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立文字와 문맹 혼돈 말자…공부하는 풍토를 ”
“不立文字와 문맹 혼돈 말자…공부하는 풍토를 ”
  •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 승인 2015.05.19 15: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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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간화선 대중화

조계종이 5월 16일 광화문에서 개최한 ‘간화선 무차대회’에 참가한 스님들이 광장에서 선정에 들고 있다.

간화선의 역사적 배경 알아야
당대 지성인과 교류 속에 발달
교학적 기반 위에 수행 함께 해야

당나라 시대에 새롭게 일어난 신흥 불교였던 남종선도 당나라 말엽을 지나면서 나름대로의 전통이 생기고, 송나라 시대에 들어서는 지난 시대의 선사들이 남긴 수행이 일종의 ‘기준’으로 굳어져갔다. 그 ‘기준’ 중의 하나가 이른바 ‘화두’ 내지는 ‘공안’이다. 이것을 기준 삼아 선승들은 서로의 수행을 점검했다. 그리고 뒷날 송나라 시대 이후에는 ‘화두’를 마음속으로 관찰하는 ‘간화선’이 등장하였다.

당나라 시대의 선사들이, 특히 혜능이나 마조를 포함한 남종에 속한 선사들이, ‘간화선’을 실천했는가? 그렇지는 않았다. 이들에게는 선배나 스승이 사용했던 이야기를 재료로 하여 후배 수행자들을 지도하는 방법을 쓴 경우는 있지만, 자기 자신의 수행을 위해 ‘화두’를 드는 일은 없었다. 그들이 분명 참선은 했지만 그것이 반드시 간화선이라고 단정할 만한 문헌적 근거는 없다. 다만 뒷날 간화선을 주장하는 송대 선가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화두의 재료거리로 당나라시대 남종선 계통의 선사들의 언행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간화선의 대두에는 분명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아무리 언어나 문자와 일정한 거리를 두려고 했던 선이라고 해도, 그것이 만들어진 시대와 지역의 역사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선의 출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만 당시 선사들의 대화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분명하게 말하건대, 선을 초역사적이고 초이성적으로 이해하려는 태도는 금물이다. 사상이 늘 그 시대와의 관계 속에 형성되듯이, 선사상도 시대적인 추이 속에서 생성된다. 그 당시에 있었던 여러 선풍들과 교류하면서 그것을 비판 극복하는 과정에서 변화한다.

그럼 그 배경이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면 첫째는 불교 교학의 발전이고, 둘째는 당시 지성계와의 교류이다. 후한 말기에서부터 한문으로 번역된 경전은 당나라시대를 거치면서 정비되어간다. 이런 경전들을 바탕으로 당시 불교계 인사들은 교학적 논의들을 축적해가는 동시에, 그들은 당시 지식인들과 교류를 하면서 인생의 문제를 비롯하여 나아가 역사를 평하고 또 문학을 논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전통 사상인 유학사상과 또 노장사상 등이 불교 사상과 만나면서 당시 지성계는 더욱 풍요해진다.

당시 선사들과 교류를 했던 사람들은 모두가 지식인들이다. 소위 말하는 ‘먹물’들이다. 책 읽기에 있어 이미 저마다 한 경지를 이룬 사람들이다.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은 선은 이런 독서인(讀書人)들 사이에 유행했고, 그 유행에 참여했던 선사들은 모두 뛰어난 학자들이다. 시를 알고 역사를 알고 철학을 알고 불교를 안다. 이런 고급 교양을 몸에 익히고, 그런 바탕 위에서 소위 ‘진리’를 탐구하고 그것을 몸소 실천하려고 한 사람들이다. 그러다보니 자연, 그들에게는 ‘지식을 넘어서는 지혜로’, 또 ‘남의 흉내를 넘어서는 자신만의 창작으로’, 그리하여 ‘세상의 가치를 넘어서는 한 차원 높은 가치 추구로’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선사들의 대화는 긴장감 있고 박진력 있고 생동감 있게 진행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문어체(文語體) 보다는 실제로 현장에서 쓰였던 대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구어체(口語體)로 기록된다. 게다가 방언이나 속어 등의 사용으로 생동감과 전달력을 높이고 있다.

이들이 하는 이야기의 내용을 검토해 보면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발견된다.

첫째, 자신의 체험 밖에서 얻을 진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경전이나 타인의 체험에만 의존하는 것을 매우 경계하고 있다. 즉, 당나라 시대 선사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견성(見性)’을 강조한다. 이런 전통은 이미 〈육조단경〉에서부터 선명하게 드러난다. 수행자 각자마다 부처가 가지고 있는 것과 똑 같은 지혜와 덕을 간직하고 있으니 그것을 깨치라고 한다. 이런 인간 이해는 이른바 법성종(法性宗)의 교학에서는 공통적으로 동일하게 나타나며, 특히 법성종의 대표적인 교학인 화엄교학에서는 이 점이 더욱 극명하다. 당나라 시대의 남종선을 전개한 선사들의 생각들에도 인간에게는 누구나 불성(佛性)이 있음을 전제한다. 이 점은 당나라 시대의 선사들은 물론 그 후의 역대 선사들도 마찬가지이다. 화엄교학을 모르고는 선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째, 남에게 선을 묻고 도를 묻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것도 앞의 첫째와 연관이 있다. 깨달음이란 남에게 물어서 될 일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체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당나라 시대의 많은 선사들과 그 후의 선사들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견해이다. 자신이 몸소 체험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체험할만한 훌륭한 그 무엇이 자기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체험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자기 자신 속에 고유하게 있다는 것이다.

셋째, 경전이나 주석서를 반성적 사유 없이 외우고 논쟁하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다. 이것도 넓은 범위에서 보면 자기의 체험이 아닌 남의 것을 가지고 겉모습만 더듬는 어리석음을 비판하는 것이다. 경전도 그것이 부처님의 말씀이기는 하지만 결국은 남의 말이라고 선사들은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당나라 시대 후 많은 선사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경전이라고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의 체험이 결여되고 남의 말에만 의존하는 것까지도 비판한다. 선사들이 교학의 3장을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의 체험이 결여되었으면 그 말이 교학에서 왔건 선학에서 왔건 모두 비판의 대상이다. 이 점은 송대의 선사들이 교학의 3장이면 무조건 모두 비난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자기반성이 없이 외워대는 경·률·론 3장이 우리들의 인생살이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넷째, 선방에 앉아서 명예와 이익을 구하는 것을 나무라고 있다. 세속에 뜻을 두지 말고 부지런히 수행할 것을 강조하는 것은 거의 모든 수행자들이 한 목소리로 당부하는 말이다.

당나라 시대 생산된 선사들의 대화에는 이상에서 거론한 주제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런 주제들을 소재로 선사들은 저마다 상황에 따라 대화를 통해서 주변 사람들을 교화한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은 각 문파 별로 기록 정리하여 후세에 전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선사들이 남긴 어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배경이 되는 학문적 훈련이 있어야 한다. 많은 독서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불립문자(不立文字)’와 ‘문맹(文盲)’을 혼동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선의 전통이 굳건해진 송나라 시대 이후 선사들이 교류했던 당시 지식 관료들을 보면, 그들이 대단한 지식인들이었음을 단박에 확인할 수 있다. 무식해서는 절대로 선사들의 대화를 이해할 수 없다. 책을 읽어야 한다. 물론 그 독서에도 요령과 순서가 있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한다.

전라도 순창 구암사의 백파 긍선(1767-1852) 선사께서는 〈선문수경(禪文手鏡)〉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종 문하에서 나온 말이나 문구를 찾아 궁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인천안목(人天眼目)〉과 〈선문오종강요(禪門五宗綱要)〉와 〈선문강요집(禪門綱要集)〉을 반드시 제일 먼저 구하여 읽되, ……. 그런 다음에 〈선문염송집(禪門拈頌集)〉과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과 4집(集) 등에 나오는 말과 문구를 읽으시오.”
〈선문수경(禪文手鏡)〉은 제목이 말해주듯이 ‘선 관계 문헌을 독서할 때에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라는 뜻이다. 손거울로 수시로 자신의 얼굴을 살펴볼 수 있듯이 말이다. 〈인천안목〉은 송나라의 승려 회암 지소 스님이 지은 것으로, 임제·위앙·조동·운문·법안 등 선문 5종의 주장이나 그에 대한 평창 등을 엮은 책이다. 이 책은 고려에도 수입되어 그 후 조선에서도 여러 번 출판되었다.

그리고 〈선문오종강요〉는 조선시대 환성 지안 스님이 편집하고 그의 문인 함월 해원 스님이 보충하여 숙종15년(1689)에 출간하였다. 이 책 역시 임제·운문·조동·위앙·법안 등 선문 5가의 종요를 모아 엮은 책이다. 한편, 〈선문강요집〉은 고려의 진정 천책 스님의 저술이라고 하나 저자는 불확실하지만, 조선시대 승려들에게 인기를 끈 책이다.

다음으로 〈선문염송집〉은 보조 지눌 스님의 제자인 고려의 진각 혜심 선사가 편집한 책이고, 〈경덕전등록〉은 송나라 시대에 편찬된 책으로 조선시대 승려들의 과거시험과목으로 채택될 정도로 이 나라 독서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책이다. 끝으로 ‘4집’이란 조선시대 후기 이후 강원 이력의 교과서로 사용되던 네 종류의 책이다. 고봉 원묘 스님의 〈고봉화상선요〉, 보조 지눌 스님의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 규봉 종밀 스님의 〈선원제전집도서〉, 대혜 종고 스님의 〈대혜종고서장〉이다.

다행스럽게도 ‘간화선’을 지켜야겠다는 종단적인 ‘슬로건’은 살아있으니, 진정 간화선 수행으로 불조의 은혜를 갚으려 한다면 독서를 해야 한다. 봉선사 월운 강백에 의해 〈조당집〉(2권), 〈경덕전등록〉(2권),

신 규 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한국선학회 회장)
〈선문염송·염송설화〉(10권)가 한글로 번역 출판되었다. 종문을 계승하려면 이것을 꼼꼼히 읽어 화두의 전말을 반드시 외워두고, 그런 다음 옛 선사들은 이 화두를 어떻게 가지고 놀았는지(拈弄) 검토해야 한다. 그런 뒤에 몸소 간화 수행을 해야 한다. 그리하여 오늘의 살아있는 입장에서 자신의 소리로 중생을 제도해야 한다. 죽반지기(粥飯之氣)로 세월을 녹여서도 안 되고, 흔드는 주장자의 의미를 착각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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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 2015-05-19 16:12:06
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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