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사회 불교적 대안은- 혐오사회 극복 어떻게?

만당 스님 (조계종 종교평화위원장)
종교 혐오, 종교 목적 몰이해로 발생
한국 사회 內 혐오·차별 심각한 수준
증오범죄 인식 개선할 法 제정 필요

무원 스님 (천태종 삼광사 주지)

글로벌 시대, 외국인 혐오는 공멸의 길
‘易地思之’의 마음으로 넓게 사고해야
사찰에도 다문화를 위한 공간 만들어야

박광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
종교 갈등에 정부·사법부는 뒷짐만
훼불 등 증오범죄는 반사회적 행위
공존위해 증오방지범죄법 제정돼야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

혐오는 소통 無… 자폐적 폭력 현상
불확실한 미래, 젊은이들 분노 표출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공간 필요

고영섭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미움과 혐오는 나에게 돌아온다
자존감 낮아진 젊은이들과 대화를
자학 문화, 자기 존중으로 이끌어야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장)

혐오 문화, 무한 경쟁 사회서 기인
‘맘충’ 나온 이유에 대해 생각해야
불교가 전 세대 공론의 장 만들자

한국 사회에서 ‘혐오’라는 말은 매우 흔하게 사용되는 단어이다. 혐오 문화의 중심인 ‘일간 베스트 저장소’에는 김치녀·보슬아치(한국 여성 비하), 홍어(전라도 비하), 좌빨좀비(진보 진영 비하) 등의 혐오 표현이 아무렇지 않게 통용되고 이는 온라인 상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혐오, 경쟁사회가 만든 괴물
전문가들은 혐오 문화의 확산이 경쟁사회가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 소장은 “현재의 혐오 현상은 단순히 가해자의 일방적 억압, 분노의 표출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 전반적인 현상 속에서 살펴봐야 한다”면서 “신자유주의 경쟁사회에서 현재 젊은이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기가 힘들다는 피해의식이 젊은 세대에 굉장히 팽배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나 약자에 대한 배려,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의 존중 등이 이미 무한경쟁사회에서 사라지게 됐다”면서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도 안되고 연애·결혼도 못하는 현실에서 누구를 배려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혐오는 폭력 현상임을 분명히 하며 그 원인을 사회 구조 안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성택 교수는 “젊은이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고 있고 이에 대한 분노와 좌절감이 상당하다. 분노로 인한 공격 대상을 사회 구조가 아닌 자신보다 하위 계층에서 찾는다”면서 “지적과 비판이 아닌 일방적인 증오는 소통도 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일베 등에서 이뤄지는 혐오는 자폐적인 폭력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가부장제와 양성평등 사이에서
최근 여성혐오가 문제되고 있지만 여성계에서 여성 차별과 혐오는 낯선 용어가 아니다. 중세시대 마녀사냥과 같이 여성혐오의 역사는 깊기 때문이다. 옥복연 소장은 현재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10년 전만해도 군가산점 문제가 크게 대두되는 등 여성운동이 활발해졌고 남녀차별금지법, 성폭행예방법 등이 잇달아 제정됐다. 서구사회에서 1백여 년에 걸쳐 이뤄낸 성과를 10년만에 이뤄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혐오 표현을 쓰는 사람들에게 한국 여성은 그냥 ‘김치녀’다. 일베 등에서 돌아다니는 김치녀에 대한 담론은 주로 연애관계에서 나온다. ‘데이트 비용을 왜 전부 남자가 내느냐’, ‘결혼할 때 집을 왜 남성이 사야 하는가’ 등에 대한 비판들이 주를 이루고 여기에 남성들은 호응한다.

옥복연 소장은 “공적인 부분에서 여자에게 피해를 보는데 사적인 부분마저도 여자에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분노가 젊은 남성들에게 많다”면서 “남아사상으로 인한 성비의 불균형과 무한 경쟁의 사회구조 등 모든 것들이 여성에게 분노를 쏟아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성시 된 모성까지 여성 혐오가 확대된 것에 대해서는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기 전에 종교계가 나서야 한다는 게 옥복연 소장의 주장이다.

옥복연 소장은 “6.25가 끝난 후 남편이 없어도 자식을 키울 수 있는 강인한 모성이 필요했다. 하지만 오늘날 엄마의 모습은 로드매니저에 가깝다”면서 “젊은 세대가 ‘헬조선’이라고 까지 말하고 있다. 기성세대도 뒤돌아봐야 한다. 너무 물질 중심적으로 자식을 키우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종교는 여성과 남성, 젊은이와 노인 등 모든 세대가 모인다. 특히 불교는 자비희사의 종교인만큼 일단 대화의 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면서 “정말 하고 싶은 말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이야기를 듣고 보듬을 수 있는 교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교가 먼저 ‘다문화’를 품자
외국인을 무시하거나 혐오하는 현상인 ‘제노포비아’도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다. 안티 다문화 카페를 살펴보면 값싼 노동력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와 한국 서민경제를 파탄시켰다는 근거없는 주장이 파다하다.

외국인 노동자의 대부분이 불교국가에서 왔지만, 불자들의 인식은 다문화에 포용적이지 않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 2014년 설문조사에 보면 외국인 노동자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질문에 불교계가 3대 종교 중 낮은 응답률(39%)를 보였고,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는 질문에도 가장 높은 응답률(12%)을 보였다.

이에 대해 천태종 삼광사 주지 무원 스님은 “모습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는 것으로 이방인을 차별한다면, 우리 역시 타국에서 차별받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그런 만큼 역지사지의 마음이 필요하고 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노포비아’와 같은 외국인 혐오는 공멸의 길을 걷게하는 것이라고 무원 스님은 강조한다. 사회적 약자에게 불교계가 먼저 다가가 동체대비 사상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무원 스님은 “서울 명락사 주지 당시 ‘다문화 사찰’을 표방하고 결혼 이주 여성과 자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쉴 곳을 만들고 관련 행사도 많이 했다”면서 “사찰에도 다문화인들을 품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 훼불은 끊이지 않을까
종교에 대한 혐오도 한국 사회에 이뤄지는 현상이다. 특히 이웃종교에 대한 증오와 혐오의 뿌리는 깊다. 이는 최근까지 보수 개신교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땅밟기 등의 훼불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박광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는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종교로 인한 전쟁까지는 벌어지지 않았으나, 그에 못지않은 종교 갈등으로 국민의 가슴에 상처를 줬다”면서 “특히 일부 극단적인 개신교 근본주의자들의 불교계 공격은 도를 넘어 사회의 지탄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개신교가 미국보다 더 근본주의적이고 배타적인 행태를 수십 년 간 지속해온 데는, 국민들이 종교인권에 대한 감수성과 대처능력이 부족하여 방치해온 잘못 또한 크다”고 덧붙였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장 만당 스님은 종교 혐오는 종교의 근본 목적을 잘못 알아서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스님은 “종교의 근본 목적 가치는 사람의 존귀함을 일깨우고, 사람들의 근심 걱정 불안 번뇌망상을 소멸하여 참으로 행복하고 안락하게 하는 데 있다”면서 “예로부터 지금까지 맹신주의적 종교에 빠진 사람들은 종교를 목적에 두고, 사람을 종교를 위한 수단화해서 차별과 증오, 혐오를 키워 왔다”고 주장했다.

이제 증오범죄방지법이 필요하다
박광서 대표는 종교로 인한 차별이나 증오와 같은 반사회적 행위 금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종교적 증오범죄에 대해 더 이상 개개인의 양심과 상식에 맡기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박광서 대표는 “불상, 불화 훼손 등에 ‘재산손괴죄’로 사찰 땅밟기에는 ‘주거침입죄’로 다루는 것은 부족하다. 종교적 신념에 의한 폭력은 시간과 장소를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기고, 공존의 원리를 짓밟는 반사회적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생의 원리를 더 확고히 하기 위해 시민이 직접 앞장서서 증오범죄방지를 위한 법제도화를 추진해야 한다”면서 “선진국에서처럼 증오범죄를 타인의 인격권과 기본권에 대한 침해로 보아 좀 더 강력하고 정교한 형사 처벌 조항이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만당 스님 역시 “우리 사회는 이미 혐오와 차별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갈등의 골이 폭력적으로 터진 뒤에 그 때 가서 잡으려고 해서는 늦는다”면서 “서구 국가들도 이런 문제를 예방하고 미연에 막기 위해서 증오범죄방지법을 제정해서 운영하고 있다”고 증오범죄방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나와라. 이야기를 하자
전문가들은 증오범죄방지법 제정 이외에도 사회 구조적 개선과 젊은 세대가 나와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끊임없는 대화와 경청이 자학의 문화를 자기긍정의 문화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고영섭 동국대 교수는 “우리 사회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미움과 혐오는 결국 나 자신에게 돌아온다”면서 “극단은 극단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분노의 불을 자비의 물로 끄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교는 청년 세대들이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 공업의 공동체라는 것을 근본적으로 인식하도록 이끌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자존감이 낮아진 젊은 세대의 자학 문화를 자기 긍정의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택 교수는 “법보다 우선돼야 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라면서 “아프면 아프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 공간이 필요하다. 젊은이들을 다시 광장으로 이끌어야 한다. 기성세대 역시 일방적 훈계가 아닌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역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당 스님은 “혐오와 차별의 확산은 현실의 무력감과 미래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과 불만의 왜곡된 표출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불교계는 부처님의 생명존중과 자비의 정신을 실생활에 구현하고 삶속에 체화시킬 수 있는 운동과 교육활동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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