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학 스님, 12일 봉은사 주지 이임 소회 밝혀

16일 인수인계…“2개월 전 의사 밝혀”
봉은사역ㆍ중창불사 착수 성과 꼽아
봉은사서  <금강경> 강설 등 진행 마무리
“신도 일부에 사찰 전체가 흔들려선 안돼”

“봉은사와의 인연이 다해 떠나가는 것 일 뿐입니다. 이제 수행자의 본분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이미 두달 전 해인사 주지 선거 뒤 총무원장 스님에게 편지로 주지 소임을 내려놓겠다고 뜻을 알렸습니다.”

서울 봉은사 주지 원학 스님이 10월 12일 봉은사 다래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원학 스님은 10월 16일로 2년 동안의 봉은사 주지 소임을 내려놓는다.

원학 스님은 먼저 “운수납자는 구름따라 물따라 인연 닿는데로 가는 것”이라며 “토굴로 내려가 수행자로서의 본분을 지키며 공부하는 모습으로 살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스님은 갑작스런 주지직 이임에 대해 이미 총무원장 스님과의 조율이 있었다고 전했다.

스님은 “해인사 주지 선출 과정에서의 갈등이 비춰지며 재적승과 동문들에게 사과를 표명한 뒤 총무원장 스님께 주지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의사를 전했다”며 “원장 스님이 기다려달라는 말과 함께 추석 명절과 맞물려 이제야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원학 스님은 경북 삼화사로 내려가 수행에 매진하는 한편 매달 한번 씩 봉은사에서 그동안 진행 중인 <금강경 야부송> 강설 등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원학 스님은 임기 내 가장 큰 업적으로 봉은사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닦고, 예산을 확보한 것을 들었다.

스님은 “누가와도 할 수 있었다는 말도 있지만, 밤낮으로 사람들을 만나가며 일궈낸 결과”라며 “기반을 닦았다고 생각한다. 후임으로 오는 분이 잘해주실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스님은 기독교계의 반발 속에 이뤄낸 봉은사역 역명제정 또한 성과 중 하나로 꼽았다. 스님은 “역이 들어선 이후 봉은사는 강남의 불자들에서 강동과 강북권의 불자들도 찾는 사찰로 영향력을 넓히고 신도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스님은 중창불사 과정에서 일부 신도들과의 갈등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스님은 불사에 대한 이견으로 인한 갈등으로 최근 제명된 신도들이 봉은사 등지에서 시위를 벌인데 대해 “일부 신도들로 인해 사찰 전체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며 “재야단체들도 소수신도들의 이야기만 듣고 이를 두둔해서는 안되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면 순수성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스님은 “지관 전 총무원장 스님을 모실 때 총무원장 실에서 스님이 틈틈이 경전번역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곤 했다. 그때 수행자가 어떤 소임을 보더라도 저런 본분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먹을 갈고 직접 그릴 수 있으니 상상만 해도 즐겁다. 당분간 삼화하서 작품활동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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