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인사 인터뷰] 캄보디아 데쁘앙 스님

5월 15일부터 18일까지 조계종이 주최하는 광복 70주년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에는 캄보디아 승왕 떼쁘엉 스님을 비롯해 스리랑카 니얀고다 시암종 말루와타 부종정 스님, 호주의 수뜨아모 스님과 빤야빠로 스님, 네팔의 남걀 타망 스님 등 20여개국서 300여 불교지도자 스님이 내한했다. 환영만찬 이전 프레스룸에서는 주요 불교지도자 스님들의 인터뷰가 있었다. <편집자 주>

Q. 한국에 오신 소감은?
- 이번에 경사스러운 행사에 초대가 되어 한국에 오게 된 것이 상당히 영광스럽고 감사합니다. 우선 이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가 ‘평화’입니다. 현대사회에는 많은 혼란과 어려움들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할 부분은 인류는 항상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왔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도 현대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에 대해 공감하고 함께 해결해 나갈 방법을 나누기 위해 왔습니다.

Q.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가 무엇입니까?
- 저는 한국에 여러 차례 방문했습니다. 제가 접한 서울의 첫 인상은 사람들의 삶의 속도가 매우 빠르고 꽉 막힌 차들과 높게 들어선 건물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활기찬 서울에 올 때마다 마음이 설레고 항상 새로운 마음입니다. 그런데 이런 대기원법회는 처음입니다. 많은 나라에서 온 만큼 분명 인류의 삶에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그 기대를 안고 왔습니다.

Q. 한국에 여러번 방문하셨다고 했는데, 한국불교에 느낀 점이 있다면?
- 우리 캄보디아는 과거 상당히 위험하고 어려운 시절을 겪었습니다. 폴포트라는 사람에 의해서 공산화 되었던 때 800만명 인구 중 절반이 죽어나가는 고통스러운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저도 체포되어 감옥살이와 고문을 당했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시절을 보낼 당시 많은 정계 사람들과 힘을 뭉쳤습니다. 그분들의 협력이 공산정권을 물리치고 캄보디아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 때부터 불교를 다시 부흥시키고, 문화와 교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국가를 새 건설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한국이라는 나라가 제 눈에 띄었습니다. 한국 또한 캄보디아처럼 전쟁 이후 매우 가난했던 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즈음 한국과 캄보디아는 수교를 맺었고, 한국은 정치, 경제, 문화에서 한국은 모두 캄보디아를 앞질러 있었고 어마어마한 발전을 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시 총리에게 한국과 손을 잡아야 할 것을 요청했으나 왕실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하지만 총리가 적극 추진하기 시작했고, 저는 또 종교적으로 한국과 불교적으로 교류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한국과 재수교 한 이후 학교건설, 다리 건설, 도로 포장, 관청 건설 등 한국으로부터 수없는 지원이 이뤄지게 됐습니다. 한국 불교 종단에서 캄보디아를 위해 도움을 주어 많은 사찰을 증축하고 보수공사를 거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것이 ‘한국에 이 빚을 갚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2007년 임진각에 가본 다음에는 더욱 그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남쪽과 북쪽이 서로 교류하고 서로 화합할 수 있는 것은 종교인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연 한국 종교인뿐만 아니라 세계 모두의 종교인들이 힘을 화합해 남북통일과, 세계 평화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행사가 여러 국가에서 큰 규모로 모인 만큼, 이 행사의 의미가 세계적으로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규모와 사람들이 모인 수가 모였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단 두 명이 왔다한들 300명의 역할을 해낼 수 있고, 300명이 왔다한들 두 명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것보다 중요한 것은 화합의 결론을 도출해 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과 내일, 이 자리가 분명 그 해답을 제시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Q. 한반도 통일을 위해 한국 불자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 불교의 특징은 어떤 사건이나 대세의 흐름에 쉽사리 휩쓸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불교적 관념이라는 것은 어떤 것을 억지스럽게 만든다고 이뤄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저 흘러가는대로 함께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자리와 문화를 조성한다면 평화는 당연히 찾아올 것입니다. 결과는 항상 걱정하는 것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러니 어떤 결론을 만들어 놓고 그 결론에 따라가기 급급하지 말고, 서로 좋은 마음으로 발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결론이 따라올 것입니다. 즉 한반도 통일의 문제도 너무 어렵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조율을 통해 언젠가 그 염원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이타심을 실천할 때 더 나은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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