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아름다운 산사 - 홍천 수타사

신라 성덕왕 7년(708)에 창건된 고찰
대적광전, 내부장식 정교하고 빼어나
〈월인석보〉 등 성보문화재 다수 소장

수타사 단풍은 단청보다 화사할 만큼 아름답다. 10월 14일 경내엔 아직 좀 단풍이 이르다. 하지만 2주 후면 짙고 노골적인 빨강과 노랑 단풍이 절을 에워쌀 것이다.

강원도 홍천의 가을은 카메라 렌즈만 갖다대도 그림이다. 드넓은 홍천 땅의 80%이상이 산지다 보니 가을이면 붉은 단풍 산으로 천지가 곱게 물든다. 그중에서 수타사계곡 단풍은 단연 손꼽힌다. 붉은 단풍이 물과 어우러진 풍광은 보는 순간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거기에 일주문 옆 입구에 자리잡은 잘 보존된 공작산 생태숲은 보너스다. 볼거리가 풍부하고 갖가지 식물들이 즐비해 힐링 장소로 적합하다. 공작산은 세조의 비 정희왕후의 태실이라 조선시대부터 보호를 받았다고 한다.

삼성각 뒤 붉은 단풍이 인상적이다.
수타사 주차장을 지나 숲길에 들어서면 숲해설 신청 부스가 나온다. 공작산 생태숲과 산소길의 나무와 꽃, 풀 등을 자세히 해설해 준다. 출발은 부도밭 앞 솔숲이다. 계곡물 건너 수변길에 들어서면 물과 어우러진 오솔길이 운치를 더한다. 또한 각종 나무들서 발생되는 피톤치드가 속세의 찌든때를 말끔히 씻어준다.
신라 성덕왕 7년(708) 때 창건한 수타사는 1300년을 훌쩍 넘은 천년 고찰이다. 오랜 역사에 걸맞게 월인석보(보물 745호) 등 많은 성보문화재가 있다.

수타사에 들어서기 전 시원스레 펼쳐진 연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연지 가운데를 뚫고 이어진 길이 공작산 생태숲의 품 안으로 들어간다. 이 곳은 자생화원, 수생식물원, 계류, 생태관찰로, 숲속교실 등의 이름으로 나뉘었지만 걷다보면 굳이 그렇게 구분치 않아도 보기 좋고 즐기기 좋은 곳이다. 미리 신청하면 숲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즐기는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두 날개를 활짝 펼친 공작새처럼 산자락을 뻗어 내린 공작산은 이름만큼이나 수려한 산세가 수려하다. 공작이 알을 품은 듯한 ‘공작포란형(孔雀抱卵形)’ 명당에 자리 잡은 것이 수타사다.

708년에 창건해 우적산(牛寂山) 일월사(日月寺)라 했는데 누가 지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창건 이후 영서 지방 명찰로 꼽히다가 1457년(세조 3년)에 현 위치로 옮기면서 수타사(水墮寺)라 불렀다. 그후 임진왜란의 병화로 완전히 불타버린 뒤 40년 동안 폐허로 남아 있다가 1636년(인조 14년) 공잠 대사가 중창을 시작해 법당을 다시 지었고, 뒤이어 1644년 학준 스님이 선당(禪堂)을 지었다. 1647년에는 계철 스님과 승가 스님이 승당을, 1650년(효종 1년) 도전 스님이 정문을, 1658년 승해·정명 스님이 흥회루를 건립함으로써 정형된 가람을 갖추게 되었다.

이어 1670년(현종 11년)에는 정지·정상·천읍 스님이 대종(大鐘)을 주조해 봉안하고, 1674년에는 법륜 스님이 천왕문인 봉황문을 세웠다. 1676년(숙종 2년)에 여담 스님이 사천왕상을 조성했다. 그뒤로도 1683년까지 불사가 계속되어 청련당 향적전 백련당 송월당 등의 당우들도 차례로 중건돼 옛 모습이 재현되었다.
1811년(순조 11년)에 지금의 명칭인 수타사로 이름을 바꾸고, 1861년(고종 15년)에 윤치 스님이 중수했으며, 1878년 동선당을 다시 세우고 칠성각을 신축했다. 또한 1976년 심우산방을 중수하고, 이듬해 삼성각을 건립했으며 1992년에 관음전을 신축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존하는 건물로는 대적광전을 비롯해 삼성각 봉황문 흥회루 심우산방·요사채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대적광전(강원유형문화재 17년)은 수타사 중심 법당으로 내부 장식이 정교하고 아름답다. 심우산방 옆에는 강원도보호수 제166호로 지정된 수령 5백년의 주목 한 그루가 있다. 이 주목은 1568년에 사찰 이전을 관장하던 노스님이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땅에 꽂은 것이 자라난 것이라고 하며, 나무에 스님의 얼이 깃들어 있어 귀신이나 잡귀로부터 수타사를 지킨다는 설화가 있다.

이밖에도 보물 제745호로 지정된 <월인석보(月印釋譜)>와 고려 후기의 삼층석탑(강원문화재자료 11년), 홍우당부도(강원문화재자료 15년) 등이 있다. 얼마 전까지 사찰 안에 있던 성황당은 관음전 신축을 위해 철거했다. 사찰 안에 성황당이 있었던 것은 특이한 경우이다.

수타사 입구에 위치한 공작산 생태숲 입구.
수타사 단풍은 단청보다 화사하다. 이토록 짙고 노골적인 빨강과 노랑이 절을 에워싸도 되나 의아할 지경이다. 산에 불을 놓은 듯 아찔한 추색(秋色)이 수행자의 단정한 마음에 도깨비불처럼 번질까 우려되는 고즈넉한 가을 산사는 점점 익어가고 있었다. 


주변 가볼만한 곳


국내 최대 규모 홍천 은행나무숲… 노란 비 내리는 천년 정원
홍천의 가을여행지로 이름난 광원리 은행나무숲 전경. 은행나무 2000여 그루가 심어져 장관을 이룬다.

이미 입소문이 난 홍천의 가을여행지는 바로 은행나무숲이다. 개인 소유의 정원으로 1년 중 딱 10월, 그것도 20일동안만 개방한다. 2,00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심어져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은행나무 숲으로 매년 10월이 되면 노랗게 물든 가을 절경을 감상하러 전국의 많은 여행객들이 찾고 있다. 10월 14일 기자가 찾은 은행나무 숲은 평일인데도 도로가에는 주차된 차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이 숲은 홍천의 동쪽 끝, 오대산 자락과 인접한 내면 광원리에 있다. 국가나 지자체서 관리하는 공원이 아닌 사유지다. 터널을 이룬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 때면 그런 장관이 다시 없다. 홍천 은행나무 숲은 아픈 아내의 쾌유를 바라며 한 군민이 가꾸게 된 숲이다. 1985년부터 25년 동안 단 한번도 개방 하지 않다가 지난 2010년 각종 매스컴을 통해 소문이 나면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는 대표적인 가을철 단풍관광지로 알려졌다.

은행나무 숲은 단 한 그루의 다른 수종도 없이 5m 간격으로 잠실운동장 크기인 4만여㎡의 면적에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은행나무 숲은 가족 나들이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 아름다운 사진을 담고 싶은 사진작가들의 출사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서울서 3시간 정도 걸리는 녹록지 않은 거리인데도 말이다.

숲을 조성한 사연도 노란 은행나무잎처럼 아름답다. 만성 소화불량으로 오랫동안 고생한 아내의 쾌유를 빌며 남편은 은행나무 묘목을 하나둘 심기 시작했다. 30여년 세월이 흘러 묘목은 아름드리나무가 됐고, 아내는 건강을 되찾았으며, 가을마다 노란 비가 내리는 숲에 대한 소문은 홍천을 넘어 널리 퍼져나갔다. 남편은 부부의 정원을 세상에 공개하기로 결심한다. 축복과도 같은 풍광을 널리 공유하고자 한 것. 은행나무 보시 혹은 회향인 셈이다.

아무튼 이 가을에 꼭 가봐야할 명소다. 주소는 강원도 홍천군 내면 광원리 686-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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