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공의 구국정신

경허·만공 선양회 펴냄|옹산 스님 엮음
올해는 우리나라가 과거 일본 식민지로부터 나라를 되찾은 지 7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수덕사에서는 지난 9월 20일 경허·만공 선양회 주관으로 일제 강점기 만공 선사의 독립 정신을 기리고 그 행적을 찾기 위해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는 아직 가려 내지 못하는 독립유공자들을 발굴, 그 반열에 등록시켜 숭고한 애국심과 역사의식을 공고히 한다는 의미에서 정부시책에 부응하는 매우 뜻 깊은 행사였다고 평가 받았다.

이어 덕숭총림 수덕사 경허·만공 선양회 회장 옹산 스님(前 수덕사 주지)은 만공 스님에 관련된 그 간에 밝혀진 연구 자료와 언론에 기사화 된 사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발간했다. 제목은 〈만공의 구국 정신〉이다.

책의 내용을 보면 우선 만공 선사의 알려지지 않은 공적이 주를 이룬다. 만해 한용운 스님에게 은밀히 독립자금을 전달했다는 내용이 현재 생존해 있는 수연 스님(90)의 증언으로 확인됐는데, 이번 책에 수록됐다. 옹산 스님은 “이 것은 그 시대상황으로 봐서 독립 운동에 직간접적인 중요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새로운 증언이란 제목으로 기고한 수범 스님(견성암 선원장)의 글을 보면 “2008년 입적하신 원담 스님으로부터 전해 들었는데 만공 스님이 만해 스님께 전해준 독립자금이 든 보따리를 수덕사서 경성까지 갖고 간 사람이 바로 나(원담 스님)였다고 했다”며 “나도 알고보면 독립 자금을 운반하는 큰 일을 한 사람이랑께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또한 수범 스님은 “만공 스님은 평소 만해가 없는 경성(서울)은 안간다고 할 정도였다고 들었다”고 피력했다.

이번 책에는 몇 가지 저자의 제언도 들어 있어 눈길을 끈다. 그 하나는 독립유공자의 평가 기준과 공적 심사위원들의 사고가 객관적으로 냉철한 것인가 하는 문제다. 만약에 특정 종교집단서만 있던 사례라고 평가 절하된다면 이 것은 정부시책에 역행하는 반국가적인 행위로 볼 수 밖에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또한 저자는 지금까지 묻혀진 독립유공자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정부관계기관서 더욱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것 역시 민간단체나 개인 또는 후손이 숨겨진 증거를 입증해 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찾아 주지 않고 행정 편의의 임무 수행에만 급급하다면 정부 시책에 따른 기대 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란게 옹산 스님의 주장이다.

옹산 스님
책에는 이외에도 만공 선사가 어전회의에서 총독 면전에 대고 호통 친 일화를 극찬한 기사를 비롯해 일제의 패륜적인 만행에 의거 창씨개명을 한 만공 선사의 애국심을 엿볼 수 있는 관련 논문들이 수록돼 있다. 옹산 스님은 “독립유공자 공적심사위원들의 직무와 관련해 제기된 유공자나 그 외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희생된 선열들의 행적을 연구하고 찾아볼 의향은 없는지 묻고 싶다”며 “독립유공자 선정시 서류 심사뿐 아니라 직접 찾아보고 실사해 보는 성의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번 책에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만공대선사가 1937년 일본 총독에게 일할(一喝)한 것을 기념한 덕숭총림방장 설정 스님의 기념 휘호인 ‘대갈일성왜수낙담(큰 소리로 일본 총독의 간담을 서늘하게 해 사기를 꺾어 놓음)도 수록해 놓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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