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의진화<40>, 불탑신앙의 기원과 종류의 다양성

부처님 공경의 상징으로 출발
불탑신앙에 따라 진화·발전
한국전통의 ‘탑돌이’ 문화 계승 과제

▲ 사진1. 차우칸디스투파
인류문화 활동에 의해 창조된 가치가 뛰어난 유형, 무형을 총칭하여 ‘문화재’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재 보호법을 제정하여 역사적·예술적·학술적 또는 경관적 가치가 큰 것을 국가에서 ‘보물’과 ‘국보’로 지정하여 보호 대상으로 정한다. 국가 지정 문화재 중 유형 문화재는 건조물(建造物), 전적(典籍), 서적(書跡), 고문서, 회화, 조각, 공예품 등 매우 다양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그 중 불탑과 승탑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0%에 이르며, 단일 품목으로는 가장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탑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가치와 수량에 비하여 현저히 저조한 실정이다. 물론 학계에서 불탑에 관한 연구는 건축사나 미술사의 관점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불탑의 형식이나 양식의 발전, 그 변천과정에 대한 조사에만 치우친 면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불탑의 보존 과학적 측면까지 그 관심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것은 종교적인 유물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내재 가치보다 조형적 측면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 연구였다.

40회에 걸친 본 연재에서 필자는 독자들이 불탑을 불교건축물 혹은 예술작품으로만 취급하기보다는 신앙의 대상으로써 불탑을 이해하기를 기대했다. 불탑이란 석가모니 부처님의 유골인 사리가 봉안된 성스러운 ‘부처님 무덤’을 말한다. 이러한 불탑은 불교 의례에 있어 찬탄과 보호의 의미를 포괄하며, 불자들에게는 석가모니 부처님 열반의 상징으로 예배와 공경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부처님 당시부터 오늘날까지 모든 불교 국가에서 불탑은 꾸준히 조성되어 왔는데 이에는 공통된 원칙이 있다. 그것은 경전에 근거해 불탑 조성의 공덕 불사를 성취하려는 간절한 신앙심의 발로였던 것이다.
인도에서 시작된 불탑은 시대는 물론이고 지역적으로 불교 전파의 경로에 따라 미얀마, 캄보디아, 베트남, 태국 등 남방 국가와 중국, 한국, 일본 등 북방 국가에서 매우 다양한 형태로 조성돼 왔다. 하지만 형식과 양식의 외형적 다양성 속에는 한결같이 불교의 우주관과 세계관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또 불탑에 예경하면 현세와 내세에 무한한 공덕과 복을 얻을 수 있고, 불탑을 조성하는 자체로도 큰 공덕을 이룰 수 있기에 불탑 신앙은 계속 되어 왔다.

▲ 사진2. 케사리아스투파
불탑신앙의 기원
석가모니 부처님의 열반이 불탑조성의 시초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역사적인 실체는 아니지만 경전에서는 수 없이 많은 과거불의 열반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으며, 과거불의 불탑을 조성하였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처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사리불과 목련존자에 대해서도 사리탑을 조성하고 부처님의 머리카락을 봉안한 ‘발탑(髮塔)’과 손톱을 봉안한 ‘조탑(爪塔)’ 등을 조성하였다는 사실이 경전에 전해진다.

수자타 여인의 공양을 받은 싯다르타 태자가 수행을 포기했다고 믿고 태자를 떠난 다섯 비구는 깨달음을 얻어 부처님이 된 태자를 길에서 만났다. 그 만남의 장소를 기념하기 위하여 그들은 그 자리에 탑을 조성한다. 부처님을 크게 환영하였다는 의미의 영불탑〈사진1〉이다. 인도 바라나시에 현존하는 ‘차우칸디스투파’로 부처님 당시 조성된 탑의 예로 들 수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열반 직전 발우를 신도들에게 전해주자, 주민들이 부처님의 열반을 기리고자 발우탑〈사진2〉을 조성한 인도 비하르주의 ‘케사리아스투파’도 현존하고 있다. 물론 부처님의 유골인 사리는 봉안되지 않았지만 후손들이 이 탑을 예경한 이유는 부처님을 직접 친견하는 듯한 환희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 사진3. 산치제2탑
불탑의 분류(종류)
불탑을 분류하는 방법은 나라마다 여러 방법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조형상(造形上), 조탑 재료, 목적, 배열, 봉안물(奉安物)의 종류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불탑을 조형에 따라 분류하면, 인도의 경우는 산치대탑〈사진3〉과 같은 반구형(半球形)탑과 보드가야대탑 같은 사각다층탑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경우는 크게 일곱 가지로 불궁사석가탑, 하남성 숭악사탑〈사진4〉 등의 누각식탑(樓閣式塔), 요양백탑, 내몽고자치구의 대명탑 등 밀첨식탑, 신통사사문탑 등 정각식탑(亭閣式塔), 하북성 광혜사탑, 하북성 경화사탑과 같은 화탑(花塔), 북경 묘응사탑, 서장자치구 백거사탑과 같은 라마식탑, 내몽고자치구 자등사탑과 같은 금강보좌식탑, 강소성 소관탑등과 같은 과가탑(過街塔)으로 분류한다.

일본의 경우는 법륭사5층탑〈사진5〉 등 다중탑(多重塔), 반야사13층탑〈사진6〉과 같은 다층탑(多層塔), 보탑(寶塔), 다보탑(多寶塔), 상륜당(相輪棠) 등 20여 가지로 세분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대체로 불탑 조성 재료에 근거하여 목탑, 전탑, 석탑으로 분류하고, 형태에 따른 세부 분류는 상용하지 않는 편이다. 다만, 석탑의 경우는 양식 변천에 따라 미륵사지석탑, 정림사지5층탑〈사진7〉등 시원기(始原期)와 감은사지3층쌍탑, 고선사지3층탑 등 정형기(定型期)를 거쳐 불국사3층탑을 기준으로 전형기(典型期)석탑으로 구분하며, 불국사다보탑, 화엄사4사자탑 등을 이형석탑(異形石塔)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 사진4. 숭악사탑
이 외에도 불탑의 조형적 특징을 고려하여 종탑(鐘塔), 감탑(龕塔), 주탑(柱塔), 안탑(雁塔), 노탑(露塔), 옥탑(屋塔), 무봉탑(無縫塔), 나탑(喇塔), 방탑(方塔), 원탑(圓塔), 난탑(卵塔)〈사진8〉 등으로 나누어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층수에 의해 1층탑, 2층탑, 3층탑, 4층탑, 5층탑, 7층탑, 9층탑, 10층탑, 13층탑, 15층탑, 17층탑, 37층탑 등으로 나누기도 하며, 탑신의 층수는 절대 다수가 홀수이지만, 짝수 층으로 구성된 불탑도 조성되었다. 2층탑은 중국 북경시 운거사탑, 8층탑은 중국 하북성 남궁시 보동사탑, 우리나라의 산청 대원사 8층석탑이 있으며, 10층탑은 중국 하북성 영우사사리탑, 우리나라의 원각사지 10층탑과, 경천사지10층탑, 그리고 최근에 조성된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 8각10층사리탑 등이 있다.

각(角)에 의해서는 원형탑, 4각형탑, 6각형탑, 8각형탑 등으로 분류한다. 또한 탑을 조성하는 다양한 재료로써 분류하는 방법으로는 전탑, 목탑, 석탑이 가장 일반적이나 옥탑(玉塔), 수마노탑(水瑪瑠塔), 금탑(金塔), 은탑(銀塔), 칠보탑, 사탑(沙塔), 니탑(泥塔), 토탑(土塔), 분탑(糞塔), 철탑(鐵塔), 동탑(銅塔), 수정탑(水晶塔), 유리탑(琉璃塔), 향탑(香塔) 등이 있다.

불탑을 조성하는 목적에 따라 분류하는 방법으로는 구복(救福) 내용에 따라 복을 짓기 위해 조성하는 기복탑(祈福塔)과, 부모나 스승, 그리고 삼보의 은혜를 갚고자 세우는 보은탑(報恩塔), 경전인 법보를 봉안한 법신탑(法身塔), 그리고 부모 또는 자신이나 단명한 이의 수명 연장을 발원하기 위해 세우는 수탑(壽塔) 등이 있다.

또한, 조탑 위치로는 고립식탑(孤立式塔), 대립식탑(對立式塔), 배립식탑(排立式塔), 방립식탑(方立式塔), 사문사탑(四門四塔), 공립식탑(拱立式塔), 분립식탑(分立式塔) 등으로 나눈다.

불탑 내의 봉안물(奉安物)로 분류하면 사리탑(舍利塔), 발탑(髮塔), 조탑(爪塔), 아탑(牙塔), 의탑(衣塔), 발탑(鉢塔), 진신탑(眞身塔), 회신탑(灰身塔), 쇄신탑(碎身塔), 병탑(甁塔) 등이 있다.
이처럼 불탑은 지면의 한계가 있는 한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불탑 신앙에 따라 진화, 발전하며 조성되어 왔다.

▲ 사진5. 법륭사5중탑
불탑신앙
불교 경전에 “불탑을 대할 때는 곧 여래를 보는 것과 같이하라!”라는 가르침이 설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불탑 조성을 발원한 불제자들은 조성의 공덕에 만족하지 않고 이미 조성된 불탑에 지극한 불심의 표현으로 무한하고도 다양한 예경을 다하였다. 정성어린 공양물의 봉헌 뿐 아니라 부처님을 친견하는 공경의 방법으로 ‘탑돌이’라는 전통 신앙 문화를 완성하였다.

▲ 사진6. 반야사13층석탑

인도에서부터 유래된 탑돌이는 나라마다 일정한 규범이 있다. 불교의 우주관에 근거하여 태양계의 회전운동에 동조하는 시계방향으로 돌아야 하며, 횟수에도 우요삼탑(右腰三塔) 즉 오른쪽으로 세 번 도는 것이 기본이나, 〈무구정광대다라니경〉에 의하면 77회를 돌면서 다라니를 77번 봉독하라고 설해져 있다.

▲ 사진7. 정림사지5층석탑
〈사진8〉 운주사 란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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