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회 대종상 영화제 ‘유감’

대종상 〈국제시장〉 ‘몰아주기’
다작 수상, 청룡영화제와 대비돼
〈법화경〉 ‘풀꽃 비유’ 귀감 삼아야

연말이면 두 개의 큰 영화제 시상식이 열린다. 대종상 영화제와 청룡 영화제이다. 그런데 올해 열린 제52회 대종상 영화제에서는 영화 〈국제시장〉이 10관왕을 차지했다. 〈국제시장〉은 최우수작품상, 감독상(윤제균), 남우주연상(황정민), 남우조연상(오달수), 시나리오상(박수진), 녹음상(이승철·한명환), 촬영상(최영환), 첨단기술특별상, 기획상, 편집상(이진)을 받은 것이다. 주요 상을 모두 받았으니 가히 싹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올해에는 〈국제시장〉말고는 그렇게 상을 줄 영화들이 없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이는 청룡영화제 결과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청룡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은 〈암살〉이, 감독상은 류승완(〈베테랑〉)이, 남우주연상은 유아인(〈사도〉)이, 여우주연상은 이정현(〈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이, 남우조연상은 오달수(〈국제시장〉)가, 여우조연상은 전혜진(〈사도〉)이, 각본상은 김성제·손아람(〈소수의견〉)이, 음악상은 방준석(〈사도〉)이, 미술상은 류성희(〈국제시장〉)가, 편집상은 양진모(〈뷰티 인사이드〉)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사도〉가 5관왕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골고루 나눠가진 셈이다. 그런 까닭에 대종상은 밀어주기라는 비판에서, 청룡영화제는 나눠주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밀어주기가 나쁜 것만 아니다. 다른 작품에 비해 그 작품의 예술성과 상품성이 월등히 뛰어났다면 응당 밀어줘야 한다. 그게 공정한 평가이다. 하지만 후보작들이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각기 장단점에 맞게 상을 나눠줘야 한다.

물론 〈국제시장〉이 다른 후보작들에 비해 작품성이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비록 보수적 담론을 말하고 있지만, 그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필요한 메시지라고 본다. 하지만 〈국제시장〉이 주요한 상을 모두 석권할 만큼 훌륭한 영화라고도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선, 흥행기록만 봐도 〈국제시장〉이 월등하다고 말할 수 없다. 2015년에 개봉한 영화의 누적관객수를 보면, 〈국제시장〉 1,426만 명, 〈베테랑〉 1,341만 명, 〈암살〉 1,270만 명, 〈베테랑〉 1341만 명, 〈사도〉는 624만여 명, 〈내부자들〉 620만여 명, 〈연평해전〉 600만여 명 등 순이다. 1천만 이상 관객을 동원한 것은 〈국제시장〉말고도 〈베테랑〉과 〈암살〉이 있었다.

누적관객수가 그 영화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좌표가 될 수는 없지만, 대중성을 평가하는 기준이라고는 할 수 있다. 영화제에서 영화를 평가할 때 대중성(혹은 상품성)과 함께 염두할 것은 작품성일 것이다. 〈국제시장〉은 질곡의 근대사를 살아온 우리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보내는 찬사이다.

대종상 영화제에서 싹쓸이 수상으로 논란이 일었던 ‘국제시장’.
작품성 면에서도 〈암살〉, 〈베테랑〉, 〈사도〉 는 결코 〈국제시장〉에 뒤지지 않는다. 〈암살〉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망한다는 공식을 깰 만큼 잘 만들었다. 초호화 캐스팅이 아깝지 않을 만큼 영화 속 캐릭터들이 각기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베테랑〉은 한국 액션영화의 베테랑 감독답게 재벌에게 통쾌한 한 방을 매기고 있다. 〈사도〉는 사도세자의 죽음이라는 비극적 역사를 소재로 하여 부정(父情)의 궁극적인 의미를 되짚어보고 있다. 송강호와 유아인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이처럼 경쟁작이 많았음에도 〈국제시장〉이 대종상을 싹쓸이한 것은 유감이다.

그래서인지 대종상 영화제에서는 남녀 주·조연상 수상자전원이 불참해 대리 수상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체 24개 부문 가운데 11개 부문을 대리 수상했다고 한다.

올해 청룡영화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 출연한 이정현이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수상은 연기가 돋보였던 이정현에게 주는 것이기도 했지만, 다양성 영화(작품성이나 예술성이 뛰어난 저예산 영화)인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게 주는 것이도 했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다문화의 가치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이는 마치 《법화경》 〈약초유품(藥草喩品)〉의 풀꽃의 비유와 같은 것이다.

“들판에 나가보면 풀들이 수없이 피어있다. 저마다 빛깔이 다르고 키가 다르고 이름도 다르다. 그런데 이 들판에 내리는 비는 어느 풀에는 내리고 어느 풀에는 내리지 않는 그런 비가 아니다. 들판에 한번 비가 내리면 이 비는 어느 풀 하나 구별 짓지 않고 고루고루 내린다. 그리고 저마다 다른 이 풀들이 비를 맞아들여 저마다 자기 성질에 맞는 꽃과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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