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법인 보현행원노인요양원 최분이 원장

인생에 의문 갖고 답을 찾던 스무살
남편 만나면서 불교와 인연 맺고
함께 3년간 아침저녁으로 수행 정진
회향의 답으로 나눔의 삶 살고자 결심
부모님 유산 등 전재산 투자 요양원 설립
20여 년간 무의탁 노인 돌보며 보현행

올해 전국 최초, 치매공원 ‘향기로’ 개원
세간의 관심 받으며 각종 수상 잇따라
직원 위해 ‘비폭력 대화법’ 등 교육도
“항상 노력하고 정진하면서 우리 사회에
어르신 생명존중권 보장되기를 발원”

▲ 최분이 원장은 … 1994년 사단복지법인 보현행원을 설립하고 보현행원노인요양원을 개원했다. 현재 김해시 복지재단 이사, 김해시 지역사회복지협의체 대표위원, 경남 노인복지협회 부회장을 역임중이다. 2015년 보현행원노인요양원에 치매어르신을 위한 공원 ‘향기로’를 개원, 연합뉴스에서 선정하는 ‘2015년 한국의 아름다운 얼굴’로 선정됐으며, 2015 Best Innovation 기업&브랜드 사회공헌(노인요양원)부문, 2015 대한민국 사회공헌 대상 등을 수상했다.
경남 김해시 주촌면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보현행원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무의탁 노인들을 돌보는 요양시설이다. 울창한 숲 사이에 위치한 노인요양원 앞마당에는 석조로 조성된 아름다운 부처님이 모셔져 있을 만큼 이곳은 불심이 기본바탕이 된 곳이다. 보현행원노인요양원 최분이(46) 원장은 남편 이진학 씨와 함께 20년 넘게 이곳을 가꾸고 이끌어왔다. 불교의 가르침 그 핵심은 ‘회향’이라 결론 내리고 부처님 말씀을 그대로 실천하는 보현행원노인요양원. 20대의 젊은 나이에 그 가르침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실천해오고 있는 최분이 원장을 만났다.

남편을 도반으로 불교 인연이 시작되다
최분이 원장은 남편과 함께 1994년 사회복지법인 보현행원을 세웠다. 20대 초반에 결혼을 했고 시부모님이 물려준 유산과 대기업에 다니던 남편의 월급으로 넉넉하고 편하게 살 수도 있었지만 스물여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보현행원을 세웠다. 그녀가 20대에 이런 큰마음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불교를 만나서 이루어진 결과라고 하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최 원장은 불교와 만나기 전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막연한 고민에 휩싸이곤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답을 구하지 못했고 괴로움과 불안에 휩싸이며 마음은 혼란스럽기만 했다.
“남편을 만나기 전에는 한번도 불교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아니 불교에 대해서 무서운 이미지까지 있었죠. 중고등학교 수학여행 때나 어릴 때 절에 갈 일이 있어도 무서워서 법당에 들어가지도 못했어요. 산신각이나 칠성각도 무섭다는 생각만 했죠. 이렇게 불교와는 인연이 없다보니 경전에 나오는 이야기는 더더욱 들어 볼 일이 없었습니다.”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답을 구하던 최 원장은 스무살에 지금의 남편과 만나면서 이 해답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바로 불교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남편은 여느 또래의 젊은이들과는 달랐다. 만나면 부처님에 관련된 내용의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최 원장이 가졌던 의문을 해소해주었다.
“당시 남편은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죽음에 대한 고민과 무상함에 대해 깊이 공부하던 중이었어요. 그래서 불교 수행에 더욱 진지했고 마음을 다해 공부하고 있었죠. 나중에야 저를 만나면 말하던 내용이 법구경이라는 걸 알았죠. 이렇게 남편이 해주는 모든 말은 제 인생에 답이 됐어요. 그때부터 불교공부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남편이 공부하는 신행 단체에 들어갔죠.”
당시는 친구였던 남편을 따라 신행생활을 처음 접했고 선수행도 시작했다. 신심명, 증도가, 선문촬요 등 경전을 익히고 절 수행, 묵언 수행 등 정진을 이어 나갔다. 또한 결혼 후에는 매일 아침 새벽 4시면 일어나 집에 모셔둔 부처님 앞에서 참선 수행을 하며 정진했다. 당시 직장에 다니던 남편이 출근하기 전까지는 수행을 하고 퇴근 후에도 밤 12시까지 수행은 이어졌다.


“염불을 하거나 묵언 수행 중에는 남편이 퇴근해 돌아와도 서로 인사를 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혹시나 잠깐이라도 염불을 멈추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렇게 3년 수행을 했습니다”
3년이 지나자 그들은 수행 결과의 답으로 ‘회향’을 선택했다. 물질적으로 전혀 부족함이 없었지만 그들의 삶에는 이것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남편이 그러더군요.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내려놓는 것이 중요함을 알고 실천해보자고 제안했어요. 당시 삶이 많이 풍족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수행을 하면 할수록 그런 것은 의미가 없더군요. 그래서 남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를 하게 되었고 그 뜻을 따르게 되었죠.”

▲ 거주자 간담회. 월 1회 어르신들의 고충과 개선사항을 직접 들으며 서로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오직 자비희사가 답…전 재산 회향
그녀의 나이 스물 여섯 살. 또래의 친구들이 젊음을 만끽할 나이에 그는 세상을 밝히는 일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무료로 운영하는 무의탁 노인요양시설 설립을 목표로 하고 관공서를 찾아다녔다.
“법인을 설립하고 요양원을 건립하기 위해 관공서를 찾아 다녔을 때 많은 오해를 받았어요. 젊은 나이에 뭐 할 짓이 없어서 이런 일로 밥 먹고 살려고 하냐며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질타 아닌 질타도 받았어요.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복지 분야에 뛰어드는 사람에 대한 인식이 좋지가 않았어요.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돈을 받고 사기를 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죠. 또 제가 너무 어려서 그분들에게 믿음이 안 갔나봐요. 그러다 보니 번번이 담당 공무원을 만나지 못할 때가 많았어요.”


당시 법규에 따르면 복지사업을 위해 정부에 땅을 기부하면 건물을 지을 수 있는 허가와 함께 공사비용을 지원 받았다. 하지만 최 원장은 이런 건축비 지원조차 고사했다. 최고의 건물로 회향하기를 발원했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당시 25억 원이라는 전 재산을 모두 요양원 건립을 위해 희사했다. 사회복지법인 보현행원 등록을 마치고 땅을 알아보고 곧장 불사에 돌입했다.
대지면적 6372㎡에 연건평 3474㎡로 지하 1층, 지상 2층, 주방부터 정원, 화장실 모두 공간을 넓게 설계해 실내 활동이 많은 어르신들이 답답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또한 물리치료실, 한방진료실, 목욕탕, 이·미용실, 대강당, 식당, 휴게실, 미니사랑방 등 다양한 공간을 갖추어 어르신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어르신들에게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땅을 고를 때에도 신중했고 스님들께 많은 조언도 구해 불사를 진행했습니다.”


보현행원은 1999년에는 부설기관으로 재가복지센터도 개원했다. 요양원에 들어오지 못하는 지역의 어르신들을 위해 설립된 재가복지센터는 김해 주촌면을 비롯해 장유, 진례 등 그 일대의 어르신 100여명을 돌보고 있다. 진행 사업도 다양하다. 가사 지원을 위한 가정돌보미 지원 서비스, 의료지원 사업, 가정주거환경 개선 사업 및 상담까지 담당하며 지역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다.

▲ 치매공원 향기로 개원을 축하하며 내빈들과 커팅식을 진행하고 있는 최분이 원장(오른쪽 네번째)
어르신 배려한 ‘향기로’ 공원 조성
20여 년 그녀의 청춘은 불제자로서 자비희사라는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왔다. 특히, 지난 5월 새롭게 문을 연 치매 공원 ‘향기로(路)’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녀는 이 공원조성으로 연합뉴스에서 선정하는 2015년 한국의 아름다운 얼굴로 선정됐으며, 2015 Best Innovation 기업&브랜드 사회공헌(노인요양원)부문과 2015 대한민국 사회공헌 대상 등을 수상했다.


“치매공원은 말 그대로 치매에 걸리신 어르신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치매 어르신들의 특성이 바로 배회성이죠.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어해요. 일반 가정에서도 그런 속성 때문에 어르신들이 길을 잃어 낭패를 당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안타깝게 치매 어르신들을 침대에 묶어두는 일까지 있죠. 안전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그 존엄성을 존중받아야 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생각하고 계획해서 어르신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안전을 고려한 치매공원을 조성하게 됐습니다.”
 

‘자궁에서 편히 쉬고 있는 아기의 몸’이라는 모티브로 조성된 984㎡ 크기의 치매 공원 ‘향기로’는 4년여 만에 완성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산림청녹색사업단의 공모지원금 1억 원과 자체후원금 및 자비부담 8천만 원을 투자해 공사비만 해도 1억 8000만원이 들었고 기타 비용을 포함하면 총비용은 2억에 육박한다. 친자연적 환경 조성을 위해 모든 부속재료도 나무를 사용할 만큼 정성을 들였고, 어르신들의 생활공간인 요양원 2층에 구름다리를 연결해 어르신들이 언제든 나갈 수 있도록 했으며 접근성이 용이해 어르신들이 찾을 때 직원들이 즉시 찾아 갈 수 있도록 구성됐다.


“사람이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이 바로 10개월 간 머물렀던 엄마의 자궁이었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생명을 얻고 사랑받고 아무 걱정 없는 자궁처럼 어르신들이 공원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으로 설계하게 되었습니다.”
문턱을 없애 휠체어를 탄 어르신도 언제든 오갈 수 있도록 했고, 작은 오두막 찻집과 벤치가 있어 산 속 가운데 새소리와 햇살을 느끼며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며 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모든 것이 최 원장의 아이디어다.


“대화를 하면 외로움이 줄어들고 이는 정서적으로도 안정을 주고 우울증도 해소될 수 있죠. 날씨가 좋으면 저희 요양원 프로그램을 공원에서 진행하려고 해요. 물론 저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보다는 자연이 주는 선물이 어르신들의 오감을 자극해 감각을 깨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긴 하죠.”
최 원장의 ‘향기로’ 철학은 오직 요양원에 있는 어르신들의 건강과 행복에 맞추어져 있다.
“정서적 안정뿐 아니라 건강적인 측면에서도 공원의 역할은 중요해요. 햇빛은 칼슘의 신진대사 활동을 활발하게 하며 비타민 D, 면역력 증강, 각종 암, 당뇨, 염증성 질환 등 다양한 질병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니 앞으로 전국의 많은 요양원이 공원을 조성해 어르신들이 좀더 행복해졌으면 합니다.” 

 

▲ 매년 5월이면 요양원에 머물다 운명한 어르신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천도재를 연다.
마지막까지 어르신들의 생명 존엄성 지켜줘야
“젊은 시절 노인요양원을 시작할 때는 나중에 나이 들어 혹시나 다른 일이 하고 싶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어요. 하지만 20년을 지나오면서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고 오직 전문성을 기반으로 더 발전된 방향을 설정하고 더 노력하고 정진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게 됩니다.”
이런 최 원장은 지금까지도 공부를 손에 놓지 않고 있다. 현재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그녀는 단순히 자신의 만족을 위해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어요. 물론 그분들이 잘해주시고 계시지만 더 나은 방향을 함께 생각하고 의논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죠.”


현재 그녀는 요양원에서 매주 1시간씩 ‘공감대화법’과 ‘비폭력대화법’을 강의한다. 직원들이 어르신들의 행복을 최우선에 두고 항상 그분들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해주고자 시작하게 되었다고.
최 원장은 모든 어르신들이 가시는 마지막까지 생명의 존엄성을 지켜 나가길 발원한다고 말한다. “저희처럼 개인이 운영하는 요양원도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구상하며 어르신들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는데 부유한 병원에서 케어가 힘들다는 이유로 어르신들의 손발을 묶어두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르신들이 살아계시는 동안 생명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고, 일하는 모든 직원도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국의 수많은 요양원에 계시는 어르신들이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최 원장은 자신의 요양원 운영에 대해 희생이란 단어가 붙는 것을 경계한다고 했다. “희생이란 말은 내가 이정도 주었는데라며 상을 내게 될 수 있잖아요. 그러면 마음이 쉽게 오염될 수 있어요. 저에게 요양원은 수행처이고 어르신을 돌보는 행위는 바로 수행과 같습니다. 수행은 저를 위한 것이지요. 어르신들을 통해 저는 오늘도 배우고 성장합니다. 그러니 저도 좋고 어르신도 좋은 것이죠.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복도에서 마주친 어르신 한 분이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취재를 왔다고 하니 어르신은 “와줘서 고맙다. 이처럼 좋은 곳을 많이 알려달라”며 기자의 손을 꼭 잡으며 환한 미소를 보냈다. 어르신들을 향한 최 원장의 진정한 마음이 빚어낸 결과가 바로 어르신의 미소 속에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어버이날을 맞아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한마당 큰잔치’를 마치고 기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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