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산 스님(쌍계총림 쌍계사승가대학장)

법왕사 백고좌대설법회 ‘대방광불화엄경 입법계품’
 

향을 모두 통달한 ‘육향 장자’
불법 바다에 이른 ‘바시라 선사’
세상서 지혜 닦은 ‘무상승장자’
“여러 선지식 만나는 경험 통해
불법 지혜 만나는 계기 마련해야”

▲ 반산(盤山)스님은 … 해인강원 및 중앙승가대학과 조계종립 은해사승가대학원을 졸업했고, 쌍계사 통도사 해인사 강사를 거쳐 봉선사 능엄학림 학감, 봉선사 교무국장, 교육원 역경위원, 행자교육원 교수사 등을 지냈다. 현재 양산 원각사 주지, 쌍계사승가대학장을 역임하고 있다. 저서로는 〈화엄경청량소〉 〈재미있는 금강경강의〉 〈재미있는 화엄경〉 등이 있다.
〈화엄경〉의 입법계품에는 진리를 찾는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만나 법문을 듣는 과정이 담겨 있다. 쌍계사승가대학장 반산 스님은 7월 5일 법왕사 백고좌법회에서 세 선지식을 소개하면서 불교 공부를 꾸준히 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향을 다룰 줄 알았던 육향 장자, 뱃사공 일을 했던 바시라 선사, 세상에서 지혜를 닦아 경지에 이른 무상승 장자를 통해 불법의 진리를 배워보자.  

내가 가진 생각이 최고라거나 나의 가진 것이 제일이라고만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른바 고정관념을 버려야 진리를 볼 수 있습니다. 〈대방광불화엄경〉! 큰스님들께서 산에 살다 뱀을 만나면 ‘대방광불화엄경’ 일곱 번을 하면서 ‘인도환생(人道還生)’ 즉 ‘다음 생에는 사람으로 태어나라’ 이렇게 축원하라고 하셨습니다. 입법계품이란 ‘부처님 진리의 세계에 들어간다’는 뜻으로 사자빈신삼매에 들어서 법문을 하십니다. 부처님 친설이 아니고 대부분 보살들이 대신 설하고, 입법계품 한 품에서 53분의 선지식이 돌아가면서 설법을 합니다. 삼귀의 입정하고 설법을 하지요. 문수보살이 선재동자를 만나서 한 사람 두 사람에게만 배우는 것이 아니고 온갖 분들에게 배우라고 지시를 합니다. 결국 팔방미인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것이 입법계품의 메시지가 아닌가 합니다.

다양한 선지식 만나는 과정 담겨
이것을 ‘만행성불(萬行成佛) 공덕성불(功德成佛)’이라 합니다. 세상에 살다보면 돈 벌고 부귀영화 누리고 내 가족 편안하게 하면 잘 사는 것이라 하겠지만 불교집안에 들어오면 그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가 가진 생각이 최고라거나 나의 가진 것이 제일이라고만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른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제가 어릴 때 동네에서 아이들과 놀고 있는데, 탁발승이 지나가는데 아이들이 ‘중중 까까중’하고 놀리고, 어떤 애는 돌 던지고 하는데 저는 저만치서 저애들이 왜 저러지 하고 쳐다보고 있었어요. 그때 탁발승이 저를 부르시더니 종이에 무엇을 써서 주는 거에요. 이렇게 펼쳐보니까 ‘나무묘법연화경’ 일곱 글자였어요. 이 글자를 자꾸 외우라 하는 거에요. 그리고 출가하기 몇 년 전에는 ‘남묘호랭게교’ 하는 니치렌종에 인연이 되어서 거기 몇 번 다닌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사고가 나고 그 계기로 부처님을 만나고 불교를 만났어요.
 입법계품에는 수많은 선지식이 출현하는데 스님만 있는 게 아닙니다. 폭이 아주 넓지요.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있습니다. 문수보살은 부처님의 지혜를 상징하고 보현보살은 행동 곧 행원을 상징합니다. 사자가 아무리 지혜롭고 두려움이 없지만 코끼리를 이기지 못합니다.
세속이나 절집이나 지혜와 복을 함께 가져야 합니다. 선재동자는 문수보살의 또 하나의 화신입니다. 선재동자는,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는 날 태어납니다. 그러니 복덩이가 태어난 거지요. 대승불교 경전 특히 화엄경을 만나려면 전생에 지어놓은 복이 많아야 해요. 


 저는 열차사고를 당해서 발을 다치면서 출가하는 계기가 됐어요. 세속적으로 근심 없이 돈벌고 살다가 IMF를 만나서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어 살기가 어려우니까 그 시절에 출가행자도 많았습니다. 그거 나쁜 일이 아닙니다. 하나의 부처님 만나는 인연일 뿐이지요.
잠시 ‘제14, 수미정상게찬품(須彌頂上偈讚品)을 보겠습니다. 합장 하시고 읽겠습니다. “차라리 지옥의 고통 받으면서[寧受地獄苦]/ 부처님의 명호 들을지언정[得聞諸佛名]/ 한량없는 낙을 받느라고[不受無量樂]/ 부처님 명호 못 들을까 보냐![而不聞佛名]”
화엄경은 입법계품 많은 부처님의 능력을 골고루 전해주고 싶다는 의미가 들어 있어요. 오늘 법문에서는 53선지식 중에서 ‘육향 장자’, 바시라 선사, 무상승 장자 이렇게 세 명의 선지식에 대해 공부해 보겠습니다.

육향 장자와 바시라 선사
스물두번째 선지식 육향 장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향은 좋은 향기를 풍기죠. 땀 냄새 속에 그 사람 업이 들어있습니다. 냄새를 맡고 세상을 아는 장자가 육향 장자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땀을 많이 흘리고 사는데 땀 냄새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가장 힘든 땀이 ‘식은 땀’이지요, 법당에서 기도하면서 흘리는 ‘건강한 땀’과는 다릅니다. 스님 옷에는 법당의 향냄새가 배어 있습니다.
향을 파는 육향 장자는 모든 향을 잘 분별하여 알고, 또한 모든 향을 잘 조화롭게 만드는 법을 알았다고 합니다.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아서 온갖 지혜를 내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라는 선재 동자의 질문에 대해 육향 장자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나는 모든 향을 잘 분별하여 알며, 모든 향을 조화하여 만드는 법(調和香法)을 아노니, 이른바 모든 향·모든 사르는 향·모든 바르는 향·모든 가루향이며, 이런 향이 나는 곳도 아노라.…이런 향의 형상과 생기는 일과 나타나고 성취함과 청정하고 편안함과 방편과 경계와 위덕과 작용과 근본의 모든 것을 내가 다 통달하노라.”
그 다음으로 바시라 선사는 배를 젓는 뱃사공입니다. 이 언덕에서 사는 중생을 저 언덕에서 열반의 언덕으로 실어다 주는 일을 하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세조대왕이 한 때 오대산에서 문수동자를 만나서 등을 밀어 달라고 했을 때 동자에게 “너는 이곳에서 왕의 등을 밀었다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동자가 세조대왕을 보고 말하기를 “대왕이시여, 혹시 누가 묻거든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만났다고 말씀하지 마세요!” 했다는 겁니다. 그 시절에 절법이 엄했는데, 세속에서 왕이지만 절에서 공양을 할 때는 가장 낮은 자리에서 공양을 했어요. 그러니까 세속에서 벼슬이 높고 부귀영화가 최고라 생각하지만 절에 들어와서 불교진리를 보면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에요.


요즘 사람들 건강할 때는 자신의 목숨 엄청 아끼지요. 그런데 그 아까운 목숨을 자신이 열 받고 살기 어렵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알아서 버리지요. 어차피 죽을 건데 이렇게 구차스럽게 살면 고생만 할텐데 좀 먼저 죽는다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이건 철저히 세속적인 생각이고 불교에서 제일 싫어하는 단멸론이에요. 내생을 믿지 않으니까요.
바시라는 ‘자재’라 번역하는데 이른바 부처님 법의 바다에 이미 잘 통달하여 나고 죽음의 바다에 능히 잘 건너다니고 온갖 법에 깊은 믿음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로 ‘자재’라고 이름하였다고 합니다. 누각성에 있는 것은 불괴회향(不壞廻向, 굳은 믿음을 중생에게 돌려 중생이 이익을 얻게 한다는 의미)로 ‘보리심이 더욱 더 늘어나고 자비와 지혜가 서로 의지해서 특출하게 뛰어났습니다.


바시라는 성의 바닷가에 있으면서 보살을 크게 가엾이 여기는 ‘당기의 행’을 깨끗하게 닦았습니다. 염부제에 있는 빈궁한 중생들을 보고 그들을 이익 되게 하려고 보살의 행을 닦으며, 그들의 소원을 모두 만족케 했습니다. 먼저 세상 물건을 주어 마음을 채우고 다시 법의 재물을 보시하여 환희케 하며, 복덕의 행을 닦게 하고 지혜를 내게 하고 선근의 힘을 늘게 하고 보리심을 일으키게 했습니다. 보리의 원을 깨끗하게 하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단단하게 해 생사를 없애는 도를 닦게 하고 생사를 싫어하지 않는 행을 내게 해 모든 중생을 거두고, 모든 공덕을 닦게 했습니다. 또한 모든 법을 비추게 하고 모든 부처님을 보게 하여 온갖 지혜의 바다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갖가지 일을 끊어버리다
스물 네번째 선지식 ‘무상승 장자’(無上勝 長者)는 부처님의 십호 가운데 여래 응공 정변지 ‘무상사’ 가 있지요 무상승 장자도 그런 분입니다. 세상에서 지혜를 닦아 최고가 되신 분입니다. 선재동자는 성의 동쪽 크게 장엄한 당기 근심 없는 숲(大莊嚴幢無憂林)에서 무상승 장자를 만나게 됩니다.
한량없는 상인들과 백천 거사들이 무상승 장자를 둘러쌌는데 인간의 갖가지 일을 끊어 버리는 법을 설하고 있습니다. 모든 교만을 아주 뽑고 나와 내 것을 여의게 하며, 쌓아 둔 것을 버리고 간탐한 때를 없애며, 마음이 청정하여 흐리고 더러움을 없애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때 장자는 선재동자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선남자여, 나는 ‘모든 곳에 이르는 보살의 행하는 문과, 의지함이 없고 지음이 없는 신통한 힘(至一切處修菩薩行淸淨法門인 無依無作神通之力)’을 성취하였노라. 착한 남자여, 어떤 것을 모든 곳에 이르는 보살의 행하는 문(至一切處修菩薩行門)이라 하는가? 착한 남자여, 나는 이 3천 대천세계의 욕심 세계에 사는 모든 중생으로 이른바 모든 33천·모든 수야마천·모든 도솔타천 하늘과, 마을과 성중과 도시의 모든 곳에 있는 중생들 가운데서 법을 말하노라.”
무상승 장자의 법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른 법을 버리고 △다툼을 쉬고 △싸움을 제하고 △성냄을 그치고 △원수를 풀고 △속박을 벗고 △옥에서 나와 공포를 없애고 △살생을 끊으며 △삿된 소견과 나쁜 짓과 하지 못할 일을 모두 금하게 하며 △모든 착한 법을 순종하여 배우고 모든 기술을 닦아 익히어 모든 세간에서 이익을 짓게 해야 한다 △그들에게 갖가지 언론을 분별하여 환희심을 내고 점점 성숙하게 하며 △외도를 따라서 훌륭한 지혜를 말하며 △모든 소견을 끊고 불법에 들어오게 하며 △형상 세계의 모든 범천에서도 그들에게 훌륭한 법을 말하노라고 했습니다.


“착한 남자여, 나는 다만 모든 곳에 이르는 보살이 수행하는 청정한 법문과 의지함이 없고 지음이 없는 신통한 힘을 알거니와, 저 보살 마하살들이 모든 자유자재한 신통을 갖추고 모든 부처님의 세계에 두루 이르며, 넓은 눈의 지위를 얻어 모든 음성과 말을 들으며, 모든 법에 들어가 지혜가 자재하며, 지혜의 몸이 광대하여 세상에 두루 들어가며, 경계가 끝이 없어 허공과 같은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박사가 많지만 박사란 자기가 연구한 분야만 넓게 아는 분입니다. 메르스에는 의사도 예외가 없습니다. 정말로 가진 사람은 가진 자랑 하지 않습니다. 내 것을 많이 만들려고 하는 생각으로 부처님 팔아서 법당 지어놓고 법당 옆에서 고스톱 치다가 걸려서 망신당하고 구속당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말법시대에는 불자님들이 좋은 도량인가 아닌가를 가릴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선지식이고 정말로 포교에 전심전력 하는지 아닌지를 가려야 합니다.


세상에 가장 자신 있는 법문은 자신의 경험담입니다. 법문을 듣고 나서 그래도 자신의 생각이 최고라고 고집부리지 않아야 발전이 있습니다. 공부는 하다보면 어려운 화엄경도 쉬워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속담 한번 읽어볼까요?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위에 뫼이로다!/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법왕사 좋은 도량에서 대구 신도분들 불법과 인연 맺어주시려고 실상 주지스님 이렇게 애쓰시는데, 다음에는 오실 때 많은 친구분들 모시고 함께 오시기 바랍니다. 모두들 포교사가 되시기 바라면서 법문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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