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사회 불교적 대안은- 증오범죄방지법 필요성과 외국 사례

다른 가치와 존재에 대한 증오·혐오
미국 등에서는 증오범죄로 간주해
美 1969년 法 제정… 최대 사형까지
싱가포르 종교에 대한 증오는 징역형
韓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했으나 무산

인종, 민족, 종교, 국적, 성적 소수자 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이 2011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국회에 상정됐으나 보수 개신교의 집요한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근대화에 실패하면서 식민지를 경험하였고, 해방이후에는 남북으로 갈라져 분단되었을 뿐만 아니라 남침으로 인하여 전쟁의 아픔도 겪었다. 그 이후에도 급속한 경제발전 속에서 민주화를 위한 많은 희생이 있었다. 이런 역사적 굴곡과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 환경으로 인하여 분쟁과 갈등이 양산되었다.

남북의 분단은 좌우의 대립과 이념적 갈등을 촉발하였고, 정치적 불안정 및 권위정부의 시대를 거치면서 지역감정이 발생하였으며 급속한 경제발전 속에서 빈부격차로 인한 갈등이나 노사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더구나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사회적 갈등은 다른 종교를 배척하면서 유발된 종교적 갈등이나, 다문화가정이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인종적 갈등 등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이런 갈등은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하는 증오나 혐오하는 현상으로까지 심화되고 있다.

어떤 사회이든 인간사회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더불어 살고 있기 때문에 분쟁이나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분쟁이나 갈등은 사회가 발전할수록 다양해지고 더욱 복잡해진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국가는 정책을 수립하고 법과 제도를 개선하여 해결한다. 분쟁이나 갈등은 시민의식이 성숙해지고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사회의 자율적 기능을 통하여 해소되기도 한다.

물론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장기화되면 해결하기가 쉽지 않고, 이를 해소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더구나 사회의 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될수록 구성원의 요구는 복잡해지고 증가하게 되며,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면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게 된다.

1987년 이후 우리나라는 급속하게 민주화가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자유와 권리는 신장되었지만, 이에 따르는 의무와 책임은 도외시되었다. 오랜 기간 공권력의 부당한 행사로 인한 국민의 불신이 계속되었고, 소위 떼법과 국민정서법이 국가의 실정법을 부정하면서 법치국가의 근간인 국민의 준법정신은 확립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00년대 후반의 미국산 쇠고기협상으로 인한 촛불집회는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갈등해소의 현 주소를 보여주었다. 이런 모습은 주민들의 반대로 설치장소를 찾지 못하여 한동안 애를 먹었던 방사성폐기물 처리를 위한 방폐장, 밀양송전탑, 청성산터널,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등에서 볼 수 있다.

갈등을 해소하거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국가에는 실정법이 구축되어 있다. 그럼에도 국민은 국가공권력을 불신하여 꺼려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나 견해와 다르고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는 사건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SNS를 통하여 손쉽게 견해나 의견을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하여 상대방을 공격하기도 한다. 이렇게 상대방을 공격하는 혐오범죄나 증오범죄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위험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회갈등으로 인한 증오가 범죄화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민정책을 통하여 다양한 민족이 유입되면서 인종적·민족적 갈등뿐만 아니라 이민자들의 종교로 인한 종교적 갈등이 발생하였다. 이런 갈등은 증오범죄로 이어지면서 미국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소위 증오범죄는 인종, 민족, 종교, 국적, 성, 동성애 등 자신과 다른 집단의 불특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유 없이 차별행위나 학대행위를 하는 범죄로 잔혹성과 집단성의 특성을 가진다. 증오범죄를 처벌하기 위하여 미국은 1969년 연방증오범죄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 증오방지법은 인종, 피부색, 종교, 국적, 동성애를 이유로 차별이나 학대행위를 저지른 자에 대하서는 벌금형 및 1년 이내 구금, 총기 등 무기사용자에 대해서는 최대 10년 징역, 납치·성폭행·살인범에 대해서는 무기형 또는 사형 등을 규정하여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미국과는 차이가 있지만 싱가포르는 1990년 종교화합유지법을 제정하여 종교적 갈등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적 노력을 하고 있다. 이 법에 의하면 다른 종교단체에 대한 적대감, 증오, 악의, 또는 적개심을 일으키는 자와 이를 종교단체나 기관을 선동하거나 부추기거나 장려하는 자에 대하여 1만 달러 이하의 벌금형 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양자를 함께 적용하여 처벌한다. 그리고 재범자에게는 2만달러 이하의 벌금형 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양자를 함께 적용한다. 2000년대 후반 우리나라도 종교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싱가포르의 예를 검토한 적이 있으나 법의 제정에는 이르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갈등은 세대갈등, 지역갈등, 이념갈등, 정치적·경제적 갈등을 넘어서 종교적 갈등이나 민족적 갈등 그리고 문화적 갈등 등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갈등이 반복·심화되면서 상대방에 대한 증오로 변하는 양상까지 가고 있다. 이렇게 갈등이 심화되는 것은 찬반으로 가르는 흑백논리나 적아로 구분하여 편을 가르는 진영논리 등이 독선과 편견 속에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자의 중간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상대방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자신의 의견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정당하지 못하다. 우리 사회에 민주화가 많이 진전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국민의 상당수는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면서 생각이나 행동이 이에 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국가의 수준을 보려면 교통질서상황을 보면 된다고도 한다. 도로상황에 비하여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차량은 수시로 교통체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다보니 교차로에서 꼬리를 물고 진입하여 다른 방향의 차량통행을 방해하거나, 불법적으로 끼어들기를 하고 신호를 무시하고 주행하는 경우가 일상화되고 있다. 더구나 난폭운전으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는 범죄라고 할 수 있다. 급기야 정부는 다른 운전자를 도로주행에서 위협하거나 진로를 가로막는 등의 행위를 처벌하기까지에 이르렀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발전하였다고 하지만 사회적으로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이성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보다 감성에 호소하여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의견이 갈리는 경우 대화를 통하여 타협점을 찾고, 그 접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 다수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다수에 승복하고 소수를 존중할 때 민주주의가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정부는 법과 제도를 개선하여 갈등의 해소와 분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국민은 법질서를 준수하고 국가공권력에 대하여 신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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