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없는 어린이 전법도량] 전법도량 관리 현황 및 문제점

본지, 10월 3~6일 전화 통해 조사
121곳 中 12.4% 어린이법회 ‘미실시’
참석률 15명 미만 36.4% 달해
예산ㆍ봉사자 지원 등 ‘유명무실’
인재풀 구성해 인력 동원해야
“주먹구구식 사업운영 안 돼” 한 목소리

 

▲ 포교원은 2009년부터 어린이청소년포교 화렁화를 위해 전법중심도량을 지정, 운영해 왔다. 이에 본지는 10월 3~6일 어린이청소년전법중심도량으로 지정된 전국 사찰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사진은 매월 4회 정기법회를 운영 중인 어린이청소년전법중심도량 경기 의왕 청계사에서 5월 10일 열린 제6회 연꽃문화제에 참가한 남양주 동원정사 어린이법회 어린이들 모습. 사진=현대불교 자료사진

조계종 포교원에서 어린이ㆍ청소년전법중심도량으로 지정한 전국 121곳 중 15곳, 약 12.4%가 어린이 법회를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포교원 관계자가 본지에 “어린이ㆍ청소년전법중심도량 121곳 전부 어린이 법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본지는 10월 3일~6일 어린이ㆍ청소년전법중심도량으로 지정된 전국 사찰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어린이청소년 법회를 월 4회 실시하는 사찰은 83곳(약 69%), 월 2회 8곳(약 6.6%), 월 1회 8곳(약 6.6%), 미실시 15곳(약 12.3%), 무응답 7곳(약 5.8%)으로 집계됐다. 월 4회 운영하는 사찰 중 5곳은 어린이ㆍ청소년법회가 아닌 부설 어린이집 등에서 원생들 대상으로 실시하는 월요법회다.

포교원은 2009년부터 어린이청소년포교 활성화를 위해 지역별 거점 사찰을 지정하고, 종단 차원 집중적인 지원과 육성을 추진하는 전법도량을 운영해왔다. 이에 ‘전법중심도량운영및관리에관한령’을 제정ㆍ공포하고(2011년 7월 5일), △종단 개발 각종 교구재 및 프로그램 우선적 지원 △사찰과 연

계한 종단사업 시 우선 선정 및 예산지원 △중심도량의 중요 지역사업 또는 불사시 종단 포교사 자원봉사 지원 등 지원책을 마련했다.

이후 포교원은 어린이청소년전법중심도량에 108어린이마음거울CD, 어린이법요집 등 자료 배포하는 한편, 매년 우수전법도량을 선정해 노트북, 피아노, 빔프로젝터 등을 지원해 왔다. 포교원 관계자는 “전법중심도량 운영을 위해 연간 약 2500만원 예산이 책정된다”며 “우수도량 부상, 포교자료 및 프로그램 발간, 지역간담회 개최 등 진행 비용으로 사용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 시행 후 6년이 지난 현재, 야심차게 시작한 전법중심도량은 관리부실 속에 ‘사업을 위한 사업’으로 전락했다.

본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어린이청소년 법회를 월 1회 이상 실시하는 99개 사찰 중, 평균 법회 참석인원이 15명 이하인 사찰이 37곳으로 약 37.3%에 달했다. 이 중에서 6곳은 참석률이 10명 미만에 그쳤다.

또한 지도법사와 지도교사가 함께 법회를 운영하고 있는 사찰은 78곳, 지도법사만 있는 사찰이 11곳, 지도교사만 있는 곳이 10곳으로 집계됐다.

‘전법중심도량운영및관리에관한령’에 의하면 전법중심도량으로 지정된 사찰은 △지정 당시 기준 및 요건 유지(제12조 1항) △당해 분야 포교활동에 대한 보고서 제출(동조 3항) 등 의무가 있다. 또한 포교원은 지정된 사찰에 대해 연 1회 이상 당해 포교 사업에 대한 지도감독을 할 수 있다(제14조).

이에 의하면 포교원이 전법중심도량을 관리ㆍ감독할 수 있는 체계는 연말 제출하는 보고서뿐이다. 하지만 포교원 관계자는 “보고서를 내지 않는 사찰에 대해 제출을 권고하고 있으나 이행하지 않는 사찰도 있다”며 “전법중심도량이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어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사찰의 입장은 다르다. 서울 B사찰 관계자는 “상부기관서 하부로 지원해준다는 명목 하에 보고하는 시스템이 일반적인데, 지원이 없는데 왜 보고해야하는지 모르겠다”며 “1년 간 포교 성과에 대해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 하는 것은 종단과 일선 사찰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전법중심도량의 지정기간은 2년이며, 심사위원회 의결로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으나(제10조), 어린이청소년 법회를 중단한지 3년 이상인 사찰이 최소 3곳으로 조사했다.

 

전법중심도량, 무엇이 문제인가?

인력 공급 시스템 체계화 필요
현재 어린이청소년전법중심도량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지정된 사찰들이 가장 심각히 겪고 있는 문제는 ‘인력 부족’이다. 비단 지역사찰 뿐만 아니라 수도권 내 사찰들도 입 모아 인력 문제를 토로했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 교육할 젊은 선생님을 구하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대부분이 자원봉사로 운영되기 때문에 지속성과 책임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찰 주지스님이나 상좌스님이 혼자 어린이청소년 법회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마저도 스님들이 바쁜 사찰 소임과 병행할 수 없어 법회 운영을 포기하기도 한다. 강원 C사찰 주지 스님은 “선생님을 구하지 못해 3년 동안 어린이 법회를 열지 못하고 있다. 워낙 아이들을 좋아해 법회를 열고 싶은데 인력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대해 비로자나국제선원 자우 스님은 “어린이청소년 법회에 전폭적 관심을 쏟아 10년 간 지속하고 있는데, 사중 소임 등으로 너무 바빠 종종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며 “종단에서 각 사찰에 어린이전문포교사들을 의무적으로 파견해야 한다. 또 그 사람들에 대한 지원과 관리가 체계화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님은 “포교사에게 사명감을 심어야 한다. 단 1명의 아이가 오더라도 그 아이가 훗날 100명을 포교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전문성’ 문제도 거론됐다. 인력이 부족한 탓에 자모들 혹은 사찰 종무원들이 어린이청소년법회를 전담하기도 하며, 사찰 불교대학을 졸업한 포교사를 동원하는 경우에도 아이들을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어린이집 교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법중심도량 지정 사찰 중 산하 어린이집을 둔 곳은 어린이집 교사들이 교대로 주말 법회를 진행한다. 불교 산하 어린이집이지만 체계적 불교 교육을 받지 못한 교사들이 대부분이다. 경상도 D어린이집 교사는 “선생님이 100퍼센트 이해해야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데, 사실 불자가 아니다보니 배울 시간 없이 법문 등 가르칠 때가 있다. 선생님들이 설법 시간을 가장 곤혹스러워 한다”며 “교사들을 위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포교원은 어린이청소년지도자 자격고시 연 1회, 자격 취득자들 대상 연수프로그램 연 1회 등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자격증 필요성 부재, 홍보 미비 등 문제가 지적돼 왔다. 종단 자격증 없이도 어린이청소년 법회 교사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어린이청소년지도자 발굴 및 육성을 위해 종단 차원 ‘인력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포교원은 지난 6월 ‘어린이청소년 포교활성화방안 프로그램 공모사업’을 실시해 (사)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의 ‘조계종 취업지원센터’를 선발한 바 있다. ‘조계종 취업지원센터’는 종단 차원 취업지원센터 홈페이지를 개설해 청년 불자들의 구인ㆍ구직 활동을 도움으로써 불교 인재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그램으로, 어린이법회 교사 등 인재 발굴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의왕 청계사 어린이청소년법회 지도법사 명원 스님은 “어린이청소년 법회서 봉사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있어도 어떤 경로로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며 “‘조계종 취업지원센터’가 운용되면 인력 부족 문제 해결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템플스테이’처럼 홍보마케팅 펼치자
포교원은 어린이청소년전법중심도량에 대해 어린이법요집, 108어린이마음거울CD, 청소년인성계발프로그램 등 포교 자료를 우선 지원했다. 포교원은 어린이법요집을 새롭게 발간하고, 108어린이마음거울 CD와 함께 지난 8월 전국 어린이청소년전법중심도량에 4천여 부 배포했다.

고양 흥국사 박임숙 사무장은 “사찰 자체 법요집을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포교원서 법요집을 보내줘 유용하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영전사 서은주 원감도 “108배 절수행법을 담은 어린이마음거울CD는 어린이불교학교 활용하니 아이들이 훨씬 재밌게 108배에 임했다”고 말했다.

반면, 일괄적 프로그램 배포보다 ‘템플스테이 지정사찰’처럼 종단 차원에서 어린이청소년 법회를 대대적으로 홍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대구 E사찰은 “각 사찰마다 이미 특화된 어린이청소년법회 프로그램이 있다. 일괄적인 프로그램은 잘 유용되지 않는다”며 “전국 단위 어린이청소년법회를 소개하는 ‘홍보 마케팅’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포교원이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 사단법인 동련, 어린이청소년전법단, 한국스카우트불교연맹 등 산하기관과 연계해 연간 개최하는 행사에 대해서는 보다 세부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축제 및 행사에는 평상적인 법회보다 아이들 참여율이 높아 가능한 참여하고 싶지만 거리상, 재정상 문제로 불가하다는 이유다.

충남 F사찰은 “간혹 어린이청소년전법중심도량에 행사 소개 공지가 오지만 대부분이 수도권, 강원도, 경상도 등서 열려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이동하기가 쉽지 않다”며 “차량만이라도 지원이 되면 좋을 텐데 아이들도 많이 아쉬워한다”고 술회했다.

 ‘예산지원’ 조항 존재하긴 했나?
전북 G사찰은 사찰 재정 1천 2백만 원을 들여 경내 앞 공원부지에 컨테이너 간이 건물을 두고 어린이 법회를 운영했다. 하지만 공원구역이라는 이유로 강제 철거되고 현재는 어린이청소년 법회 용품을 사찰 요사체 한편에 보관 중이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찾아오는 3~4명 아이들을 위해 어린이 법회는 지속하고 있다.

비단 G사찰뿐만 아니다. 경남 H사찰은 “평균 10명이 법회에 꾸준히 참석하고 있으나, 사찰 재정이 매우 열악하다”며 “포교사들이 힘을 모아 아이들 간식비 1만원씩 보태며 어렵게 운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부분 지역 및 소규모 사찰들에서 재정적 어려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도심 내 일선 사찰들도 재정 문제에 시달리긴 마찬가지다. 서울 I사찰은 “아이들을 위해 난타, 천연염색, 탁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지만 전문 선생님들을 고용하기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재정적 지원이 어렵다면 미술, 음악 등 전공하는 봉사자들을 소개해주는 제도라도 정립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포교원은 어린이청소년전법중심도량 지정시 사찰과 연계한 종단 사업시 우선 선정 및 예산지원을 명문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121곳 모두 예산지원을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포교원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예산을 지원한 사찰은 없었다”면서 “지역 사찰마다 예산을 지원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경기 J지역 어린이법회를 담당하고 있는 지도법사 K스님은 “포교원 아래 산하단체들이 진행하고 있는 행사들을 하나로 합치하면 예산을 보다 유용하게 쓸 수 있다”며 “단체들마다 따로 캠프를 열고, 예산을 쪼개 받는다. 예산을 받기위해 주먹구구식 시행하는 사업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분산되는 예산을 모아 어린이청소년전법중심도량 등 사업에 투자함으로써 궁극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견해다.

또한 스님은 “산발적으로 열리는 행사 및 캠프는 예산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참여율도 찢어 놓는 결과를 낳는다. 행사는 많은데 참가하는 절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라며 “1년에 하나를 하더라도 각 단체마다 스키, 야영, 수영 등 특화 항목을 정하고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짜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어른들 입맛에 맞춰놓고 아이들에게 먹으라고 강요하면 먹겠느냐”며 “아이들 입장에 서서, 아이들이 원하는 포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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