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세상보기 -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많은 길고양이 누가 유기했나

생명 상품화하는 세태가 문제

생명 존중의 문화 만들어 가야

▲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최근 길고양이를 돌보던 분들이 아파트 옥상에서 던져진 벽돌에 의해 사망하고 다친 사건이 보도되고, 잠시나마 길고양이를 돕는 분(캣맘)들과 이를 싫어하는 주민들 간의 다툼으로 오인되었다.

한국사회에서 길고양이를 포함해 주인 없는 반려동물이 주민들의 불편함으로 자리 잡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으나, 최근 들어 결코 방치할 수 없는 현실적인 사회문제로까지 등장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반려동물 중에서 개보다 사람과의 사회성이 떨어지는 고양이는 한번 사람 곁을 떠나 길고양이가 된 후에는 다시 사람 품으로 돌아오기 힘들어 입양도 그리 쉽지 않아 대부분의 길고양이들은 먹이를 찾기 쉬운 사람 주거 환경 내의 골칫거리로 자리 잡는다.

사람의 생활공간 속에 야생화된 유기동물들이 만들어 내는 소음, 냄새 및 지저분함으로 인해 주민들이 겪는 어려움도 결코 적지 않다. 적절한 대책이 없는 한 일부 주민들처럼 야생화된 길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이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버려진 고양이들이 도시 주민들과 갈등을 빚는 상황은 외국 대도시에서도 마찬가지라서 다양한 대책이 시도되고 있다. 다행히 기본적으로 생명 존중의 관점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대표적 사례로는 수만 마리 길고양이에 대한 뉴욕의 길고양이 대책에서 볼 수 있다.

두 단계 대책으로 이뤄진 뉴욕 대책은 우선 첫 단계로서 길고양이를 포획해 불임수술을 한 후 다시 놓아주고, 다음으로는 자격증을 취득한 자원 돌보미(국내의 캣맘)들이 길고양이의 특정 군집 단위를 맡아서 관리하는 방식이다.

중성화된 특정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길고양이를 관리하는 캣맘들이 다른 길고양이들이 해당 군집에 유입되는 것을 막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리하고 있는 길고양리 군집이 자연스레 축소되고 사라지게 만드는 방식이다.

서울시에서도 주민의 민원 증가와 더불어 주민과 캣맘 간의 갈등이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동물 복지와 더불어 버려진 반려동물과 불편함을 호소하는 주민 간의 조화로운 공존 방식을 찾고자 동물복지과를 신설해 캣맘 인증제를 포함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나 한정된 예산과 더불어 조직화된 자원봉사자 확보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동물에 대한 낮은 인식이 있는 우리사회에서 과연 생명존중을 말하는 불자들의 역할과 기여는 없을 것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내의 많은 유기동물은 대부분 주인이 버린 경우로써 반려동물도 가족 구성원이라는 것을 잊고 단지 필요하면 얻고 귀찮으면 버리는 것이라는 식의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유기동물의 증가 상황에는 희노애락의 감정을 지닌 생명체로서의 동물을 단지 공산품이나 물건으로 바라보는 폭력적이자 무지한, 너무도 비불교적인 인식이 있다.

그러나 불가에서 생명 존중은 단지 산다, 죽는다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의 평안과 안위를 의미한다. 생명체는 누구나 고통을 느끼고 두려움을 지니고 있기에 같은 생명체로서 이에 연민이 마음을 지니며, 또한 모든 생명체는 우주의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각자만의 삶을 지닌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존재라는 점에서 결코 소홀히 대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우리 사회에서 버려진 반려동물과 주민간의 문제는 단지 도시 내 유기동물과 주민간의 갈등을 넘어 버려진 동물을 보살피려는 이들과 주민이라는 사람 간의 분쟁 모습으로 계속 심각함을 더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

불교신자로서 불살생이라는 생명 존중 가르침은 생명체의 생사를 넘어 모든 생명체의 안위라는 점에서 버려진 반려동물을 줄이고, 또 이미 버려진 생명체를 돌보면서도 이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주민의 마음마저 살필 수 있는 문화와 사회 체제 만드는 데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실현시키도록 힘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런 상황 인식은 개인 불자를 넘어 종단 차원에서의 대사회적 대책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음은 더 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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