이고 그림자 같은 것이죠.” 일본 동경국립박물관에 있는 통일신라시대 석조여래입상 등을 재현한 대한민국명장 제567호이면서 문화재 석조각 기능 제1417호인 김동철(석주조각원 대표) 작가다.

“옛 스님들의 진영을 재현하다보면 그림이라는 것이 손으로만 그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동화사가 소장한 사명당대장 진영(보물 1505호) 등을 재현한 문화재 수리기능(도금, 화공, 모사공) 이문희(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이사) 작가다. 몇몇 작가들은 막바지 작업 때문에 참여하지 못했다.

2012년 11월 중앙승가대서 열린 나우회 전시전에서 나우회 회원이 스님들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각 분야 전승작가 모여 결성
현재 열다섯 명의 회원이 동참하고 있는 나우회는 그렇게 각 분야의 전승작가들이 모여 불교미술의 발전을 모색하고 재현과 전승이라는 과제를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기 위해 탄생했다.

나우회의 탄생은 2009년 6월에 개소한 동북아불교미술연구소(소장 석문·이하 동불연)에서 비롯됐다. 동불연은 동북아 지역의 불교미술에 대한 연구와 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된 민간연구소이다. 연구소는 국내외 사찰과 박물관 등을 답사하면서 확보한 사진, 자료, 관련 도서 등을 구비하여 연구자를 위해 자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일반인들에게는 불교미술의 강연과 답사를 통해 우리 문화유산의 우수성을 알리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나우회 결성은 현재 동불연 자문위원이며 문화재청 인천공항문화재감정실관 감정위원인 최선일 박사와 동불연 최선숙 사무국장에서 시작됐다. 생각은 최선일 박사에서 시작됐고 최선숙 사무국장이 산파를 맡았다.
‘문화재 파수꾼’으로 알려진 최선일 박사는 우리 문화의 근간인 불교미술문화재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2010년 7월, 남양주 흥국사에 한 회장을 비롯한 나우회 결성을 위한 작가 여덟 명이 모였다. 작가 모두 한마음으로 부처님 전에 108배를 올리며 나우회 결성을 부처님께 고했다.

“흥국사는 조각승과 화승을 많이 배출한 도량입니다. 불교미술의 ‘대학’과 같은 도량이죠. 나우회 결성의 의미와 잘 부합되는 도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우회 최선숙 사무국장은 흥국사에서 고불식을 가지게 된 이유를 그렇게 말했다.

성보 재현 6년, 17회 순회 전시

‘극락정토, 미타의 미소’, 2010년 10월 27일 나우회의 첫 전시가 열렸다. ‘불교문화의 둘레길 만들기 기획전’이라는 부제와 함께 서울 더케이갤러리에서 열렸다.

조선시대 목각탱화를 재현한 한봉석의 ‘미타의 미소’를 비롯해 백자흙으로 조성한 백련관음, 남양주 수종사 삽화에서 발견된 청동관음보살좌상 등 다수가 전시됐다.

‘불교문화의 둘레길 만들기’는 전시회를 수도권과 아울러 지방으로 확대함으로써 지역문화를 활성화하고 불교문화를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려는 것이다. 첫 전시는 서울 더케이갤러리를 시작으로 영월 쾌연재미술과, 남원 선원사, 남양주 노인복지관으로 이어졌다. 남양주노인복지관에서 열린 전시회는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들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전시를 비롯한 시연과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했다. 나우회는 ‘극락정토, 미타의 미소’전을 시작으로 제2회 ‘깨달음...미소’, 제3회 ‘보살, 마음을 열다’, 제4회 ‘잊혀진 문화재...또 다른 탄생’, 제5회 ‘우리 곁은 떠난 문화재의 재현’ 등 다섯 개의 제목으로 열일곱 번의 순회 전시를 개최했다.

나우회의 불교미술문화재 재현 사업은 2014년부터 해외 반출문화재로 그 영역을 넓혔다. 해외반출 문화재에 대한 사회 각처의 관심을 유도하고 환수 운동을 돕기 위한 일환으로 시작됐다. 그를 위해 나우회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소재 문화재의 실견을 위해 답사를 실시하고 있다. 해외반출문화재를 재현한 첫 전시는 일본편으로 2014년 1월 (사)우리문화재찾기운동본부와 함께 진행한 2014년 전통문화 둘레길 만들기 기획전 ‘우리 곁을 떠난 문화재의 재현’이 그것이다. 그리고 2015년 ‘우리 곁을 떠난 문화재 또 다른 탄생’전은 (사)우리문화재찾기운동본부와 경상북도가 함께 했다. 2016년 전시는 미국편으로서 미국 반출문화재를 재현해 전시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나우회는 불교미술의 전승 모색을 위한 학술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우리 불교미술 전승에 기여하고 있다.

2015년 1월 월정사 성보박물관에서 진행된 ‘우리 곁을 떠난 문화재의 재현’ 전시전 개막 모습
“문화재 재현 작업은 수행”

“금강경이나 반야심경 한 줄이라도 읽고 하루를 시작하죠.” 6년 동안 나우회를 이끌고 있는 한 회장은 늘 아침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한 회장도 처음엔 조각을 그저 나무를 깎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부처님을 깎기 시작하면서부터 한 회장의 생각은 달라졌다. 불상을 조성하는 일이 단순히 손재주만으로 이룰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한 회장은 불교를 모르고 부처님을 대하는 것이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는 생각했다. 그는 그때부터 불사는 신행이고 또한 수행이라고 생각하고 불교를 제대로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는 1993년 조계사불교대학에서 불교 공부를 시작했다. 다른 작가들 역시 한 회장의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감히 말씀드린다면 부처님상을 재현하고 보살상을 재현하고 있는 동안은 저희도 선방에 계시는 수좌들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버리고 본래자리를 찾아가는 치열한 구도는 저희도 마찬가지죠. 원작자의 마음을 읽기 위해서 ‘그 동안의 나’를 버려야 하는 공부가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노정용 작가는 “재현작업은 수행이다”고 말했다. 원작자의 생각과 만나기 위해 작품을 만드는 동안 철저히 자신을 버리는 일에 정진하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원작자의 마음을 십분의 일이라도 보게 되는 순간이 오면 더할 수 없는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는 것이다. 어려움도 있다고 했다. 김동철 작가는 작품을 실견하지 못하고 자료만을 가지고 재현할 때 작업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원작의 실물을 실견하는 일이 쉽지가 않습니다.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의 문화재도 쉽게 볼 수가 없습니다. 관련 단체나 기관의 배려와 협조가 아직은 저희들의 원과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희가 꾸준히 불사를 하다보면 좋은 환경이 올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동안 나우회에 참여했다가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회향에 끝까지 동참하지 못한 작가들도 있다고 한다. 한 회장을 비롯해 많은 작가들이 안타까워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나우회 회원 작가들은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초심을 잃지 않고 불교미술 전승이라는 불사를 이어가고 있다. 6년 동안 그들이 재현해낸 작품은 150여 점에 이른다.

문화는 힘, 우리문화 알려야
“해외반출 문화재에 대한 문제는 ‘환수’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자리로 돌아온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겠지만, 달라고 한다고 해서 다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때문에 환수운동과 함께 우리 문화재를 널리 알리는 일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우리 ‘문화재’를, ‘문화’를 알리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미국에 있어도 우리 문화재고 일본에 있어도 우리 것입니다. 문화의 궁극은 향유하고 전파하는 것 아닐까요. 우리의 문화재를 자꾸 밖으로 꺼내게 해야 합니다. 자꾸 달라고만 하면 그들은 더욱 숨길 것입니다.” 김동철 작가는 해외반출 문화재에 대해 이와 같이 말했다.

“현대는, 아니 앞으로는 더욱 문화가 힘이고 재산인 세상입니다. 문화가 없고 문화의 저변이 없는 민족은 다른 문화의 지배를 받게 될 것입니다. 문화의 지배는 총칼의 지배보다 더 치욕적인 일입니다. 정신을 지배당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우리의 문화를 잃지 않고 또 찾아내고 알리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고 꼭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선숙 사무국장이 말을 이었다.

그러기에 10여 명의 회원이 모여 1년에 한번씩 작품을 만들고 어려운 살림을 쪼개서 전시를 이어가는 나우회의 불사는 결코 작은 불사가 아닌 것이다. 나우회의 회향불사는 단순히 개인적인 회향의 차원이 아닌 것이다. 우리 문화의 힘을 키우고 지키는 일이 분명하다. 제2, 제3의 나우회가 나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우회와 같은 단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합니다. 그 환경은 정신적인 사회적 공감대와 현실적인 지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정부 부처나 기업, 기타 단체 등 다방면에서 협조가 필요한 것이죠.” 가섭존자상을 다듬으며 한 회장이 덧붙였다.

나우회 2016년 전시회(월정사 성보박물관 1월 예정)에는 앞서 말한 가섭존자상을 비롯해 호놀룰루 박물관 소장 당사자(한봉석 작),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소장 금동 아미타여래입상(오세종 작)과 청도 용천사 조성 청허당대사 진영(이문희 작), 관음도(박명옥 작)와 LA카운티박물관 소장 지장시왕도(이연옥 작), 목조동자상(노정용 작), 목조관음보살좌상(주광관 작) 등 3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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