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채색화 전 3권

정병모 기획|다할미디어 펴냄|각권 20만원

30여명 10년 이상 도판 등 정리
궁중화·민간민화 870여점 집대성
도판중 70프로 첫 공개되는 명품들
제대로 만든 한국 최초의 민화 도록

민화는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다. 특히 우리 조선 민화는 일본 사상가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가 극찬한 예술품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일본 민예관을 통해 조선 민화를 수집한 야나기는 일치감치 예언했다. 민화의 가치가 높이 평가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이제 60여년이 지난 지금 현실로 나타났다.

소리소문없이 부는 민화 열풍과 함께 국내 민화 연구자들의 향학열과 예술혼으로 870여점의 국내외 전통 민화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집대성 했다. 민화전문가인 경주대 정병모 교수가 총괄 기획한 이 도록은 ‘260*380mm’ 특별 판형으로 400쪽에 걸쳐 총 3권으로 구성됐다. 제 1권은 산수화와 문인화를, 제2권은 화조화를, 제3권은 책거리와 문자도를 중심으로 편집했다. 방대한 프로젝트에 걸맞게 관련 전문가들도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끈다. 윤범모 가천대 교수,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장, 이원복 경기도박물관장, 외국 피에르 캄봉 프랑스 기메동양박물관 수석 큐레이터, 백금자 미국 샌프란시스코아시아박물관 명예큐레이터, 보송니엔 중국 중앙미술학원 교수 등이다. 원고 집필자로는 이성미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기시 후미카즈(岸文和) 일본 도시샤대학 교수, 김성림 미국 다트머스대학 교수가 참여했고, 도판해설에는 19인의 국내외 학자들이 참여했다. 연구자 총 30여명은 이 기획을 위해 10년 이상 공을 들였다.

민화가 가장 많이 소장된 우리나라와 일본은 물론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미술관, 박물관, 등 50여곳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도판을 찍고 관련 정보를 취재했다. 국내의 경우 삼성미술관 리움, 국립고궁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등 30여 개 소장처의 작품을 소개했다. 외국의 경우는 프랑스 기메동양박물관, 독일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 일본민예관, 미국 필라델피아박물관, 캐나다 로열온타리오박물관 등 20여 개 소장처의 작품을 실었다. 기존에 사랑을 받고 있는 명품과 처음 발굴된 명품과의 적절한 조화를 꾀했다.

역사드라마의 단골 손님으로 등장하는 임금이 앉은 용상 뒤에 내걸던 해와 달이 공존한 궁중장식화 ‘일월오악도’, 용맹을 자랑하는 호랑이 모자의 모습을 담은 호랑이 출산도, 왕족들의 사냥 장면을 담은 호렵도 등 도판을 보고 있노라면 눈이 호사를 누린다. 피카소 그림을 뺨칠 정도의 생동감 넘치는 걸작들이 대거 들어있다. 도판 가운데 약 70% 이상이 처음 공개되는 귀한 작품이라고 한다. 궁중회화와 민화는 한국적 특색이 가장 뚜렷할 뿐만 아니라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에 행복을 빌어주는 상징의 힘까지 갖춘 복합적인 이미지라는 것이 이들 채색화의 뛰어난 덕목이다. 궁중장식화는 ‘화원들이 그린 궁중 장식용의 병풍그림’을 가리키고, 민화는 ‘서민화가들이 그린 일반 국민 수요의 그림’을 말한다. 이들은 서로 수요가 다르지만, 제재나 화풍에서 많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 민화라는 큰 범주 속에 두 장르를 아우른다. 하지만 궁중회화는 고급스럽고 화려하며 장식적인 채색화이고, 민화는 자유롭고 해학적이며 현대적인 채색화라는 점에서 각기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일월오봉도. 비단에 채색한 4폭 병풍, 19세기 작품으로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조선시대 이후 지금까지 화단은 사대부들 주도의 수묵화 및 문인화 위주로 편향돼왔다. 하지만 우리의 가장 전통적이고 본질적인 분야는 채색화다. 이의 부흥을 통해 그동안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궁중회화와 민화를 재인식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한국의 궁중회화와 민화는 이미 19세기 후반부터 외국에서 관심과 인기가 높아,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 개인소장자에 의해 수집되었다. 이번 도록에서는 새롭게 조사된 해외 소장 작품들을 포함하여, 미국의 뉴아크미술관, LACMA, 샌프란시스코 아시안미술관, PEM, 브루클린미술관, 필라델피아미술관, 일본의 일본민예관 등 전 세계에 흩어진 우리 민화 걸작들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민화도록 출간은 일본이 우리보다 훨씬 앞섰다. 이미 40년 전인 1975년 일본의 대표적인 출판사인 고단샤(講談社)서 <李朝の民畵> 라는 도록을 펴냈다. 그런데 그동안 국내서 간행된 민화도록들은 아쉽게도 이를 뛰어넘지 못했다. 그래서 <한국의 채색화>는 지금까지 나온 민화뿐만 아니라 미술 도록 가운데 가장 수준이 높은 것을 목표로 제작했다. 이 도록은 앞으로 영문판, 일본판, 독일어판 등으로 제작하여 우리 채색화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릴 예정이다. 김영애 다할미디어 대표는 “도록 출간 과정서 클라우드 펀드라는 출판계에서 유례가 없는 투자 개념을 도입했다. 이 기획을 신선히 여긴 500여 민화작가들이 사전예약을 해주는 등 깊은 관심을 보여 줬다”며 “주부들을 비롯한 아마추어들로 시작된 민화의 붐은 이제 한국미술계의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성장했으며, 그런 면에서 이 도록은 현대 민화를 더욱 진작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적이면서 현대적인 이미지는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이모디콘 등의 다양한 문화콘텐츠산업의 원소스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총괄 기획자 정병모 교수는?
전 세계의 민화를 찾아 20여 년 우리나라의 박물관은 물론 해외의 박물관과 개인 컬렉션을 조사했다. <반갑다 우리민화전> 등 다수의 민화전시회를 기획했고, 미국, 일본, 중국, 유럽의 여러 대학과 박물관서 민화강연을 했다. 한국민화학회도 창립한 민화전문가다. 현재는 경주대 문화재학과 교수로 있으며, 한국민화학회 회장과 한국민화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무명화가의 반란 민화> <한국의 풍속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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