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잡스 사망 4주기 즈음하여

 

▲ 생전의 스티브 잡스(1955년 2월 24일~2011년 10월 5일)의 모습. 미국 애플사의 창업자로 맥킨토스 컴퓨터를 선보였으며, 이후 애플을 잠시 떠나 있기도 했다. 애플 CEO로 복귀해서는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출시하며 전 세계 IT 시장을 선도했다. 이런 그의 바탕에는 젊은 시절부터 심취했던 선불교가 있었다.

“완벽은 보탤 게 없는 것이 아닌

더 이상 뺄 게 없는 상태이다”

스티븐 잡스 사망 4주기(10월 5일)를 맞아 각종 언론에서 그의 삶과 정신에 대해 보도하였다.

많은 젊은이가 인생의 멘토로 스티븐 잡스를 꼽는다. 부자였기 때문일까? 성공했기 일까? 아니다. 창의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태어나자마자 대학을 나오지 못한 어머니와 고등학교 졸업하지 못한 아버지에게 입양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그 자신도 대학을 나오지 못하였다. 심지어 자신이 설립한 애플사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자신이 고용한 사람이 자신이 해고를 당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재기에 성공하였고 다시 애플사를 이끌었다.

췌장암으로 죽기 몇 년 전인 2005년 그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연설을 했는데, 그 연설문은 이렇게 끝이 난다.

“끊임없이 갈구하라. 바보짓을 두려워 말라.”

스티브 잡스는 마이다스(Midas)의 손을 지녔다.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 그래픽 회사를 인수하여 이름을 픽사로 바꾼다. 그리고 10년 동안 6천만 달러를 투자하여 할리우드 최고의 애니메이션 회사로 성장시킨다. 10억 달러의 적자를 낸 애플사를 1년 만에 4억 달러에 가까운 흑자를 내도록 운영하기도 했다. 애플 리사(Lisa),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그가 만든 제품들은 모두 대중에게 사랑을 받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스티븐 잡스의 제품들은 기능이나 디자인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 공통점은 단순하다는 것이다.

스티븐 잡스는 아이팟을 만들면서 전원 버튼을 없애라고 지시하였다. 스티븐 잡스의 발상은 실로 놀랍다. 스티븐 잡스는 모든 기기에는 전원 버튼이 있어야 한다는 발상을 뒤집은 것이다.

이처럼 스티븐 잡스의 발상이 혁신적인 이유는 명상수행을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스티븐 잡스는 대학을 중퇴한 후 사과 농장에서 일하다가 오토가와 고분 치로라는 일본 승려를 만났다. 스티븐 잡스는 인도 히말라야에서 7개월 동안 수행을 하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는 명상 수행 경험을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명명할 정도였다.

“완벽이란, 더 이상 무언가를 보탤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고, 더 이상 무언가를 뺄 것이 없는 상태이다.”

스티븐 잡스의 이 말은 대단히 선적(禪的)이다. 삶도 무엇을 더 보태려고 할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무언가를 뺄 것이 없을 때 완벽해진다.

소동파와 양대라 하여 소·황(蘇·黃)이라 불렸던 송대 시인인 황산곡(黃山谷)은 회당(晦堂) 조심(祖心) 선사를 찾아가 선법의 요체를 물었다. 그러자 회당 선사는 “나는 자네한테 숨긴 게 없다.”고 가르쳐 주었다.

황산곡이 회당 선사의 말에 사족을 붙여가며 풀이하려고 하자 회당 선사는 “그게 아니다.”고 꾸짖었다.

어느 날 황산곡이 회당 선사를 따라 산행을 가게 되었다. 때마침 물푸레나무꽃이 만개하여 그 향기가 계곡에 가득하였다. 회당 선사가 황산곡에게 물었다.

“물푸레나무꽃 향기가 나지 않나?”

“예, 납니다.”

“나는 자네한테 조금도 숨긴 게 없네.”

그 순간, 황산곡은 도(道)의 편재성(遍在性)을 명명백백(明明白白)하게 깨쳤다고 한다. 이처럼 선(禪)은 정신세계를 소조(塑造)하는 과정이다.

스티븐 잡스는 진정한 창의력은 욕망할 때가 아니라 지족할 때 완성된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회당 선사는 숨김없는 마음이 바로 지극한 깨달음임을 일깨워준다.

 

▲ 스티브 잡스가 세상에 내놓은 제품들. 왼쪽부터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모두 아이콘을 최대하게 단순화 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