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감사편지 최우수상-이무성의 <행복한 미생이 올리는 글>

드라마에 오과장이 있다면,
현실에는 더 대단한
최과장님이 있습니다.
나는 비록 미생이지만,
장그래 부럽지 않은 이그래입니다.

 

▲ 그림 박구원

행복한 미생이 오과장보다 멋진 최석 과장님께 올리는 글입니다.

과장님, 저 인턴이었던 무성입니다. 쑥스럽지만, 이렇게 글로써 제 감사함을 표현해보고자 합니다. 조금 민망한 마음도 있지만, 제가 느끼는 생각을 제대로 보여드린 적이 없었던 것 같아서 이렇게 편지로나마 전해보겠습니다.

처음 가정용품 파트로 배치 받았을 때를 기억합니다. 주변에서 가용파트에는 최석 과장님이 계시니, 잘해주실 것이고 많이 배울 것이라는 말을 했었습니다.

기대와 불안감을 동시에 안고 인턴의 마음가짐을 되새기며 사무실로 들어갔을 때, 과장님이 편한 미소로 환대해주셔서 불안함을 금방 버릴 수 있었습니다. 좋은 분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를 처음으로 느꼈던 첫 인상이었습니다.

저는 인턴 생활 내내 과장님께 힘을 얻었습니다. 가르침 또한 많이 받았지요. 매장근무 때 함께 돌면서 단순한 업무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거의 매번 저를 격려해주셨던 게, 저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함께 인턴생활을 한 동기들 사이에서 긍정의 아이콘, 활력 넘치는 사람으로 불릴 수 있었던 기반에는 과장님의 격려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이 드네요. 잘할 것이라는 과장님의 격려는 제 자신감이 되었고, 덕분에 인턴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감사합니다.

물론 아찔한 실수의 순간도 기억납니다. 딱 한번, 평소 시간보다 지각으로 출근해서 마음 졸였던 날이 선명하네요. 이제 찍혔구나, 점수 깎였구나 하며 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에 미리 좌절하고 있었습니다.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치명적인 실수라고 생각하며 속상해하고 있었을 때, 과장님은 오히려 밖에서 점심을 사주시며 크게 혼내기 보다는 좋게 넘어가셨습니다.

그 때 얼마나 안도했는지, 제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덕분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인턴 생활을 열심히 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인턴을 하고 있던 동기들 사이에서, 과장님은 언제나 제 자랑이셨죠. 가장 막내급인, 아직 정식으로 회사 사람도 아닌 인턴인 저에게 보여주신 관심과 배려는 다른 동기들의 부러움이었습니다.

보통 까마득한 상사와는 편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할 텐데, 저는 오히려 너무 잘해주셔서 제가 가끔 예의를 차리지 못할까봐 그것이 우려될 정도였으니까요.

많은 동기들이 제 상황을 부러워했었던 것은 제가 단단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였습니다. 무뚝뚝하고 엄한 분들에게 눈치 보며 마음 졸이는 동기들과, 거침없이 제 의견을 말할 수 있었던 저의 상황은 많이 비교되었으리라 여겨지네요.

짧았다면 짧고, 길다고 하면 길었던 두 달간의 인턴생활이 끝나고, 저는 마지막으로 최종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종면접이 끝나고 기다리던 발표의 날. 몹시 안타까웠지만, 결국 저는 완생이 되지 못했습니다.

어느 누구보다 즐겁게 일했고 열심히 일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저이기에, 탈락이라는 발표를 받아본 순간 제 눈을 의심했었죠.

합격률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탈락을 하니, 말로 표현 못 할 만큼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심해에 가라앉는다는 기분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비슷할 것 같네요. 이제까지 저의 노력이 모두 무시당한 것처럼 느껴졌었고, 너무 속상해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러나 저를 위로해주려고 만드신 술자리에서 진심으로 안타까워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거짓말처럼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저를 가까이에서 두 달 동안 지켜보셨고, 직접 평가하셨던 분께서 저 못지않게 많이 속상해하셨던 것은 가라앉아있던 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시켜 주었습니다.

특히 따로 댁으로 초대해주셨던 날은 여태껏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자랑했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보내고, 아침에 사우나도 함께 갔었죠. 그리고 인천까지 과장님 차를 타고 가서 바다도 보고 해물칼국수도 먹고 온 일은, 주변 지인들이 모두 입을 모아 대단하다고들 합니다.

그럴 때 마다 제가 이런 말을 했죠. 드라마에 오과장이 있다면, 현실에는 더 대단한 최과장님이 있다고. 나는 비록 미생이지만, 장그래 부럽지 않은 이그래라고 말이죠.

얼마 전 팀 회식에 초대해주셔서 함께 했었지만, 복잡한 자리인지라 하고 싶은 말을 많이 못 드렸습니다. 오히려 그 곳에서도 감사한 마음만 더 받고 온 것 같네요.

이대리님이 과장님께서 신경 많이 쓰고 계시고, 저 때문에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를 계속해서 알아보고 있다고 하셔서 또 많이 감동했습니다. 감사함을 보여드리지는 못하고 오히려 더욱 감사함을 받고만 왔던 자리라, 약간은 죄송하고 아쉽습니다.

과장님! 저는 정말 행복합니다. 떨어져서 회사를 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그간의 좋은 경험들 덕분에, 두 달간의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큰 기회였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이요. 드라마의 장그래가 새 길을 걸었듯, 저 또한 다른 무궁무진한 기회들이 열려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합니다. 다시금 취업준비생이라는 힘든 자리로 돌아왔지만, 전보다 더욱 잘 버틸 자신이 생겼거든요. 때문에 감히 저를 행복한 미생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좋은 소식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부모님, 친척, 친구들… 하지만 단언컨대 제가 가장 신나서 연락을 드릴 사람은 아마 과장님이 아니실까 생각합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신다면, 꼭 조만간 즐거운 소식을 들고 찾아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일교차 큰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고요, 이만 글은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제 인생의 첫 과장님께, 이무성 올림.

 

 

수상 소감
“따뜻한 세상 만드는 불자 되겠습니다” 

▲ 이무성
이번에 편지를 쓰면서 저를 많이 돌아보게 되었고, 또 편지의 대상이 아닌 다른 고마운 분들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과정들도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생각하고 좋은 의미를 두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수상까지 하게 되어서 정말 기분이 좋고, 감사합니다.

최우수상이라는 큰 상을 받게 되어서 감격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얼떨떨하기도 합니다.

솔직히 제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제 편지의 대상인 과장님이 인정받은 느낌이라 더 기분이 좋습니다.

다시금 그분께 감사의 마음을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바른 인성을 토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팍팍하고 살기 힘들다고 말하는 요즈음의 삭막한 세태에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러한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신 현대불교신문사에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언제나 감사할 줄 알고, 감사함을 표현하는 그런 불자로서 계속해서 정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