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베테랑 속 ‘조태호’는 현대 자본주의의 부패한 재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품에 위신 있어야 ‘베테랑’
〈보살내시경〉으로 경제윤리 정립
하심의 수평적 리더십 필요해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이 1,350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흥행 성공의 비결이 무엇일까? 류승완 감독은 액션활극의 베테랑이다. 그러나 ‘베테랑’이 류승완 감독의 전작 영화에 비해 더 액션이 화려하거나 서사가 입체적인 것은 아니다. 외려 복고적이다. 류승완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혔다시피 ‘베테랑’ 액션은 희극적인 요소가 있는 성룡의 액션을 답습하고 있어 그다지 새로울 게 없다.

필자는 ‘베테랑’ 흥행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은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줄거리는 간단하다. 비록 돈은 없을지라도 가오(威信)가 있는 서도철(황정민) 형사가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의 살인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류승완 감독은 “우리에게 이런 형사 한 명쯤 있는 거 좋잖아? 서도철 형사 같은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베테랑〉을 찍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관객들이 재벌 3세에 맞서 끝까지 밀고 나가는 서도철 형사에게 환호하는 이유는 대한민국 재벌이 그만큼 부패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속 조태오라는 캐릭터는 어딘지 모르게 기시감이 들게 한다. SK그룹 창업주 고 최종현 회장의 조카이자 M&M의 대표이사 최철원은 2010년 SK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탱크로리 기사 유모씨를 사무실로 불러 야구방망이로 10여 차례 폭행했다. 최철원은 폭행 후 맷값으로 1,000만원짜리 수표 2장을 건넸다고 한다.

유정환 전 몽드드 대표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졸피뎀을 투약한 상태로 벤틀리를 몰고 운전하다 차량 4대와 추돌하고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당시 유정환 대표는 추돌사고로 자신의 벤틀리가 운행이 불가능해지자 차를 버리고 인근에 있던 아반떼를 훔쳐 타고 달아나기까지 했다.

영화 속 조태오의 모습 그대로이다. 많은 사람이 부자가 되길 바라고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길 희망한다.
부처님은 천한 사람과 귀한 사람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했다.

“태어날 때부터 천한 사람과 귀한 사람이 정해지는 게 아닙니다. 그 행위에 의해서 천한 사람도 되고 귀한 사람도 되는 것이오. 찬다라족의 아들인 마탕가는 개백정으로 불릴 만큼 천한 사람이었지만 최상의 명예를 얻었소. 많은 왕족과 바라문들이 그를 섬기려고 모여들었소. 그는 신들의 길, 더러운 먼지를 털어버린 성스러운 길에 들어섰으며, 탐욕을 버리고 범천의 세계에 가게 되었소. 천한 태생인 그가 범천의 세계에 태어나는 것을 아무도 막을 수 없었소.”

부처님은 타고난 신분에 의해 귀천이 정해지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행동에 따라 귀천이 정해진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경제윤리가 〈보살내계경〉에 잘 나타나 있다. 이 경전에는 상인의 매매에 대한 윤리가 적혀 있다. 그 내용은 ‘남의 재물을 훔치지 말라’,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말라’, ‘무거운 저울이나 가벼운 저울을 가지고 남을 속이지 말라’, ‘커다란 말이나 작은 말을 가지고 남을 침해하지 말라’, ‘작은 자를 가지고 남을 속이지 말라는 것이다.

위 내용에서 ‘저울’이나 ‘자(尺)’라는 단어를 사전적인 의미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법부의 상징인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것도 바로 저울이다. 저울은 공정성의 상징이다.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 부를 축적하면서도 버젓이 법 위에 군림하는 이가 우리 사회에 있어서는 안 된다. 노동의 가치가 바로 서고,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가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부와 권력, 명성을 얻은 자는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듣자하니 서양에서는 사회 지도층이 국민들에게 존경을 받는다고 한다. 공정한 방법으로 부와 권력, 명성을 얻는데다가 사회 지도층이 되고나서는 사회공헌을 통해 모범이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려면 사회 구성원 모두 ‘자타불이(自他不二)’ 즉, ‘나와 남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유례없는 짧은 기간에 근대화를 이룩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리더십은 수직적인 리더십이 아니라 수평적인 리더십입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물은 아무와도 다투지 않고 무엇을 억지로 하는 법이 없다. 그러면서도 만물을 이롭게 한다. 물은 뭇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몸을 두려 한다. 그러므로 궁극적인 진리인 도와 그 성질이 비슷하다. 도를 터득한 사람은 물처럼 낮은 곳에 몸을 둔다. 그의 마음은 못과 같이 고요하다. 그는 베풀기를 좋아한다. 그는 헛말을 하지 않는다. 그는 억지로 바로잡고자 애쓰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가장 능률적으로 일하고, 가장 적절한 때에 움직인다.”

물은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기에 모든 것을 품어 안을 수 있다. 노자가 말한 물의 도(道)는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심과 같다. 그리고 이는 수평적인 리더십이라는 점에서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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