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 속엔 당신이 원하는 삶이 없다

고카미 쇼지 지음|정은영 번역|북스넛 펴냄|1만 1200원
인기속 진행된 저자의 특강 묶어
성취감 높은사람 고독과 불안감 커

어느 나라에 살든, 나이가 젊든 연륜이 있든, 남자든 여자든, 사회적인 지위가 높든 낮든, 우리는 피해갈 수 없는 곡예길 같은 인생의 시간들을 보낼 때가 있다. 힘든 시간을 보내는 당사자에게 위대한 철학적 가르침이나 종교적 믿음은 받아들이기 버거운 생각의 짐만 더 쌓이게 만든다.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여러 해 동안 고민상담소를 운영한 결과,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의 주제는 고독과 불안이었다. 그러한 학생들의 고민 해결을 위해 와세다 대학 측은 고독과 불안을 주제로 인생 특강을 개설했는데, 이 책은 저자가 와세다 대학에서 6년 동안 강연한 바로 그 인생 특강의 주요 내용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시종일관 부드럽고 상냥한 어조로 삶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왜 가짜 고독에 휘둘리는가, 자신의 가치가 묻히지 않는 삶이란 무엇인가, 고독은 어떻게 사람을 성장시키는가, 나를 상처 입히는 것은 무엇인가, 무리 밖의 삶은 왜 더 빛나는가 등, 피할 수 없는 인생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고독과 불안을 무마하기 위해 ‘수상한 신앙’이나 ‘점술’ ‘실체가 모호한 국가론’ ‘자식에 대한 집착’ ‘사기에 가까운 돈벌이’ 혹은 ‘길들여진 일꾼을 좋아하는 회사’에 매달리기도 한다. 고독과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리에 들어가지만, 무리 속에서도 고독과 불안은 떨쳐낼 수 없는 것이 삶의 본질이다.

이 책은 고독과 불안을 어떻게 다루는지 방법론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것은 방법을 써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고 성장하고 죽을 때까지 고독하고 불안한 것이 인간의 삶인데, 그것을 떨쳐내는 방법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할 수 있는 일은 고독과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마음을 갖는 일이다. 무리에 섞여 있어도 피할 수 없는 것이 고독과 불안이라면, 그것을 마음에서 없애거나 피하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피하지 않는 마음이 삶을 조바심치지 않게 하고, 당당하고 긍정적인 힘을 자아낸다는 것이다. 혼자는 불안하고 비참하고 창피하다고 느끼는 마음은 고독을 피해야 할 부정적인 대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폭발적인 인기 속에 진행되었던 저자의 와세다 인생 특강은 이렇게 책으로 출간되어 일본에서 3년 연속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그 만큼 일본 사회 역시 개인들의 고독과 불안이 하나의 대중 심리 현상임을 증명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안정된 사회에 사는 사람일수록, 그리고 개인적 성취가 많은 사람일수록 그들이 느끼는 고독과 불안은 평균치를 넘어선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의 말처럼 “당신이 되고 싶어 하는 그 사람도 고독하고 불안한 것”이 다가올 사회의 심리적 특징이라면, 우리 역시 앞으로의 그런 삶에 당황하지 않을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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