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 조계사 신임 주지 지현 스님

수유실·0~4세 어린이집 건립해
가족이 편히 오는 사찰로 ‘일신’
노년 신도 많아…노인대학 설립
“조계사 밴드 만들어 청량사와 합주”

서울 조계사는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조계사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을 중심으로 성역화 불사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이들 사업의 실무적 중심에는 지현 스님<사진>이 있다. 지현 스님은 총무원 총무부장이자 총본산성역화불사 총도감에 이어 최근에는 종단 직영사찰 조계사의 주지로 임명됐다,

그런 만큼 하루 일과도 바쁘다. 조계사의 경우 아침 8시에 사중 일과가 시작된다. 이미 6시에 조계사 교역직·일반직 종무원과 회의를 열고 하루 종무 행정 사안을 점검한다. 총무부장으로서의 일과도 9시부터 진행된다.

눈코 뜰 새 없이 진행되는 일정 속에서도 지현 스님은 조계사를 더 나은 도심포교 도량으로 일신시키기 위한 복안을 머리에 그리고 있다. 실제 지현 스님은 척박했던 농촌 사찰인 봉화 청량사를 20년 동안 한국불교 포교의 모범사례로까지 일궜던 ‘포교의 달인’이다. 최초의 산사음악회부터 최근에는 사찰 첫 모유 수유실 설치, 청량사 어린이 밴드까지 스님이 시작한 포교 사업은 곧 누구나 벤치마킹하고 싶어하는 모델이 된다.

“조계사는 사중에 활기가 넘칩니다. 일일 자원봉사 인원만 150명입니다. 이들은 직원보다 먼저 나와서 하루 일과를 챙깁니다. 중고등학생들도 70~80명이 법회에 나오더군요. 포교 자원은 여느 사찰 못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조계사가 그간 간과했던 부분이 있다는 게 지현 스님의 주장이다. 먼저 꼽은 것이 노년 계층이다. 노년을 위한 포교 콘텐츠가 부족하는 것이다.

“조계사에는 노년 계층 신도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노인들을 위한 강좌나 시설이 부족해 보입니다. 먼저, 노년층은 법당에 오래 앉아 있기 어렵습니다. 이들이 기도를 하다가 편하게 잠시 쉴 수 있는 법당 내 공간이 필요합니다. 또한 불교대학은 있는 데 노인대학이 없어요. 노인대학도 개설할 생각입니다.”

가족과 어린이, 청소년 포교에 대해서는 봉화 청량사에서의 경험을 십분 살릴 계획이다.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은 모유 수유실이다. 가족 단위 참배객, 관광객들이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모유 수유실은 경내 관음전 인근에 설치될 예정이다. 또한 조계사에 오래 전부터 요구됐던 어린이집 설립도 구상 중이다.

“모유 수유실은 엄마들이 아기들의 기저귀와 수유할 있는 곳으로 가족 단위 참배객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공간입니다. 모유 수유실은 11월 중 개설하려고 합니다. 또한 주위에 회사들이 많은 데 아이들을 믿고 맡길 곳이 드뭅니다. 이를 위해 0~4세를 위한 어린이집 개원도 구상 중에 있습니다. 어린이 청소년들에게는 ‘재미’가 중요합니다. 이들이 재미있게 사찰에 올 수 있도록 밴드, 영어·중국어 강좌 등을 개설할 계획도 있습니다. 조계사 어린이 청소년 밴드가 결성되면 청량사 어린이 밴드와 합동 공연를 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입니다.”

지현 스님이 그려내고 있는 포교 아이템은 많다.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법당에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총본산 성역화와 더불어 지역 주민과 인근 회사원이 함께 할 수 있는 도량으로서의 면모를 이루는 것도 기획 중이다.

“조계사만의 특성을 하나 하나 살릴 수 있는 불사를 할 것입니다. 인근 직장인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조계사, 이렇게 변했으면 좋겠다’ 설문조사도 할 것입니다. 지역 사회의 중요한 포교 도량으로 조계사를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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