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 받은 청소년 제대로 돌보는 일, 밑빠진 독에 물 붓기만은 아니죠”
“버림 받은 청소년 제대로 돌보는 일, 밑빠진 독에 물 붓기만은 아니죠”
  • 하성미 기자
  • 승인 2015.12.14 0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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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관해사 주지 자운 스님

▲ 자운 스님은 1950년 하동에서 태어나 하동 병설 중, 고를 거쳐 동국대학교 불교문화대학원 불교학과를 졸업했다. 1999년 마산 석봉암 주지 월봉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받았으며 2001년 마산 관해사 주지로 취임했다. 이후 영산재, 병원환자 노래자랑, 위문 공연, 일일 찻집 등을 개최하며 환우돕기를 실천했다. 한국불교 태고종 경남 종무원 중부분원 총무를 역임했으며 사단법인 가향자비회를 설립하고 대표이사, 하동 경찰서 경승, 국립마산병원 IRB 위원, 경상남도 희망자치연대 대표 등을 맡고 있다. 2011년 소년법에 의한 법원처분소년 비행청소년 장기 쉼터 자비마을 ‘자운영청소년센터’를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해 운영중이다. 2014년에는 사)대한민국 팔각회 경남지구가 주관하는 제26회 팔각상 봉사대상을 수상했다.

청소년 대안가정, 자운영 센터 개설
엄격한 가풍으로 사회성 키워
검정고시 합격자·대학진학 최다
“대안학교 세우는 것이 마지막 꿈”
마산결핵요양병원 관해사도 챙겨
매실 경작 수익금을 환우돕기에
법회·일일 찻집·탁발 등도 진행
가향자비회 설립해 후원 조직 확립

눈이 내리기 직전이였다. 하얀 눈이 듬성 듬성 바람에 날려 경남 의령 다사리 마을에 하나둘 떨어지고 있었다. 기자가 차를 대자 10여명의 남자 아이들이 마중을 나온다. 차 문을 열자 모두 합장으로 인사를 건넸다. 이들은 자운영 청소년센터에서 머무는 아이들이었다. 눈빛은 밝고 자세는 공손했다. 하지만 세상에서 제대로 살 기회를 잃었던 아이들이라고 했다.
12월 3일 자운영 청소년 센터에서 이런 아이들에게 다시 한 번 더 삶의 기회를 주고 싶었다는 자운 스님(65), 그 분의 이야기를 듣고자 12월 3일 ‘자비마을 자운영(慈雲-young)’을 찾았다.

청소년에게 새로운 가정으로 새 삶을
아이들이 머무는 따뜻한 방과는 달리 자운 스님의 처소는 냉방이다. 기자가 들어가자 보일러가 고장이 났다며 전기 스토브 하나를 급히 꺼낸다. 그것도 고장이 나서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하며 손잡이 조차 언제 돌렸는지 뻑뻑해서 잘 돌아가지 않는다. 이야기를 꺼내기 무섭게 아이들이 스님의 처소에 들어왔다. 공부하러 가야 한다며 차비와 용돈을 받아 나간다. 보기에도 어려워보이는 살림살이인데 아이들의 공부와 식사 까지 모든 내용을 책임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도움이 많이 필요하지요. 이번에 봉사자들이 김치를 담궈 주시기 위해 처음 와 주셨어요. 이 때 까지 도움을 한번 받아 본적이 없었는데 정말 그 손길이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갈 곳이 없는 아이들입니다. 인생에 있어 한 번 더 기회를 얻는 장소인거죠 그래서 이곳은 희망을 주는 정말 중요한 곳입니다.” 스님은 관심을 당부하며 입을 열었다.

▲ 2011년 4월 개소한 자비마을 '자운영 센터' 모습

자운영 청소년 센터는 위기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가정이다. 천종호 판사가 주축이 되어 2010년 10월에 설립한 ‘대안가정’인 ‘청소년회복센터’ 가운데 하나이다. 청소년회복센터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회복센터를 통한 소년범들의 재범률이 이전과 달리 30% 이하로 현격히 하락하는 등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자운 스님의 자운영은 전국 13개의 대안 가정 가운데 2호로 문을 연 불교계의 첫 대안 가정이다.

“이곳에 있는 청소년들은 대부분 조손 가정, 위기 가정의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아버지는 알콜 중독으로 폭력을 쓰고 어머니는 그 폭력을 못 이겨 집을 나가죠. 보호 받지 못하고 무서워 떨던 어린 아이는 가출을 반복합니다. 그리고 청소년이 되면 친구들과 비행을 반복하고 절도, 사기를 치다가 형사에게 잡혀 처벌을 받게 되죠. 이곳에 학생들은 대부분은 그런 학생들입니다”

돌아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자운 스님은 6개월의 기간 동안 아이들을 위해 치료하고 보호하며 가르친다. 또한 자립을 위한 취업교육, 진학, 인성교육을 통한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이 기간 동안 아이들은 보호 지도 받으며 감옥을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아이들이 전과자라는 낙인을 받지 않을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다.

“오토바이 같은 작은 절도라고 해도 법치 국가는 아이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전과자라는 낙인은 평생을 따라다니며 아이들에게 기회를 빼앗을 것입니다. 폭력과 아픔 그리고 버림받은 아이들은 이집 저집을 돌며 고통스럽게 살았습니다. 그 결과가 정말 그 아이들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곳의 생활은 새로운 삶과 꿈 꿀 수 있는 희망을 얻는 시간입니다.”

검정고시 합격자 최다 배출
자운영에서는 올해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대안가정 가운데 검정고시 합격자 최다 배출했다. 또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기도 했다.  이런 성과에 대해 자운 스님은 각 가정에 있는 가풍처럼 자운영 만의 가풍이 크게 작용 했다고 했다.

자운영의 경우 불교와 예의, 봉사, 대화기술을 엄격하게 강조한다. 아이들은 입소를 하면 합장 인사와 삼배, 차수 등 불교예절을 익힌다. <부모은중경>과 <목련경> 사경과 <반야심경>과 <법성게>를 외우게 한다.

“이곳에 있는 아이들은 부모에 대한 원망이 큽니다. 분노는 살인적입니다. 입에 죽이고 싶다는 말을 달고 있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하지만 부모은중경을 사경하고 나중에 독후감을 적게 하면 눈물을 흘립니다. <반야심경>도 <법성게>도 처음에는 뜻을 모르지만 씨앗을 뿌려주는 심정으로 익히도록 합니다.”

또한 자운 스님은 아이들에게 예의범절과 행복해지는 대화기술을 익히도록 돕는다. 욕은 일체 금지이며 자운영 방문자에게는 반드시 웃는 얼굴 밝은 미소, 당당하게 자신있게, 정확한 언어를 사용할 것을 지침으로 정하고 실천하게 한다. 또한 ‘인생을 Yes! 행복해지는 대화 기술!’을 강조하며 좋은 습관을 익히도록 돕는다.

“인생을 Yes! 행복해지는 대화 기술!은 누군가의 요청이 있을 경우 무조건 yes!하고 달려가며 지시와 전달 사항 있는데도 자신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을 경우 자신의 의사 표현을 상대에게 정확히 전달하기를 의미합니다. 사회성은 대화하는 자세에서 출발합니다. 일반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우지만 이곳에 오는 아이들은 대부분 유아기가 공백입니다. 전혀 기본적인 것을 익히지 못했습니다. 저흰 엄격합니다. 하지만 6개월의 시간 동안 180도 바뀌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 스님은 관해사에서 매실과 녹차를 재배해 수익금으로 환우들을 돕고 있다.

결핵환자들의 아버지로 활동

자운영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스님은 빠지지 않고 불공과 예불을 드리기 위해 가는 곳이 있다. 국립마산결핵병원에 있는 관해사이다. 이곳 관해사에서 결핵환자들을 위해 15년간 주지 소임을 맡고 있다. 처음 관해사를 맡아달라는 부탁이 있었을 때 주변의 만류가 많았다. 자운 스님은 당뇨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당뇨는 결핵에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은사 스님을 비롯해 다들 말리더군요. 하지만 관해사에 당시 아무도 머무는 스님이 안 계신다는 것을 듣고 환자들이 마음에 걸려 안 갈수가 없었습니다. 절에 갔더니 법당은 창고 수준이 되어있더군요”

관해사는 1989년 주지셨던 정관 스님이 입적하시기 전 까지 사)금강자비회와 양생회 후원들의 노력을 일궈왔던 사찰이다. 1974년 건립한 관해사 양생전(養生殿)은 투병 중인 환자들의 회복을 기원하며 건립된 곳으로 국립마산결핵병원의 유일한 불교 안식처이다. 하지만 전 주지셨던 정관 스님의 입적 후 빈자리는 컸다. 2년 동안의 공백기 동안 관해사를 찾는 환자들은 갈 곳을 잃었다. 잠시 스님들이 머물긴 했지만 오래 자리를 지키진 못했다.
▲ 2015년 9월 열린 결핵 환우 힐링 한마당

자운 스님은 2001년 주지로 임명된 후 환자들을 위해 자리를 지켰다. 자신의 건강보다는 환자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찾아 나섰다.

스님은 위안 법회, 결핵환우 보신공양, 연 1회 위안 공연, 결핵으로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수륙고혼 천도재 및 입원 환자 점퍼 기증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또한 환우들과 함께 소록도, 통도사 등 산사순례를 떠났다. 새로운 시도로 환자들은 신나 했다. 외출이 어려운 상황인 그들에게는 스님이 마련해준 여행길에 환자들은 넘쳐났다.

“관해사 까지 올라오려면 108 계단이 있습니다. 부처님 뵈러 가야겠다는 신심으로 간절한 마음을 낸 자가 병을 낫게 됩니다. 한번은 5식구 모두가 결핵에 걸린 경우도 있었어요. 간절히 기도하며 부처님께 매달리라고 했어요. 그렇게 한계단 한계단 밟고 절을 찾아 오는 그 마음으로 건강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환자들과 마음을 나누며 환우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던 중 2009년 봄에 찾아온 결핵 환자가 병이 낫기도 전에 약값이 없어 병원을 떠난 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한번은 환자 둘이서 찾아서 인사를 하는 겁니다. 병이 낫지도 않았는데 떠난다는 거예요. 약값이 없어서 치료가 힘들다고 하는데 약값을 제가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지요. 근데 그 병이 일반 결핵과는 다른 다제내성 결핵이라는 특수한 경우 였습니다”

다제내성 결핵은 처방 가능한 거의 모든 항결핵약에 내성이 생긴 상태이다. 2차 치료제를 써도 환자의 70%만 완치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치료가 어렵고, 치료기간도 18개월 이상으로 길다. 2012년 희귀 질환 가운데 의료보험 혜택이 되지 않았던 당시 하루 약값만 해도 한알에 6만원, 국내 생산이 안됐고 모두 현금으로만 계산해야 만 했던 고가의 약이었다. 결핵에 걸리는 순간 가정과도 단절될 뿐 아니라 사회 활동도 할 수 없어 경제 활동을 할 수 없는 환자들이 대부분이였다. 스님은 그들을 위해 약 값을 지불하기 시작했다. 다제내성 결핵 환우들의 고가의 약값을 지원하고 환우 자립 지원 사업을 펼쳤다.

“결핵이란 병이 전염성이 있어 격리되고 일반인들은 쉽게 관해사에 들어 올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보시금은 생각 할 수가 없었죠.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했지요”

스님은 관해사 경내에 있던 3000평을 일구기 시작했다. 스님의 손은 그 어떤 농부의 손보다 더 거칠었다.
“집집마다 탁발을 다니고 관해사에는 매실나무 450그루를 심고 녹차를 심었어요. 그렇게 일군 밭으로 생긴 이익금은 모두 환자들을 위한 후원금으로 사용됐죠. 그리고 알려야 된다고 생각 했습니다. 매년 자비 사랑 보시 실천 대법회를 개최하고 환우를 위한 위안 공연과 노래자랑도 열었습니다”

결핵제로 운동에 종교계 나서야
스님은 환우들을 위한 모금 활동은 끝이 없었다. 매년마다 일일찻집을 개최해 자금을 마련하고 약값을 지원했다. 그리고 2009년에 사단법인 가향자비회를 설립하고 일반인들과 소통하며 후원조직도 마련했다.

“이번 한해에 결핵으로 사망하는 환자들이 몇 명인지 아십니까? 우리나라에만 3500여명입니다. 아기 때 맞는 BCG 예방 접종이 몇 살 까지 예방이 되는지 아시나요? 청소년기가 되면 효과가 사라집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결핵 사망자수 1위 국가입니다. 결핵제로 운동에 모든 종교를 뛰어넘어 함께 노력하고 도움을 줘야 하며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 결핵 환자들과 산사 순례에 나서는 스님의 모습

현재 국립마산병원은 재 건축 중이라고 했다. 병동을 현재 별관에서 사용 중이라 관해사와 1km 정도 떨어진 곳에 환자들이 머물고 있다고 했다. 스님은 먼 거리로 옮긴 환자들이 더 이상 관해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재 건축 기간이 2년 정도 인걸로 압니다. 현재는 환자들을 위해 음식을 들고 약사재일이 되면 병원을 찾아 갑니다. 2년 후 공사가 완공 되면 환자들이 다시 관해사 근처로 돌아 올겁니다. 그 때를 대비해야죠”
스님은 그동안 도량을 정비하고 환자들이 관해사를 찾을 때 안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전했다.

대안학교 설립 원력도
스님은 또한 2012년 다제내성 결핵 약 값이 의료보험적용이 되면서 한결 부담감이 덜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인연이 연결되었다고 말했다.

“한 인연이 마무리가 잘되니 또 다른 인연이 이렇게 찾아 왔습니다. 저의 원력이 인재 불사입니다. 여건이 성숙되면 대안학교를 짓고 홀로 설수 있는 것을 가르칠 수 있는 교육을 실천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15명 이상은 받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불제자 학교를 지어 그 어느 누구에게나 교육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자운 스님은 어릴 적 경남 하동에서 초등학교 때 공부를 하고 싶어 6km를 매일 같이 달려서 학교를 다녀야 했다고 했다. 배우고 싶었지만 어려웠던 가정 형편은 중학교 진학이 어려웠다. 2년을 기다렸던 결과 낮에는 일을 하며 밤에는 다시 6km를 달려 야간 학교를 다녀야 했다. 공부가 하고 싶어 서울에서 내려온 고모를 몰래 따라 기차를 탔으나 길을 잃고 방황했다. 그 가운데 만난 친구들은 평생 두려운 기억을 안겨주었다.

“그 때 절도, 비행, 폭력을 봤습니다. 배움에 대한 갈증 그리고 겪어봤던 방황은 지금 자운영에 있는 학생들을 이해하게 했습니다. 누군가는 깨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도 합니다. 하지만 6개월 동안 비행을 안 하는게 또 어딥니까? 전 콩나무 비유를 자주 씁니다. 콩나무에 물을 주면 물을 다 빠져 버립니다. 하지만 분명 콩나무는 자라 있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은 부어도 분명 자라 있을 겁니다. 그 가운데 한명은 혹은 두 명은 변하는 것을 직접 봅니다.”

자비 자(慈) 구름 운(雲), 스님의 법명이다. 자비의 구름이란 뜻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하늘에 눈이 어느 덧 쏟아 붓는다. 하얀 바람이 일렁거린다. 온 세상을 하얗게 높고 낮음도 없이 모두 덮는 하얀 눈 처럼 자비의 구름이 몰고 온 따뜻한 세상이 온 누리에 가득하길 발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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