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윤 경허·만공선양회 자문위원( 前 중앙일보 종교전문 대기자)

만공의 할, 일제의 골수 풍비박산 시키다
항일독립 본질인 민족 정체성 사수
총독 꾸짖은 一喝 생사초월의 항일
“독립운동 개념 새롭게 확립돼야 할 때”

조선불교계에 대한 일본의 내선일체 정책에 강력 항거한 것으로 알려진 만공 선사가 독립유공자로 선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교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7월 경허·만공 선양회가 만공 스님을 일제 식민지 불교정책에 항거한 독립유공자로 선정해 줄 것을 국가보훈처에 요청했으나 현재 심의 보류 상태다.
이에 경허·만공선양회 자문위원인 이은윤 前 중앙일보 종교전문 대기자는 10월 13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시대가 발전되고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갔으면 항일 독립운동에 대한 개념도 업그레이드가 돼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과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정부가 항일독립운동을 인정하는 기준이 폭탄 투척, 무력투쟁, 투옥 등을 삼는데 이것은 형이하학적이고 문화수준이 낮은 나라에서나 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선진국 대열에 낀 우리나라의 수준을 고려하면 정신적인 측면을 봐야한다. 그 투쟁이 오히려 값지다고 볼 수 있다. 정신적 항일독립운동의 가장 모범적인 모델이 바로 만공 선사이다. 이제부터 독립운동의 개념을 새롭게 확립해야 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만공 스님은 식민정책에 의해 왜곡된 조선불교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일제에 맞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조선총독부가 조선불교의 전통 수행방식을 왜곡시키려 하자 총독에게 호통을 친 일화는 유명하다. 1937년 3월 11일 총독부가 조선 13도 도지사와 31본산 주지들을 초청하고 ‘조선불교 진흥책’을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이 ‘진흥책’은 조선 승려들이 일본식 혼례를 올리게 하고 음주와 육식을 하게 하는 등 조선불교의 전통을 훼손하는 내용이었다. 만공 스님은 前 총독 데라우치는 조선불교를 망친 사람으로, 전 승려로 하여금 대처, 음주, 식육을 마음대로 하게 해 부처님의 계율을 파하게 한 불교에 큰 죄악을 지은 사람이라고 비판하고 조선불교에 대한 간섭을 멈추라고 일갈했다.

이 외에도 만공 스님은 1941년 식민불교정책 항거를 위한 고승대회를 주도하고 1942년 조선광복을 기원하는 천일기도를 하기도 했다.

이은윤 위원은 “독립운동의 최종 목표는 민족 정체성을 수호하는 것입니다. 중국은 5천년 동안 민족 정체성을 지켜왔기에 오늘날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것입니다. 황하 갠지스 메소포타미아 나일강 등 고대문명은 모두 소멸 됐지만 중국만은 중화민국이라는 문명이 버젓이 살아 있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만공 선사도 어전회의서 당시 절대 권력인 미나미 총독을 향해 목숨을 걸고 할을 했습니다. 민족 정체성을 말살시키려는 일본을 꾸짖은 것입니다. 생사를 걸지 않았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잠시 후 이은윤 위원은 격앙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할을 함으로서 일제 침략의 핵심인 우리 민족의 정체성 말살 야욕에 도끼질을 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것은 폭탄을 던진 것 보다 몇 배의 위력을 가진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만공 스님의 할은 무한한 정신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규정돼야 합니다. 아울러 앞으로 이런 독립운동 개념과 유공자 선정 기준이 발전돼야 하고 수정돼야 하지만 관계자가 세속적인 인식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할도 어떻게 보면 행동을 보인 것이기 때문에 결코 무형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단계 더 진화된 다른 차원의 영원한 독립을 지향한 것입니다. 우리는 그 무한한 정신적 가치를 높게 사야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은윤 위원은 “만공 선사가 독립유공자로 선정돼야 하는 또다른 이유는 창씨개명을 끝까지 거부하며 절개를 지킨 것입니다. 그리고 삼청공원서 밤에 만해 스님을 만나 독립운동 자금으로 쓰라며 돈을 전해줬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일제가 한국불교를 다 매수하고 조작해서 일본불교와 합치려 했는데 그것을 막기 위해 선학원을 설립해 유교법회를 주도 했다는 점도 큰 공적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 불교계가 만공 선사의 민족 정신을 후학들도 본받고 선양할 수 있도록 독립 유공자 선정에 힘을 모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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