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 진명 스님(조계종 前 문화부장), 이종만 좋은벗풍경소리 대표

10월이면 전국 산사에서는 일제히 가을 축제가 열린다. 어느 순간부터 사찰 문화 축제는 불교 문화계 트렌드가 됐다. 사찰 문화 축제는 지역민과 소통하고 불교를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비슷한 포맷에 문화 축제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사찰 문화 축제 활성화 방안을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편집자주〉

“사찰마다 색깔있는 콘텐츠 개발하자”

진명 스님

조계종 前 문화부장

▲ 진명 스님(조계종 前 문화부장)

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가을이 오면 산사는 오색단풍으로 물든다. 이 시기에 맞춰 전국 산사에서는 가을

축제를 연다. 가을 산사 축제는 어느 순간부터 불교 문화계 트렌드가 됐다. 이를 통해 지역민과 소통하고 불교 문화를 알리는 포교 수단이 됐다. 긍정적 효과가 많으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적지 않다.

먼저, 목적 의식의 부재다. 도반의 사찰, 이웃 사찰에서 문화 축제를 하니 우리도 한다는 식의 접근은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사찰의 문화 축제는 음악회와 체험행사 등이 주를 이룬다. 당해 사찰만의 특색을 찾아보기 힘들고 천편일률적이다.

또한 사찰 축제가 규모만 커지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사찰 축제 빠지지 않는 음악회의 경우 사람을 모으기 위해 무리하게 대형급 가수들을 부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사찰이 아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규모만 큰 문화행사가 되어 버린다.

사찰의 문화 축제는 기본적으로 불교적 심상이 담겨 있으면서 당해 사찰의 특성이 드러나야 한다. 이를 통해서 문화 사각지대에 있는 지역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장이 되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사찰 문화 축제는 계획을 세우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축제 계획한다면 우선적으로 당해 사찰만이 가지는 색깔있는 콘텐츠 개발을 주문하고 싶다.

한 가지 모범 사례를 들자면 강원도 홍천의 백락사다. 백락사는 매년 ‘강원환경설치미술대전’을 개최한다. 올해로 10년을 맞은 백락사의 환경설치미술대전은 자연과 미술이 한데 어우러지는 격조 높은 문화 행사이다.

사찰 문화 축제는 이제 콘텐츠 개발에 힘써야 할 때이다. 특색있고 재미있고 유익한 문화 축제를 개발해 국민들에게 회향해야 한다.

 

비슷비슷한 산사음악회 이제 그만

이종만

좋은벗풍경소리 대표

▲ 이종만 좋은벗풍경소리 대표

산사음악회가 상업적이라는 비판은 맞지 않다. 많은 사찰들이 어려운 와중에도 포교의 일환으로 산사음악회를 진행하고 있다. 즉, 이윤을 남기고자 하는 것은 아니기에 상업적으로는 볼 수 없다.

문제는 일반적인 다른 축제와 차별성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이축제’와 산사음악회의 차이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역적 특색을 고려하지 않은 산사음악회 개최가 늘어났다. 도심지의 사찰과 산중의 사찰은 문화적 배경이 다르다. 도심 사찰의 경우 주변에 많은 문화공연의 기회가 있기에 불교적 색채를 강하게 띤 음악회를 해야함에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산중의 사찰 또한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지역민들이 산사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는 기회가 되기에 사찰만이 지닌 특색이 있는 문화행사로 진행해야 함에도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다.

그 이면을 보면 불자 연예인이나 가수들을 폭넓게 활용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은 사찰의 경우 주지 스님이 행사진행을 도맡아 하거나 종무소 직원들이 하는 상황이다. 기획력이 부족하기에 ‘내가 아는 A가수가 있는데 그 가수 부르면 되지 않을까’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결국 차별성이 없어 찾는 이들이 줄어들다 보니 유명연예인 초빙과 같은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지방 사찰은 재정의 한계가 있다보니 결국 산사음악회가 줄어들게 된다. 현재 산사음악회는 활황기인 2000년대 초보다 대폭 줄어든 상태다.

산사음악회는 산사만의 매력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자리로 지역주민들이 산사에 모여 불교문화를 향유하는 자리이기에 현재보다 보다 적극적으로 불자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불교문화를 알리는 방향으로 바꿔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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