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 것들

원영 지음|나윤찬 그림|불광 펴냄|1만 5천원
수행자로서의 진솔한 고민 전해
“인생 의미, 좋은선택 만드는 과정”
11월 25일 전통공연장서 북 콘서트

불교대학 교수, BBS라디오 〈아침풍경〉 진행자, 강사, 상담가로 활동중인 원영 스님의 두 번째 산문집이다. 스님은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 멘토로 활동하며 ‘마음 간호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특히 가만히 들어주는 위로 혹은 이성적인 충고가 아닌 “괜찮아, 스님도 그랬어”라는 솔직한 대화법이 젊은이들에게 따듯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가야 할 길을 정확하게 가리킨 것이 아니라, 사람들 바로 옆에서 함께 걸어가며 마음의 고단한 짐을 나누는 수행자가 되는 것이 스님의 바람이다.

이 책에서도 스님은 불우하고 불안한 과거와 수행자로서 겪는 고민을 진솔히 드러내며, 삶의 크고 작은 어려움을 어떻게 건너 성장했는지 들려준다. 이를 통해 스님이 전하는 메시지는 ‘지금이라도 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라는 인생에 대한 초긍정이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을 지금 이 순간과 내일의 기쁨을 위한 디딤돌로 쓰자는 것이다. ‘나는 왜 이럴까’ ‘그때 왜 그랬을까’ 하면서 과거의 시간에 매여 우물쭈물하느라 인생의 시간을 흘려버리지 말고 지금이라도, 만나고, 사랑하고, 시작하라고, 그래야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삶에 대한 깨달음은 언제나 지나고 난 뒤의 일입니다. 마치 꽃이 지고 난 다음 씨앗이 맺히듯이 말입니다. 씨앗이 이듬해 싹을 틔우듯, 오늘 우리의 후회와 깨달음 또한 내일을 위해 쓰여야 합니다. 아쉬움으로만 남겨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을 배운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슬픔 속에서 위로를 배우며, 강인함 속에서 부드러움을 배우며, 나약함 속에서 용기를 배웁니다. 자신감 속에서 겸손을 배우며, 외로움 속에서 자유를 배웁니다.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삶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배우고 익히며 조금씩 나아갑니다. 이러한 삶의 태도를 잊지 않고 살아간다면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 지금이라도 알아서 참 다행이야!’”

스님은 수행자의 일상을 솔직하게 그려낸다. 살기 위해서 승려의 길을 택했고, 그러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고뇌하고, 삼천 배를 하다 다리가 아파 울고, 첫 방송에서 부끄러움 때문에 자책하거나, 승복보다 트렌치코트가 멋있게 느껴진 때가 있었다는 등등. 누군가 ‘당신은 누구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저는 소심한 사람입니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고백한다. 스님의 의도(?)는 ‘스님’이란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며, 스스로 선택한 길에서 최선을 다해 걸어갈 뿐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생의 의미는 우리가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있지 않고 좋은 선택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수행자이건 아니건 우리 모두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 선택한 길이니, 끝까지 행복을 만들어가겠다는 ‘해피 마인드’로 살아가자는 스님의 주문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삶의 수행자여,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고, 나의 삶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가끔은 진지하게 물어보라. 이러한 물음들을 놓지 않고 살아갈 수만 있다면, 우리 삶은 분명 날마다 더 좋아질 테니.”

1장 ‘내 삶을 우연에 기대겠습니까’는 선택과 태도에 관한 이야기이다. 스님은 인생의 여정서 통과할 단계들을 건너뛰려 말고, 화려하고 좋아 보이는 것에 유혹당하지 말라고 한다. 용기란 낙하산과 같은 법, 낙하산이 일단 하늘에서 떨어지면 좍 펼쳐지는 것처럼, 시도하는 순간 두려움은 사라진다며 용기를 북돋워준다. 또 끊임없는 욕망과 갈등, 망설임은 나를 힘들게 하고 귀찮게 하는 장애물이 아니라 삶을 더 좋아지게 하는 기회라고 말한다. 우리는 인생의 큰 흐름(선택) 속에 들면 대충 원하는 곳에 닿겠지 생각하지만 인생은 작은 노를 끊임없이 저어나가야 하는 여정이다. 비록 지금 당장 힘들게 보이더라도 좀 더 힘을 내어 걸어가겠다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몸부림치며 어려운 길로 가라는 말이 아니다. 어떤 어려움이든 맞서겠다는 각오를 다지라는 것이다.

2장 ‘기다림은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편에서는 일상의 행복과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스님은 ‘인생의 절반은 꽃. 일 절반, 놀기 절반……’의 글귀를 인용하며 앞만 보지 말고 꽃을 바라보라고 조언한다. 내 안의 작은 욕망에 귀 기울이며 사는 것은 삶을 풀어가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행복이란 무엇을 갖는 것이라고 오해한다. 물질과 돈, 집, 직업……, 그 무엇을 가지면서 얻게 되는 기쁨과 만족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님은 행복이란 발견하는 것, 그리고 지금 내 마음의 상태라고 말한다. 진짜 행복은 과거나 미래에 없다. 지금 가질 수 있는 것이 행복이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고 했다. 왜냐하면 지금, 언제나 행복하기 때문이다. 따듯한 눈길로 당신의 일상에서 작은 행복들을 찾아보라고 스님은 권한다.

이외에도 마지막 제 4장 ‘행복을 준비하는 사이 행복은 지나간다’ 편에서는 작은 일에도 상처받고 깨지기 쉬운 소심한 마음을 어떻게 할까에 대한 스님의 해답이 들어 있다. 스님은 평소 운동하듯 마음의 근육을 단련시키라고 한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한 번. 복습할 수 없지만 그래도 우리는 날마다 조금씩 배운다. 그 작은 깨달음으로 인생을 좀 더 좋은 쪽으로 흐르게 할 수 있다. 스님은 마음에 상처를 입거나 부정적인 감정들이 자리 잡을 때 ‘극복’하려 하지 말고 ‘맞이하자’고 한다. 손님처럼 모시고 다독이고 달래어 잠재우자는 것이다. 가만 보면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불행에 빠져 있다. 모든 사람들이 불행을 하나 이상씩 갖고 있기 마련이다. 어쩌면 불행은 우리가 인생을 진지하게, 성실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한 선물 아니겠느냐고 스님은 되묻는다. 한편 원영 스님은 11월 25일 서울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2층 전통문화예술공연장서 ‘북콘서트’를 진행했다.

〈인생을 좋은 쪽으로 흐르게 하는 행복한 마음 습관 10〉

1 계속해보는 것이 부끄러움을 없애는 길이다.
2 귀로 들으면 의심스럽지만 마음으로 들으면 진실하다.
3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듯 좋은 이별도 노력하라.
4 타인의 기억은 인생을 복습할 기회다.
5 남의 말보다 나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귀 기울여라.
6 좋다거나 싫다거나 하는 감정에 치우치지 마라.
7 나보다 잘나가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라.
8 상처받은 ‘나’는 과거에 두고 오라.
9 서둔다고 빨리 배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10 사랑을 알면 인생은 완성된다.

▲내가 만난 원영 스님 - ‘청년출가학교’서 만난 청년들 이야기

“스님은 은근히 감춰지고 포장된 나의 잘못을 여지없이 건드린다. 둘러대려던 나는 뜨끔해진다. 결국 내 잘못된 생각을 인정하게 되고 그러고 나면 마음은 처음보다 더 편안해진다. 나는 스님의 이 시원한 직설을 좋아한다. 이것저것 따지고 재면서 엉킨 생각들을 딱 한 마디로 ‘핵심 정리’해줄 때는 죽비를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든다.” 〈권은경(엔지니어)〉

“스님과의 대화는 어떤 주제라도 가능하다. 맛집이나 영화, 연예인 이야기도 스스럼없다. 이런 스님의 모습이 특별하게 느껴지지만, 요즘 젊은 세대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주는 스님만의 방식임을 나는 알고 있다. 스님을 알게 된 뒤 모든 걱정이 마법같이 없어졌다면 거짓말이다. 지금도 여전히 하루가 두렵고 잘 살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하지만 지금은 계획한 길을 걷는 것만큼이나 주변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스님에게서 배웠다.” 〈유진영(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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