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불교 70년 제언 - 미래 불교

올해는 광복7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이다. 광복 이후 한국 사회는 무수한 파고를 넘어 많은 발전을 이뤄왔다. 불교계도 마찬가지다. 해방공간에서부터 2015년 현재까지 행정, 포교, 문화 등 각 분야에서 괄목할만 한 성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앞으로의 100년을 위한 과제들도 적지 않다. 본지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사부대중에게 불교 미래를 위한 제언을 들었다.

 

조계종 원로의원 원경 스님

진정한 광복은 ‘통일’
조계종 원로의원 원경 스님

광복이면서 남북분단 시작이기도
민족의 시급한 과제는 바로 '통일'
수행자도 ‘통일’ 화두로 참구해야

올해 2015년은 우리 민족이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7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지만 또한 남과 북이 분단이 된지 70년이 되는 슬픈 해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조계종 원로의원 원경 스님은 “광복을 이끈 독립지사들의 피땀어린 노력은 민족이 하나가 되는 그날을 꿈꾸었기에 가능했다”며 “과연 오늘날 우리가 분단된 이 조국 아래서 광복을 기뻐할 수 있는 입장인가”라고 반문했다.

광복 이후 곧바로 진행된 분단으로 인해 그 트라우마가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치유하는데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경 스님은 “광복 당시 우리나라는 남측은 미국이, 북측은 소련이 원하는 체제가 들어서 결국 분단되고야 말았다. 광복은 기쁘게도 찾아왔지만 또 다시 우리 민족이 외세의 힘에 의해 좌우된 서글픈 역사”라며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그렇고 우리 민족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오로지 통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원경 스님은 일제강점기 조선공산당을 창설하고 해방 후 남조선노동당을 이끌다 1956년 북에서 김정일에 의해 처형당한 박헌영(1900~1956)의 아들이다. 박헌영은 1941년 일제 검거를 피해 숨어있던 시절 원경 스님을 낳았다.

원경 스님은 광복 70년을 맞아 희망 섞인 진단도 내놓았다. 그 근간에는 조석예불에서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스님들의 모습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불교계 통일운동가들, 그리고 독립운동관련 조명운동이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스님은 “모든 예불에서 남북통일과 세계평화를 발원하는데 이제는 이런 발원에서 더 나아가 진정으로 광복 이후 이어져 온 갈등 상황을 해결하고 당시 선지식들을 새롭게 조명하는데 불교계가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수행자들은 수행정신에 근간해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참구해야 한다고도 했다.

 

동국대 총장 보광 스님

근현대 불교사 관심 필요
동국대 총장 보광 스님

민족·국가 개념 퇴보 안타까워
불교 독립운동가 발굴·조명 필요
근대문화재도 중요… 인식 바꿔야

“나라가 어려울 때 마다 불교계는 ‘호국불교’라는 마음으로 민족과 나라를 지켜왔습니다. 하지만 국제화시대에 접어든 지금, 민족과 국가의 개념이 퇴보하는 듯하여 안타깝게 그지 없습니다. 광복 70년을 맞아 우리 불교계는 해방 전후 불교계 민족투사들의 모습을 조명하고 자료를 발굴하는데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동국대 총장 보광 스님은 광복70년 8.15를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실제, 스님이 원장을 맡고 있는 대각사상연구원은 용성 스님의 대각사상을 연구함과 동시에 근현대 불교사 자료 수집 및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스님은 “광복 70년을 맞이한 지금 뒤돌아보면 과거 나라를 잃어버린 서러움과 어려움을 다 잊어버리고 사는 것 같다”며 “독립 운동할 때의 정신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나와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근대문화재 분과 위원이기도 한 보광 스님은 특히 광복 당시 근대문화재 보존과 활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불교계에는 수백년된 문화재가 많아서 그런지 100년 남짓한 근대문화재는 귀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며 “근대문화재는 우리 역사의 질곡을 대표하는 문화재로 시간이 지나면 결국 보물이 될 것이다. 근대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님은 “예전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한국불교의 연구는 신라와 고려시대 연구에 집중돼있다. 우리시대와 함께 숨쉬는 근현대 불교에 대한 연구에도 보다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동국대 불교대학에도 근현대를 전공하는 교수가 없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스님은 광복70주년을 맞이해 한국불교계는 대승불교로서의 정체성을 보다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밝혔다.

“한국불교는 전통적인 대승불교가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현재 조계종의 안거문화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러한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지켜가고 일본과 중국불교 조차 가지지 못한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것이 바로 광복 70년을 맞은 불자들이 해야 할 역할이 아닐까요.”

 

정각사 주지 정목 스님

불교, 시대에 맞는 포교를
서울 정각사 주지 정목 스님

현대인 정신적 고통, 불교로 치유
첨단 기술 다루는 불교 인재 양성
포교 콘텐츠 개발에 역량 집중해야

정각사 주지 정목 스님은 항상 대중을 접하는 강사인 만큼 포교에 대한 제언을 쏟았다. 시대 안에 흐르고 있는 소프트웨어가 늘 변화하고 있는 만큼 불교도 이 같은 흐름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광복 70주년을 맞아 불교의 포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뀐 만큼 IT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물질의 발전에 비해 현대인 정신적 문제들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를 불교 고유의 치유 콘텐츠들로 극복해 나가는 길을 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첨단적인 테크놀로지들을 불교 포교에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인재들을 양성해야 하고 낡은 습관과 규격화된 형식은 과감하게 수정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또한 출재가에 상관없이 인재 불사에 집중해야 합니다.”

또한 전통적인 방식의 포교법에 묶이지 말고 범종교적인 공감과 연대감을 조성할 수 있는 포교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불교는 이미 대중들을 지혜의 길로 안내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다 보니 젊은이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굳이 불교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불교의 정신을 담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대중들한테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된장, 고추장이 고유의 음식이지만 현대인들의 식습관에 맞게 새롭게 개발되는 것처럼 우리의 포교 방식도 현대인들의 눈높이에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목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잘 녹아든 포교 콘텐츠 개발에 불교계가 역량을 집중시킬 것으로 재차 강조했다.

“진정한 독립은 개개인의 심성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꼭 불교의 색을 강조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잘 녹아든 내용인 동시에 대중들이 고통의 바다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이것이 곧 개개인의 불성을 회복하는 길이고 불국정토를 이루는 길입니다.”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대중간의 소통 시급하다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출가, 재가, 학자들 동상이몽
서로의 관심사 논의점 확연히 달라
불교, 내부 구성 대중 소통 나서야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한 과제로 ‘소통’을 꼽았다. 소통의 대상은 바로 대중이다. 한 교수가 분류한 대중은 출가자와 재가자, 그리고 학자로 나뉜다. 일명 ‘3부 대중’이다.

“예전에는 출가 스님들이 불교 지식을 담당하고 대중들을 교화했지만, 지금은 학자층이 따로 있습니다. 현대 한국불교의 문제는 서로가 전혀 다른 관심과 다른 논의점을 가지고 있어서 ‘동상이몽(同床異夢)’의 형국에 놓여 있다는 점입니다.”

스님들은 깨달음에 이르는 방편으로 화두 참선이라는 좁은 문을 대중들에게 권하고 있고, 학자들은 자신들만의 학문적 관심에만 치우쳐 있다는 게 한 교수의 지적이다. 또한 일반 신도들도 자신들의 생활에 치우쳐 불교의 가르침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으며, 이들을 출가자와 학자가 제대로 리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과제도 많겠지만 제 생각엔 한국불교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대중 그룹 간의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광복 70년을 맞아 한국불교의 근대 100년 역사를 생각해 보면 21세기의 불교의 화두는 ‘어떻게 이 사회를 변화시킬 동력이 될 것인가’입니다. 하지만 변화의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내부 대중 간 소통의 부재를 타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

양질의 인재 출가 이뤄져야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

불교 각종 행정·제도 훌륭히 안착
지도자 스님 그룹은 예전보다 퇴보
양적 발전보다 질적 발전 꾀할 때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한국불교계가 광복 70년 이후 괄목할만 한 성과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사찰이나 불자 인구는 양적으로 발전했고, 종단 내 각종 제도들도 정착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선지식이나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자 스님 그룹은 퇴보했다고 진단했다.

“예전에는 사회지도층 인사로서 존경을 받았는 스님들이 많았습니다. 현재는 언론에 많이 노출되는 스님들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수행력을 겸비한 스님과 대중 인지도가 높은 스님들 사이의 갭이 크다고 봅니다. 포교가 다른 종교에 비해 뒤처지는 부분도 한국불교가 해결해야 할 숙제 중 하나입니다.”
양적 증가를 이룬 불교지만, 질적 발전을 위해서는 이를 담당할 뛰어난 인재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사회적 인재를 출가로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시대 불교가 억압을 받으면서도 견딜 수 있던 것은 뛰어난 인재가 출가를 했기 때문입니다. 서산, 사명, 신미 스님 등은 모두 세속의 학문을 뛰어넘는 선지식들이었습니다. 세속의 사람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지도력을 가졌습니다. 현재 한국불교는 엘리트 그룹의 출가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양질의 인재가 출가를 하기 위해서는 역량 있는 스님이 포교 전면에 나설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불교는 역량이 있는 스님들이 전면에 나서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소임을 맞기도 어렵고, 종단의 지원을 받기도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좋은 인재들이 전면에 활동할 수 있는 내부 풍토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내부 풍토가 완성돼야 포교도 인재 출가도 이뤄질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