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석구 교수의 불교와 유교 강의

불교와 유교의 융섭 통해 새 철학 정립
체험으로 학문 체계화 철학의 종착역
1966년 월남전 파병서 ‘죽음의 문제’ 사유
“직접수행 통한 가르침이 진정한 학문의 길”
율곡 사상 핵심…“행동 바르게 하는데 있어”

저자 송석구 교수〈오른쪽 사진〉는 불교와 유교의 융섭을 이루어 새로운 철학을 정립해 내고자 힘써 온 원로 학자이다. 저자는 자신의 학문 역정을 대표할 만한 저작으로 〈송석구 교수의 불교와 유교 강의〉와 〈송석구 교수의 율곡철학 강의〉 등 두 책을 선정해 동시에 펴냈다.

△〈송석구 교수의 불교와 유교 강의〉/ 송석구 지음 / 예문서원 펴냄/ 3만 9천원

저자는 불교철학과 성리학의 영역을 넘나들며 일심 및 리기 문제 등에 대한 해명을 시도했고, 그 결과 자신의 철학적 체험을 학문으로 체계화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바로 〈송석구 교수의 불교와 유교 강의〉이다. 이 책은 1987년 사사연서 펴낸 〈한국의 유불사상〉의 전면 개정판이다.

저자인 송석구 교수는 철학자요 교육자이다. 그가 대학교때 매달린 삶의 화두는 ‘나는 누구인가?’ ‘내가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인가’ 등등 철학적인 것이었다.

그의 대학시절에는 그를 방황 하게끔 만든 시대적 사건이 즐비한 것도 요인이었다. 4. 19혁명과 자유당 정권의 몰락, 뒤이은 5. 16 군사혁명 등은 그를 방황과 절망으로 이끌었다. 그 시절 저자를 일으켜 세워 준 것이 바로 〈금강경〉의 한 구절이다.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다 허망하니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 아닌 것으로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 이 구절은 허망과 상 아닌 것으로 보라는 두 개의 의미지만, 그 당시 저자는 허망이라는 단어에 더욱 천착했다. 느끼는 지금의 현실이 너무 허무, 허망, 허상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허망하다고 느낄 때 허망을 딛고 일어서야 새로운 삶이 펼쳐지는 것이다. 마치 땅에서 넘어진 자가 그 땅을 딛고 일어나듯이 말이다”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자신의 학문적 귀결점을 불교와 유학으로 보았다. 저자는 “동양철학이 내 삶의 지향점과 일치하지만 논리적 비약과 애매성이 있었다. 동양 철학의 성인, 불교의 깨달음은 논리적 한계서 직관적으로 넘어가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세계가 아니던가? 나는 서양철학적 훈련을 거쳐 종국에는 불교나 유학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한다.

1966년 저자에게 죽음에 대한 문제를 직접 목격하며 깊게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생겼다. 바로 월남전 파병이다. 죽음에 대한 불안감 극복, 그것은 저자에게 삶의 다른 한 면 이었다. 저자는 책에서 “이 시절 나에게서 삶의 문제가 죽음의 문제로 바뀌기 시작했다. ‘제행무상 제법무아’, 즉 모든 행위는 변화하며 나라는 것은 없다는 의미다. 죽음이 닥칠 때 그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는 것이야 말로 또 하나의 사유체계였다. 나는 비로서 전쟁의 한복판에서 철학에 눈 떴다. 월남전서 철학의 즐거움을 맛본 귀중한 체험을 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박사공부를 할 때 석사 논문 주제인 서양윤리학서 성리학인 율곡철학으로 전환했다. 당시 저자가 겪은 체험 속에서 서양 철학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었던 게 그 이유다.

저자는 직관의 맛이 너무 깊었기 때문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저자는 “나에게 선의 세계와 염불의 세계가 너무 간절히 다가왔다. 수행을 통해 자그마한 빛이라도 봐야 진정한 삶이지 다른 사람의 사상을 지식으로 전하는 것은 결코 의미있는 삶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1977년 저자는 동국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성리학을 강의했다. 그리고 박사논문을 쓰기 위해 대만 국립대 철학 연구소로 유학을 갔다. 1년 동안 〈율곡철학연구〉를 주제로 논문을 썼다. 그런데 문제에 봉착했다. 퇴계 선생의 ‘사단과 칠정’에 대한 율곡 선생의 반론이었다. 퇴계선생은 사단은 ‘이발기수지’이고, 칠정은 ‘기발리승지’로 밝혔다. 그러나 율곡 선생은 ‘이발기수지’는 없으며, ‘기발리승지’로 밝혔다. 그 근거로 율곡 선생은 ‘이통기국’을 제기했다. 도무지 이해가 안간 저자는 거의 2주간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며 생각에 골몰했다. 그리고 마침내 저자는 불교서 그 해답을 찾았다. “불교에서 마음은 하나지만 그것에 의해 이뤄지는 각양각색의 생각과 정은 수없이 많다. 이 마음을 일으키는 본마음이 이(理)이고, 기쁨과 슬픔 같은 개별적인 마음은 기(氣)가 아닌가? 또한 무상무주의 일심이 이통(理通)이고 일심에서 나온 번뇌와 망상 등은 기국(氣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번뇌속에 보리가 있고 망상이 가라앉으면 곧 깨달음이라는 것 말이다.”라며 당시를 회고한다.

불교적 관점서 ‘이통기국’을 이해하면서 저자에겐 새로운 정신적 지평이 열렸다. 송 교구는 성리학의 성즉리와 불교의 일심과 각의 사상을 서로 비교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유학이든 불교든 실천수행에 의한 체험이 전제되지 않으면 학문으로서 얻은 것이 없다고 믿었다. 성리학에서는 마음에서 일어난 것이 도덕적으로 확실히 존재한다고 본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이런 마음이 본래 인연에 의해 나타난 것으로 실재하지 않고 마음까지도 공한 것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성리학에서 도덕적 죄가 성립하지만, 불교에서는 죄가 없고 자비(慈悲)만 있게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이러한 관점을 기초로 유교와 불교를 비교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그리고 펴낸 것이 이 책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일심을 갖기 위해 불교적 체험에 힘을 쏟았다. 내가 일생동안 매달렸던 명제는 윤리학, 성리학, 불교로 이어오면서 체험 철학으로 완성됐다고 할 수 있다. 내 철학의 길의 종착역은 바로 여기이다”며 “이 책은 내 체험 철학을 학문으로 체계화 한 것이다. 일사불란하고 정밀한 것은 아니지만 나의 삶과 학문의 관심을 어느 정도 피력한 논문들을 새롭게 엮은 것”이라고 피력했다.

△〈송석구 교수의 율곡 철학 강의〉/ 송석구 지음 / 예문서원 펴냄/ 2만 9천원

겨울밤 이불 속에서 들은 〈율곡선생전〉서 비롯된 저자와 율곡 선생과의 인연은 불교에 심취한 이후에도 계속됐다. 성리학과 불교를 함께 공부할 수 없을까 하는 간절한 발원을 위해 저자는 다시 대학때부터 묻었던 율곡 전서를 재차 통독했다. 그중 특히 저자의 혼란된 마음을 가라 앉힐 수 있었던 것은 〈성학집요〉에 나타난 수기론이었다. 정심(正心)을 앞에 놓고 입지를 주장하고 교기질을 강조하는 면과 함께 그것을 통해 인간은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다는 데서, 저자는 자신과 용기, 그리고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그의 성의정심이 더욱 돋보였다. 저자는 “천리·천도는 곧 내 마음의 바름과 그 뜻을 참되게 하는 데 있다는 선언은 나로 하여금 고향으로 돌아오게 했다. 그러나 그것이 왜 그러한 것이냐 하는 것은 리기론(理氣論)의 구조로 설명되어야 한다”며 “그 이해는 논리적으로만 되지 않았다. 한고비 한고비마다 대종을 파악하는 체험이 있어야 했다”고 설명한다.

이어 저자는 “율곡 성리학의 특성이 그가 정주성리학의 모방이 아니라 그 자신 성리학에 영향 주던 불교적 체계에도 이미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착안할 때 한국적 성리학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시사되는 바가 많다”고 덧붙였다.

책은 크게 네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서론’ ‘리기론’ ‘심성정론’ ‘수기적 실천론’ 등이다. 서론서 저자는 율곡이 ‘심성정의일로’의 지론을 성으로 승화시키고, 동시에 정심을 주장함으로써 참된 ‘인간됨’ 행위의 객관적 척도를 확립했음을 알 수 있다고 제시한다. 그리고 율곡의 ‘성의정심’ 수기론 연구가 인간 본성을 개명시키고, 그 개명성의 근거를 밝혀 줌으로써 도덕적 주체성의 상실을 회복하게 되고, 선한 행위의 객관적 표준을 제시하는데 성공한다면,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의미를 크게 부여할 것이라는게 저자의 견해다.

저자는 책의 결론부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율곡은 인간이면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천인합일’의 이념을 실현 근거로 인생에 있어서 리(理)는 순선이나 기의 청탁수박에 의해 리의 본연이 엄폐됐으므로 우리는 ‘성의정심’을 통해 이 기의 엄폐를 개명해야 한다는 데서 발견한다”며 “왜냐하면 심은 기이기 때문에 ‘성의정심공부’를 할 수 밖에 없고 이 공부야 말로 곧 수기(修己)의 근본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저자는 “율곡은 성리학이 결코 이론적 지식에만 안주하고 있는 학문이 아니라, 성리의 연구는 오히려 행동을 바르게 하는데 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율곡의 철학 사상 연구〉의 개정판은 〈송석구 교수의 율곡철학 강의〉라는 제목으로 바뀌었다.

저자 송석구 교수는?
충남 대전서 출생했다.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립대만대 철학연구소서 수학했다. 동국대 철학과 교수, 한국철학회 회장을 지냈다. 또한 동국대·동덕여자대·가천의과학대 총장, 사회통합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불교와 유교〉 〈율곡의 철학사상 연구〉 〈무상을 넘어〉 〈지혜의 삶 믿음의 삶〉 〈바람이 움직이는가 깃발이 움직이는가〉 〈한국의 유불사상〉 〈대통합〉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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