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의 최고 특징은 검박함
화려한 외양, 번다한 조리법 지양
발우공양에 담긴 가르침 계승돼야

겨울을 맞아 전국 사찰들이 김장을 담그느라 분주하다. 교계 언론에 실린 한 사찰의 김장 담그는 풍경을 보면서 필자는 사찰음식 문화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기실, 부처님 재세 당시에는 탁발 공양을 하였다.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탁발을 하라고 한 이유는 〈보우경〉에 잘 나타나 있다.

첫째, 생명 있는 존재들을 다 포용하기 위해서
둘째, 차례로 평등하게
셋째, 나태심을 없애기 위해서
넷째, 만족함을 알기 위해서
다섯째, 나누어 베풀기 위해
여섯째, 탐착하지 않기 위해
일곱째, 스스로의 양을 알기 위해서
여덟째, 원만하고 선한 품성을 나타내기 위해서
아홉째, 선근(善根)을 원만하게 심기 위해
열번째, 자아에 대한 집착을 버리기 위하여

수행자가 공양을 하는 까닭은 최소한의 양식을 고맙게 받아 수행에 전념하기 위해서이다.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탁발에 대해 설하시면서 강조한 것은 잉여(剩餘)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생명의 존귀함을 깨닫고 무소유를 실천하라는 엄중한 가르침이 담긴 것이다.

불교가 중국에 전래된 뒤 점차 탁발 문화는 사라지게 되었다. 왕실과 부유층이 사원경제를 지원해주었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 사찰을 만들고 왕실과 귀족들이 거대한 토지와 재물을 기증함으로써 불교는 탁발하지 않아도 식생활을 해결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뒤늦게 출발한 선종(禪宗)은 이런 관습을 거부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백장회해(720~814)이다. 백장은 청규를 지어 공동노동을 의무화하고 사찰토지의 경작에 솔선수범했다. 백장 선사의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一日不作 一日不食)'는 말은 수행자들에게 준엄한 죽비가 되었다.

따라서 사찰 음식의 가장 큰 특징은 검소함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젠가부터 사찰음식 문화가 대중에게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그 면면을 살펴보면, 사찰음식과 전통음식의 차이를, 사찰음식과 채식음식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다. 화려한 외양에 번다하기 짝이 없는 조리법을 보고 있으면 사찰음식의 본래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 음식은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공양을 받습니다.”

출가 수행자들이 공양을 받을 때마다 읊는 오관게의 첫 구절이다.
마음의 눈 크게 바라보노라면 우리가 받는 공양물들이 육신을 지탱하는 약이 아니라 독이 된 것만 같다. 쌀 한 톨에도 우주가 깃들어 있을진대 혼탁한 심신에 깃든 쌀 한 톨이 어느 자리로 돌아갈지 묘연할 따름이다.
사찰음식이 지닌 특성, 이를테면, 수행음식, 자연음식, 저장음식, 발효음식 친환경 건강음식으로써의 전통은 마땅히 계승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발우공양의 정신이 잘 계승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붓다 재세 당시 탁발에 대한 계율은 〈사분율〉에 잘 나타나 있다.

탁발한 음식은 정오가 되기 전 돌아오는 길에 다 먹어야 한다. 채 먹기 전에 정오가 되면 그날 식사는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공양 받은 음식이 너무 많은 때는 남겨도 상관없다.
다만, 남긴 음식은 전부 버려야만 했다. 다음날까지 남겨두어서는 안 되었다. 음식을 저장했다가 다음날 또 먹게 되면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받아 두고두고 먹으려 하는 습성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저장된 음식물에 대해 집착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부처님 재세 당시와 달리 중국 선불교에 와서 음식의 저장을 허락한 이유는 생산불교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동북아는 사계가 분명하여서 탁발 자체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일러 준 걸식할 때의 마음가짐만큼은 수행자가 지남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너희들은 마땅히 걸식하는 법을 배우라. 어떻게 해야 비구의 걸식법을 배우는 것인가. 이것에 의지하여 비구들은 생명을 유지해야 한다. 얻은 것에 기뻐하지 말고, 얻지 못한 것에도 또한 (마음이) 변하지 말라. 가령 밥을 얻었을 때에는 생각하면서 먹고, 탐착하는 마음을 내지 말라. 다만 이 몸을 유지하기 위해 얻으려고 할 뿐, 옛 아픔을 없애려고 다시 새롭게 짓지 말며 기력을 회복하도록 해라. 이와 같은 비구의 행을 걸식이라고 한다.”
- 〈증아함경〉에서 인용.

사진 :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스님들이 탁발하는 모습. 탁발문화는 대승불교에서 축소되었지만 공양정신은 청규로 인해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사찰에서 불자들이 김장을 담그는 모습.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