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축사]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존경하는 불자 여러분, 국민 여러분. 오늘은 모든 존재의 존귀함을 선언하신 부처님께서 오신 날입니다.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셔서 처음 걸으신 일곱 걸음은, 모든 인류에게 크나큰 자비이고 사랑입니다.

 

모든 만물이 이미 부처의 성품을 갖추었으니, 무명의 어둠을 떨쳐내고 바른 마음과 바른 노력으로 사람답게 살아가라는 축복의 순간을 열어주신 날이기도 합니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이지만 안타깝게도 분단으로 7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남북이 서로 대립하고 살아온 70년의 세월은 너무나 큰 아픔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아픔을 걷어내야 합니다.

스스로가 하나 되고자 하는 일심으로, 서로간의 대화와 교류를 통한, 신뢰를 쌓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이제 갈등과 반목의 분단 상황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우리 종단은 공존과 상생, 그리고 합심이라는 3대 통일 방안을 제시해, 남과 북이 화합하고 하나 되자는 불교 통일선언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지난 5월 16일에는 세계 각지에서 오신 200여 고승 대덕스님들과 30만에 이르는 불자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간화선 무차대회를 열어 남북통일과 세계평화를 기원하였습니다. 이제 세계는 남북이 따로 없고 동서가 따로 없습니다.

나와 남이 따로 있지 않으며, 지구촌 모든 나라의 문제는 곧 우리의 문제와 연결됩니다. 최근 큰 슬픔에 처해있는 네팔 국민의 슬픔도 우리의 슬픔입니다. 그들이 어서 빨리 절망에서 일어나도록, 우리의 온 마음과 정성을 모아야겠습니다. 우리들의 가슴 속에도, 세월호가 남긴 상처가 아직 채 아물지 못합니다. 어린 영혼들의 목숨과 맞바꾼 ‘안전한 나라’, ‘생명이 우선한 사회’를 향한 작은 한 걸음 조차 제대로 내딛지 못합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 모두가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를 향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신라 의상스님은 ‘한 티끌의 먼지 속에도 천지의 요소가 함께 있고, 짧은 한 생각이라도 만년의 기억으로 이어진다’고 하셨습니다.

한 사람 일생은 우리 모두의 역사와 무관치 않으며, 지금 우리의 한 생각은 미래 후손들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항상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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