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불교 - 유식사상(唯識思想)과 뇌과학

태아 발생시 아뢰야식 개입해야 생유
불교서는 ‘마음 발생 후 뇌 발달’ 설명
뇌과학은 뇌형성 후 마음작용 이론
불교의 특징은 마음·뇌의 관계 발달

불교문헌들 중에는 뇌(腦)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주로 인간을 형성하는 하나의 기관(根)으로서 언급하고 있다.

초기불전인 〈장아함경〉, 〈중아함경〉, 〈잡아함경〉, 대승경전인 〈보살선계경〉에서 보시 중 무상시로서 머리·눈·골수·뼈 등과 함께 뇌 또한 버리라고 언급한다.

뇌를 감싸고 있는 뇌막(腦膜)에 대해서는 초기불전의 5부 니까야 중 소부(小部, Khuddaka-Nikaya)에 수록되어 있는 〈수타니파타Suttanipata〉와 유식학파의 초기논서인 〈유가사지론Yohacarabhumi〉 등에서 언급하는데 모두 하나의 기관으로서만 말한다. 현재 자연과학에서 제시하고 있는 뇌과학적 실험에 의한 결과와 상응하는 내용은 찾기 힘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외 불교학자들과 자연과학자들에 의해 인지·신경·뇌과학 등에 대한 대조·연구들이 대거 진척됐다. 이들 연구는 크게 2가지 유형으로써 ‘심뇌동일설(心惱同一說)·심뇌부동일설(心惱不同一說)’, ‘뇌가 먼저인가, 마음이 먼저인가’이다.

먼저 자연과학자들은 마음작용과 뇌의 활동이 같다는 ‘심뇌동일설’과 ‘뇌가 먼저’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으며, 불교학자들은 마음작용과 뇌의 활동이 같지만은 않다는 ‘심뇌부동일설’과 ‘마음이 먼저’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유식사상에서의 ‘마음’

유식사상에서는 심체론의 구조를 8식설로서 표층심(表層心)으로서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의 5가지 감각기관, 분별·회상·추리·사고 등의 작용을 하는 제6의식(mano-vijnana), 심층심(深層心)으로서 제8식을 대상으로 심층영역에서 끊임없이 자아라고 사량(思量)하고, 제6식의 의근(意根=의지처)인 염오의(染汚意)의 제7말나식(manas)과 모든 종자를 보존하고, 모든 것을 인식하고 기억할 수 있으며, 정신과 육체를 유지·상속시켜주는 제8식(alayavijnana)으로 구성한다. 객관계의 인식과정에 있어서도 제8식(alambaka, 能緣)에 있는 일체 종자가 제6의식에 소현(所現) 영상된 것을 인식주체인 제8식이 인식함으로서 이뤄진다. 제8식에 저장된 일체 종자식은 제7식에 의해 형성된 종자식들이다.

심체일설과 심체별설

마음에 대해 초기·부파불전들과 유식학파 문헌들은 ‘심체일설’과 ‘심체별설’로 각각 달리 언급한다.
초기·부파불전들에서는 하나의 기관인 제6식인 의식(vijnana)이 심의식(心意識)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서 ‘심체일설’을 언급한다. 초기·부파불전 중 〈아비달마품류족론〉·〈아비담심론〉 등에서는 심체일설로서 심의식(心意識)이 제6식의 역할임을 전한다.

심체일설에 대해 설일체유부 논사들은 의문을 가졌다. ‘심체일설’의 제6식이 분별, 회상, 추리, 상상 등의 역할 뿐만 아니라 생유·본유·사유·중유 중 신체의 유지 및 업의 보존과 번뇌의 근원 등을 모두 담당하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에 유식학파가 형성되며 심의식(心意識)의 체성과 그 작용이 각기 다르다는 ‘심체별설’이 제시됐다.

심의식의 체성이 동일하지 않고 체성이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는 8식설을 설립해 心(alayavijnana)·意(manas)·識(vijnana)으로 분류한 것이다.

몸을 유지(atta)시켜주고, 종자(bija)를 보존해 주는 작용으로서 마음(=아뢰야식, alayanijnana), 인과 연의 관계 속에서 나(我)와 내 것(我所)이라는 집착을 갖는 작용으로서 의(意, manas, 말나식), 그리고 의(말나식)에 의지(意根, manas-indriya)해서 모든 대상들을 분별하여 인식하는 식(識)이란 구조가 나온 것이란 논지다.
유식학파의 초기문헌인 〈유가론〉 〈섭결택분〉에서는 그 각각의 역할과 작용을 구체적으로 전한다. 심체별설로서 심(心, 제8식)·의(意, 제7식)·식(識, 제6식)을 분류하고, 이들을 포함해 마음의 구조와 변화를 5위 100법으로 체계화했다.

그러나 심체별설의 심·의·식에 대해 〈성유식론〉은 속제(俗諦)에서는 양상의 분별이 필요하지만 진제(眞諦)에 들어서는 여덟 가지 양상의 분별이 필요없다고 언급하고 있다.

즉, 중생들에게는 분별하는 제6식, 사량하는 제7식, 일체 종자가 보존되어 있는 제8식이 실재하지만 오위(五位) 중의 구경위 단계에 까지 이르면 제6식은 맑아지고, 제7식은 소멸되며, 제8식은 번뇌가 없는 청정법신의 상태가 되므로 양상의 분별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유식사상의 태아 형성

유식사상은 우리 인체의 구성 또한 태아단계에서부터 세밀하게 설명한다. 〈대보적경〉과 〈불설포태경佛說胞胎經〉 등에서는 모태에서의 태아의 성장 과정을 38주로 나누어 언급한다. 생유의 과정은 윤회의 사유(四有) 과정 중 사유(死有)와 생유(生有)의 중간과정인 중유(中有, antarabhava)가 중유 기간(7일, 49일, 기간부정, 數生數死)을 마치고 태어남의 조건인 삼처현전(三處現前)이 갖춰져 5~6세의 근기로 희취욕(希趣欲)에 의해 어머니의 근문(根門=生門)으로 입태하게 된다고 말한다.

생유가 이뤄지면 태아는 어머니가 섭취하는 음식의 진액에 의해 성장하게 되는데 특히 갈라람위 등의 미세한 자리(位)는 미세한 진액에 의해 성장한다. 태아의 몸, 털, 피부색, 비부병, 장애 등은 어머니의 업, 그리고 임신과정에서의 위의(威儀)에 맞지 않는 행동 등에 의해서 결정된다.

태아가 모태 안에서 38주 동안 육신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 태장 8위를 주별로 구분해 갈라람위는 수태부터 제1주, 알부담위는 제2주, 페시위는 제3주, 건남위는 제4주, 발라사거위는 제5주, 발모조위는 제6주, 근위는 제7주, 그리고 형위는 제8주부터 출생까지다.

이들 8위 중 두 번째인 알부담위부터 여덟 번째인 형위까지를 제외한 제1주째인 갈라람위를 중심으로 유식은 마음과 육신의 성장과정을 설명한다.

먼저 삼처현전이 갖추어지면 정자와 난자인 정혈이 모태 안에서 수정이 되고 그리고 수정된 수정란에 일체 종자식인 아뢰야식이 화합해 의탁하게 된다. 이 상태를 생유라고 한다.

이 상태에 있어서는 수정란이 엉겨 맺혀진 상태로서 마치 묽은 죽과 같다. 이 단계는 일체 종자식(아뢰야식)의 공능(功能)의 힘으로 미세한 감각기관이 형성된다.

유식에서의 마음작용의 시작

이 태아의 첫 주에 대해서 유식사상과 뇌과학에 있어서 일부 상이점이 발생한다. 유식사상은 윤회사상에 입각해 수정된 이후에 허공에서 중유인 아뢰야식이 내려와 화합 의탁하여 의식의 움직임이 있게 된다고 설명한다.

인간이라는 한 개체를 구성하는 범주의 요소인 오온 중 식을 정신적인 요소로, 그리고 색수상행은 물질적인 요소로 언급하고, 이것을 명·색의 이원구조로 설명한다. 오온 중 식(vijnana)은 유식사상에서 인식의 주체인 마음, 즉 아뢰야식이다. 생유의 태아는 아뢰야식이 화합 의탁한 후 피부가 형성되고, 의식의 작용이 있게 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생유의 과정에 의하면 마음과 뇌의 형성과정 순서는 뇌의 형성 이전에 마음이 먼저 모태 안에 존재함을 의미한다. 이것은 뇌는 물질적인 것이며 마음은 정신적인 것이므로 물질에서 마음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물질적인 것이 형성된다는 의미다.

중유(중음신)에서 생유로 이어지는 과정 중 주체인 마음(아뢰야식)은 인(因)이며, 물질적인 요소인 뇌는 연(緣)에 해당된다. 그러나 본유(생애)의 과정 중에서는 이와 같은 인과 연, 즉 마음과 뇌는 서로 관계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이른바 마음과 뇌는 원인과 결과가 서로 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즉, 마음의 상태에 의해 뇌에 변화를 주게 되고, 혹은 뇌의 상태에 의해 마음에 변화를 주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들은 선·악·지혜의 행위 및 수행의 계위 등에 의해 서로 관계적으로 인과 연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식사상에 있어서 마음과 뇌는 심뇌부동일설로서 물질적인 뇌의 작용이 곧 마음의 작용이 아니며 관계적으로 존재함을 언급하고 있다.

뇌과학의 마음작용의 시작

하지만 뇌과학은 물질적인 수정이 이루어진 이후부터 의식의 움직임이 있다고 말한다. 뇌과학에서는 수정 직후 의식이 형성되며, 그리고 수정 직후부터 뇌발달이 급격히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상태는 종이와 같이 얇으며, 1주일 내에 수정란이 분할하기 시작하고,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이 발생한다. 이 중의 외배엽으로부터 인간의 뇌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심뇌동일설의 경우는 모두 뇌의 움직임에 의해 형성되므로 마음이 없어도 된다는 의미가 있게 된다. 그리고 심처에 머무르고 있는 마음은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공성(sunyata)의 실재로서 존재하므로 마음과 뇌는 각각 별도의 존재, 혹은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반면 유식과 뇌과학이 수정란의 형태(묽은 죽=종이와 같은 얇은 형태)와 뇌의 형성과정(미세한 감각기관이 형성=뇌의 발달 시작)을 설명하는 부분은 비슷하다.

대뇌피질·DNA가 아뢰야식으로 볼수 있어

그렇다면 굳이 뇌과학의 관점에서 식의 작용을 해석하자면 식은 뇌의 어떤 부분으로 볼 수 있을까. 뇌과학에서는 최초의 판단을 내리는 곳이며, 이성적 사고·의지·창조·의욕 등의 기능을, 그리고 심리학에서는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이라고 부르는 정신작용을 담당하는 곳을 전두엽(frontal lobe)의 앞부분에 위치한 전전두엽으로 보고 있다. 이 역할이 유식사상에서 분별·회상·추리·사고 등의 심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는 제6식의 역할과 상응한다.

이와 함께 뇌의 기능 중에서 자아의 구체적 감각, 즉 주인의식을 담당하는 부위인 좌뇌의 상후두정엽(Parietal lob)의 기능은 탐·진·치에 의해 형성돼 제8식에 저장돼 있는 일체 종자를 자아라고 집착(執藏)하고, 의식의 저변에 항상 함께 하는 자아집착식의 제7식과 상응한다.

정보와 지식을 통괄하면서 장기 보존하는 장소인 대뇌피질(Cerebral cortex)은 반열반에 이르기까지 일체 종자를 보존하고, 모든 것을 기억·최종 인식할 수 있는 기능을 갖는 제8식과 상응한다. 하지만 제8식이 갖는 윤회의 요소, 즉 정신과 육체를 이어가며 유지·상속시켜주는 기능은 대뇌피질에 없다. 이는 DNA의 기능에서 찾을 수 있다.

뇌과학에서 기억과 연관된 기능으로서 해마(Hippocampus)가 있다. 해마는 과거의 기억과 경험을 인지하는, 즉 기억을 형성하는 영역이므로 대뇌피질과 같이 저장하는 기능을 갖는 기능은 없다. 따라서 제8식의 저장기능을 갖는 것은 대뇌피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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