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교과서 집필기준 살펴보니 성과 ‘괄목’

역사-삼국고려시대 역할 인정
도덕-불교 특징 자비의 윤리
의승군 활약 조명 안 돼 아쉬움

2017년부터 적용되는 역사도덕교과서의 불교서술이 보다 확대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소장 법안) 산하 초중고 개편교과서 연구위원회의 제안이 다수 반영됐기 때문이다.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김정배)의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발표에 앞서 본지가 입수한 집필기준 자료에 따르면 중학교의 경우 삼국시대단원에서 고구려백제신라 삼국의 불교수용 사례가 자세하게 서술될 전망이다. 특히 불교가 수용되어 중앙집권국가의 새로운 이념이며 종교로 기능하게 되는 과정과 그 영향에 대해 서술한다고 집필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삼국이 왕권 강화를 위해 이용한 율령 반포관등제와 함께 불교가 중앙집권체제 성립에 끼친 영향을 인정받게 됐다.

물론 삼국의 불교수용은 현행 역사교과서에도 서술돼 있긴 하지만 단순한 언급에 불과할 정도로 미약한 수준이었다. 이어 고려시대 팔만대장경에 대해서는 외적의 침략에 대응한 측면을 유의하면서 서술하도록 해 호국불교의 특징이 잘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내용은 고등학교 한국사에서도 맥을 같이 한다. 더불어 고려시대의 경우 불교유교문화의 특징과 다양성을 별도의 소단원으로 구분했다. 이 단원에서 눈에 띄는 집필기준은 천태종의 성립과 결사운동조계종의 발달에 대하여 서술한다는 대목이다.

현행 교과서에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내용으로 학생들이 한국불교의 역사적 기반이었던 양 종단의 활약상을 배우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단원에서는 불교가 개인 신앙과 사회통합 기능을 담당했으며 정치이념으로 자리 잡았던 유교와는 다른 역할을 수행했음을 유의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당대 문화의 꽃으로 평가받는 지방의 석불, 금속활자와 대장경 조판 등에 대해 다루면서 불교문화의 다양성도 조명하도록 했다.

고려시대 불교에 대해 정치사회 지배 이념으로서 사회통합에 긍정적인 기능을 하였으나,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불교 교단이 비대화되면서 농민의 토지를 침탈하는 등 사회 병폐를 초래한 측면도 있었음을 유의한다는 기존 집필기준은 삭제됐다. 이처럼 개정된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은 불교를 설명함에 있어 시대적 역할에 중점을 맞춰 상세 하게 서술하고 있다. 다만 조선시대 의승군의 활약은 의병과 함께 묶여 현행교과서와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돼 아쉬움을 남겼다.

7차 교육과정(1997년 제정) 당시 역사교과서가 수군과 의병의 활약에서 이순신 장군과 유정 스님의 영정을 나란히 실어 의승군의 공을 인정하고, ‘통신사의 파견에서 유정 스님의 활약을 별도의 각주로 다룬 것과는 대조된다.

역사교과서와 함께 도덕교과서에 문제가 됐던 불교서술도 개정됐다. 현행 도덕교과서에서 불교사상의 특징을 연기적 세계관 주체적 인간관 평등의 세계관으로 정의해 모호함을 나타냈던 부분은 자비의 윤리로 변경됐다. 이는 조계종 측이 제시한 대안을 적극 수용한 것으로 학생들이 불교의 인간관 및 세계관을 탐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한국불교의 특징은 통불교적인 관점에서 화쟁 사상과 선교 통합이 강조되도록 서술했다.

초등학교 도덕교과서에서 종교를 다루는 단원인 자연초월적 존재와의 관계는 인격신을 지칭한다는 지적에 따라 자연초월과의 관계로 변경됐다. 하지만 이 같은 명칭이 종교를 대표하는 표현으로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이번 2015 개정 교육과정과 관련해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 초중고 개편교과서 연구위원회 김형중 부위원장(동대부여중 교장)불교가 억압받던 조선시대에 국난에 맞서 목숨 바쳐 나라를 구한 승려들의 활약이 조명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삼국의 불교수용 의의와 불교의 제대로 된 특징 등 학생들이 꼭 알아야할 사실 등이 추가돼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연구위원회가 꾸준히 활동하면서 교과서 불교서술을 바로잡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 발족한 불교사회연구소 초중고 개편교과서 연구위원회는 그동안 교과서 불교서술의 오류를 주제로 한 공청회 개최, 교육부 및 국사편찬위원회에 개정방안 담은 기안지 발송 등 교과서 불교서술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쳐 가시적인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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