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드라마 ‘실종 느와르 M’

M은 수수께끼이면서 메모리

동해보복 대상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

한국사회 무의식의 기억 수면 위로

드라마(Drama)를 가리켜 한국에서는 연속극이라고 한다. 드라마는 본래 극(劇)의 의미로써 희극(Comedy)과 비극(Tragedy)의 통칭으로 사용되던 고대 그리스어이다.

사전적 의미는 “행동하다”이다. 따라서 배우가 인간 행위를 모방하는 연극, 영화, TV 드라마 등 배우가 등장하는 모든 장르를 포괄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드라마라고 하면 가장 먼저 연속극부터 떠올린다. 이는 아마도 TV라는 매체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재밌는 것은 외국에서는 연속극을 ‘Soap CF’라고 부른다는 사실이다. 연속극의 시작이 비누 광고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는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가 지적한 시뮬라르크(Simulacre)가 얼마나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 지대한 역할을 하는지 대변하는 것이다.

참고로 시뮬라크르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인공물을 지칭한다. 즉, 때로는 존재하는 것보다 더 실재처럼 인식되는 대체물을 말한다.

가령, 가상게임이 대표적인 예일 테지만, 문화적으로 볼 때 가장 앞선 것은 텔레비전일 것이다.

이처럼 드라마는 태성적으로 대중문화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한국의 드라마는 사회적 특징 때문인지 천민자본주의적 문화를 여과 없이 고스란히 반영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아침 드라마는 불륜, 저녁 드라마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라는 공식을 벗어나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중파 방송의 드라마들은 그 주인공들 중에 상류층이 끼지 않는 법이 없다. 대중이 지니고 있는 신분상승의 욕구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한국 드라마의 법칙을 깬 것이 종편 드라마들이다. JTBC가 방영한 〈유나의 거리〉와 이번에 필자가 소개하려는 〈실종 느와르 M〉이 대표적이다.

〈유나의 거리〉는 〈서울의 달〉로 유명한 김운경 작가가 극본을 쓴 하층민의 삶을 다룬 드라마였다면, 〈실종 느와르 M〉은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느와르와 호로 장르를 혼합해 만든 드라마다.

총 10부작 중 방송된 7부작 내용을 보면 성폭행 피해자 아들의 가해자에 대한 복수, 아들을 잃은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복수, 물증이 없어 면죄부를 받은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복수, 정리해고를 받은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복수 등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다. 상흔에 대한 복수라는 공식은 자연스럽게 동해보복(同害報復)을 떠올리게 한다.

동해보복은 고대 바빌로니아 법률에서 범죄자에게 피해자가 입은 상처 및 피해와 정확히 똑같은 벌을 주도록 한 원칙을 일컫는다.

그런데 매우 흥미로운 것은 동해보복의 당사자가 피해자 개인인 동시에 사건을 방조한 사회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공업(共業)을 떠올리게 한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영화의 부흥기에 주목 받은 작품들인 윤종찬의 〈소름〉,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 공수창의 〈알 포인트〉, 박찬욱의 〈올드 보이〉 등은 산업화 혹은 근대화의 폭력에 대한 상흔을 그렸다.

마찬가지로 〈실종 느와르 M〉은 전근대, 근대, 탈근대라는 격동의 시간을 반세기만에 이룩한 한국사회 위업의 이면에 잠재해 있는 우울한 무의식의 기억을 수면 위로 떠올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인연(因緣)이란 말에서 ‘인’은 결과를 산출하는 내적·직접적 원인이며, ‘연’은 결과의 산출을 도와주는 외적·간접적 원인이다. 여러 가지 원인 가운데 주된 것이 인이며, 보조적인 것이 연이다. 또 인을 넓게 해석하여 인과 연을 합해 인이라고도 하고, 반대로 연을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모든 존재는 인연에 의해 생겼다가 인연에 의해 멸한다.

용수(龍樹)는 《중론(中論)》에서 “존재의 생멸(生滅)은 진실한 모습이 아니므로 ‘불생불멸(不生不滅)’이며, 나아가 그 인연마저도 실재성이 부정되므로 모든 존재는 공(空)”이라고 했다.

그런가하면, ‘12연기법’에 따르면, 인연은 전생, 현생, 내생으로 이루어지는 연결고리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무명, 행, 식, 명색, 육입, 촉, 수, 애, 취, 유, 생, 노사 순으로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바로 12연기인 것이다. 이 고통의 삶은 한 개인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여러 사람에게 동시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공업(共業)은 말 그대로 공동이 지은 업보이다. 따라서 업보를 씻는 것도 공동의 몫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종 느와르 M〉은 그 사실을 일러준다. 아마도 〈실종 느와르 M〉에서 M은 Mystery(수수께끼)를 의미할 테지만, 필자에게는 Memory(기억)로 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응오 작가

〈실종 느와르 M〉은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느와르와 호로 장르를 혼합해 만든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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