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성품으로 제 성품 들으면 높은 도 이루리
듣는 성품으로 제 성품 들으면 높은 도 이루리
  • 이수덕 박사
  • 승인 2015.05.0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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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문에 든 25성자 ‘수능엄경’에서 만나다〈6〉 관세음 보살의 이근원통(耳根圓通)
부처님은 문수보살에게 어떤 수행법이 해탈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냐고 묻자 문수보살은 관음보살의 이근원통 수행법이 가장 쉽고 해탈하는 빠른 방법이라 하였다. 오늘날 여러 가르침을 듣고 자신의 부족함과 모순된 점을 깨달아 갖추어 나가는 것을 말씀하신 것이다. 〈편집자 주〉

부처님도 음성따라 진실법 듣고
묘음 설법 방편 따르도록 권유
가르침 들은 중생 아라한과 증득

 

여래께서 문수사리법왕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이 스물다섯 뛰어난 무학보살(無學菩薩)과 아라한들을 보아라. 그들은 각기 최초의 성도방편(成道方便)을 설하면서 다들 진실한 원통법을 닦았다고 말했느니라. 저들의 수행은 참으로 우열과 전후의 차별이 없느니라.

 

내가 이제 아난을 깨우치려면, 25행(行) 가운데 어떤 법이 그 근기에 가장 알맞겠으며, 또 내가 열반한 뒤에 이 사바세계 중생들이 보살승에 들어가서 더없이 높은 도를 구하려면 어떤 방편문으로 닦아야 쉽게 성취하겠느냐?

문수사리 법왕자가 부처님의 자비로운 뜻을 받들어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을 받들어서 게송으로 부처님께 답하였다.

깨침바다 본래 성품 맑고 밝아 만유를 원만하게 드러내옵나니 이러한 원만성은 맑고 고요해 깨달음의 성품 미묘하나이다. 원래 밝음 비추어 밝힐 대상 생겨나니 밝힐 곳 서고 나서 밝은 성품 없어졌나이다. 미혹 망상 아득하여 허공으로 변했으며 넓은 허공 의지하여 모든 세계 세워지자 헛된 생각 엉기어서 온갖 국토 되었으며 허망하게 지각하여 중생으로 변하였나이다. 

크나큰 깨달음 중에 나타난 저 허공은 넓은 바다의 한 방울 거품이고 생멸따라 변화하는 티끌처럼 많은 국토 하나 같이 허공에 의지하여 생겼나이다. 물거품이 사라지면 저 허공도 본래 없나니 그 가운데 삼계는 어느 곳에 기대리까?

본원으로 돌아가면 두 성품 없으나 방편 따라 가는 길엔 여러 문이 있나이다. 성인 성품은 통달하지 아니한 곳 하나 없네. 따라감도 거슬림도 모두가 방편이나 초심자가 수행하여 선정삼매 들 때에는 늦고 빠른 방편 달라 한결같지 않나이다. 색과 망상 서로 얽혀 경계를 이루었고 정교하게 추궁해도 사무칠 수 없나이다. 명철하게 꿰뚫어서 알아내지 못하는데 어떤 법이 따로 있어 원통법을 얻으리까?

음성이란 온갖 말이 두루 섞인 경계로서 낱말과 이름과 구절만 더할 뿐 한 마디로 모든 뜻을 담아내지 못하는데 어떤 법이 따로 있어 원통법을 얻으리까?

향이란 코와 합해야 아는 경계로서 인연 화합 떠난다면 향 또한 원래 없어 코에도 항상 냄새 없어 향진을 기다리니 어떤 법이 따로 있어 원통법을 얻으리까?

맛봄이란 그 자체가 본연 아닌 경계로서 혀를 대어 맛볼 때만 여러 맛을 알게 되니 그 느낌이 한결같지 않사온데 어떻게 맛과 혀로 원통법을 얻으리까?

감촉이란 닿는 대상 밝혀 아는 경계로서 닿는 대상 없어지면 감촉 또한 사라지니 닿고 떼는 그 성질이 정처 없는 감촉인데 어떤 법이 따로 있어 원통법을 얻으리까?

법진이란 바깥 경계가 남겨 놓은 그림자로 대상에 의지하여 그림자 있으니 능소 경계 분명하여 두루 포섭 못하는데 어떤 법이 따로 있어 원통법을 얻으리까? 보는 성품 환히 밝혀 온갖 것을 보더라도 앞은 분명하나 뒤는 전혀 볼 수 없어 보는 작용 부족한데 그 어떠한 방편으로 원통법을 얻으리까?

코로 쉬는 들숨날숨 들이쉬고 내쉬지만 들고나는 그 중간에 어우러진 숨결 없어 내쉬거나 들이쉴 뿐 두루 하지 못하는데 어떤 법이 따로 있어 원통법을 얻으리까?

맛을 보고 아는 데는 그 까닭이 확실해서 단맛 쓴맛 있어야만 느낌 성품 생겨나니 단맛 등이 없어지면 아는 작용 없사온데 어떤 법이 따로 있어 원통법을 얻으리까?

몸의 작용 닿는 경계 합할 때는 동일하나 각기 따로 각관할 때 원만하지 않나이다. 몸과 촉의 경계선이 어디인지 모르는데 어떤 법이 따로 있어 원통법을 얻으리까?

지근과 의식은 망상으로 뒤섞여서 여기에 의지하여 징담명료 구하여도 끝내 볼 수 없나이다. 이리하여 망상염려 벗어날 수 없사온데 어떤 법이 따로 있어 원통법을 얻으리까?

식견이란 세 가지 화합인데 삼종 근원 따져보면 전혀 있지 않나이다. 의지하는 근진식은 그 실체가 없사온데 어떤 법이 따로 있어 원통법을 얻으리까?

마음 열어 시방세계 통철하니 대자유여 다겁생의 보살수행 광대원력 감응하나이다. 초심자가 도달키엔 너무 높은 경지인데 어떤 법이 따로 있어 원통법을 얻으리까?

코끝에다 모은 생각 본래부터 방편으로 그 마음을 잡아들여 머물도록 단속할 뿐 머물 때는 그 마음이 머무를 곳 이루나니 어떤 법이 따로 있어 원통법을 얻으리까?

구경의 법 설하면서 음성문자 농하는 일 크게 깨친 부루나님 아라한을 이루었나이다. 이름이나 구절들은 무루법이 아니온데 어떤 법이 따로 있어 원통법을 얻으리까?

계율을 지킴은 이 한 몸을 단속하나 신업 쌓지 않는다면 단속 대상 없나이다. 원래부터 모든 것에 원만하지 못하는데 원통법을 얻으리까?

신족통은 본래부터 많은 생에 닦은 인연법 경계를 분별함과 무슨 상관 있으리까. 생각과 인연은 물체에서 못떠나거늘 원통법을 얻으리까?

흙의 요소 그 본질을 세밀하게 살핀다면 단단하게 가로막아 뚫려 있지 않나이다. 변화하는 생멸법은 성인성품 아니거늘 어떤 법이 따로 있어 원통법을 이루리까?

물의 요소 그 본질을 면밀하게 살핀다면 헤아리고 생각함은 진실법이 아니나이다. 부동불변 여여 경지 각관 대상 아니온데 어떤 법이 따로 있어 원통법을 얻으리까?

불의 요소 그 본질을 자상하게 살핀다면 존재현상 싫어함도 해탈이라 할 수 없나이다. 초심자가 방편 삼아 수행하지 못하는데 어떤 법이 따로 있어 원통법을 얻으리까?

바람요소 그 본질을 섬세하게 살핀다면 흔들림과 고요함이 서로 기대서나이다. 마주서면 무상각을 성취하지 못하거늘 어떤 법이 따로 있어 원통법을 얻으리까?

공의 본질 그 바탕을 깊이깊이 살핀다면 어두움과 몽롱함엔 깨달음이 없나이다. 깨달음이 아니라서 보리라고 못하거늘 어떤 법이 따로 있어 원통법을 얻으리까?

인식 성품 그 근본을 꼼꼼하게 살핀다면 관찰하는 인식성품 항상하지 않나이다. 마음 지킴 그 자체가 부질없고 허망하거늘 어떤 법이 따로 있어 원통법을 얻으리까? 변천하는 온갖 행이 항상하지 아니해서 생각하는 그 성품도 원래부터 생멸하나이다. 원인 결과 지금 와서 다르게 느끼거늘 어떤 법이 따로 있어 원통법을 얻으리까?

저는 이제 제 소견을 부처님께 아룁니다. 세존께서 중생 위해 사바세계 나오셔서 이 세상의 중생들을 교화하는 진실법도 밝고 맑은 깨끗함을 음성 따라 듣게 되니 누구든지 수행하여 삼마제를 취하려면 듣는 성품 돌이켜야 들어가기 쉽사옵니다. 생사 고통 벗어나서 해탈경지 이루려면 관음보살 수행법이 제일이라 여깁니다. 갠지스 강의 모래처럼 많은 겁이 지나도록 티끌처럼 많고 많은 불국토에 들어가서 훌륭하고 걸림 없는 자재한 힘 성취하여 고통 받는 중생에게 무외법을 베풀면서 묘음으로 설법하고 세상 소리 관찰하여 때에 맞는 해조음과 집착 떠난 범음으로 이 세상을 구제하여 너 나 없이 편해지고 출세간의 수행자는 상주 진리 얻나이다.

저는 이제 부처님께 진실하게 아룁니다. 관음보살 설한 법을 비유하여 말한다면 사람들이 소리 없이 조용하게 쉬는 곳에 시방에서 한꺼번에 북을 쳐서 소리 내면 온갖 곳에 고루 퍼져 한 순간에 다 들리니 이 경지가 본래면목 되찾음이옵니다.

눈을 뜨고 본다 해도 막힌 곳은 볼 수 없고 입과 코의 그 작용도 이 경우와 마찬가지 몸의 촉은 닿아야만 닿는 줄을 알게 되고 마음으로 생각할 땐 두서없이 섞이지만 소리 듣는 그 성품은 담과 벽도 막힘없어 먼 곳이나 가까운 곳 하나같이 듣사옵니다. 다섯 감관 이와 달라 듣는 작용 못 따르니 이 방편이 진실로 실상 향한 길이옵니다.

소리 경계 그 본질은 움직임과 고요인데 듣는 성품 가운데서 있다 없다 작용하니 듣는 소리 없을 때는 듣는 성품 없다 하나 듣는 성품 실제로는 없어지지 아니하여 소리작용 없다 해도 없어진 일 원래 없고 소리작용 있다 해도 생겨난 일 본래 없어 생과 멸의 두 경계를 뚜렷하게 떠났으니 이 수행이 변함없는 실상 향한 문이옵니다.

깊이 잠든 꿈속에서 소리 듣고 생각하여 마음 쓰지 아니해도 생각 없지 아니하니 알아채고 관찰함은 사유의 길 떠난 자리 몸과 마음 다하여도 닿을 수가 없는 자리. 넓고 많은 세계 중에 사바국토 중생들은 음성으로 담론하며 자기 뜻을 밝히지만 중생들은 우둔하여 듣는 본성 미혹하고 소리만을 따르면서 윤회하고 있나이다.

아난이여 대중이여! 너희들의 뒤바뀌어진 듣는 틀을 되돌려라. 듣는 성품 돌이켜서 제 성품을 듣는다면 제 성품은 더함 없는 높은 도를 이루리라. 통달하는 진실법은 이와 같을 뿐이니라. 티끌처럼 많고 많은 부처님들이 오직 한 길 이 법으로 열반문에 이르도다.

지난 세상 모든 부처 이 문으로 성불하고 현재 모든 보살들도 그 밝음이 원만하네. 미래세의 수학인도 이 한 법을 의지하리. 나 역시나 이 법으로 증득함을 얻었으니 어찌하여 관음만이 이 문으로 들었으리?
지극 정성 여래 세존 방편 선택 명하시니 말겁 세상 구제하여 세간중생 구출하고 열반심을 성취함엔 관음방편 최상일세. 나머지의 모든 방편 부처님의 위신이며 일을 따라 쌓은 번뇌 벗어나게 하는 법문 오래 닦고 배우거나 얕고 깊은 근기에게 한가지로 두루 설할 통달법이 못 된다네.

불사의한 여래장의 무루법에 예 올리니 미래세의 중생에게 여래 가피 내리시어 이 문에서 모든 의혹 없게 하시옵고 쉬운 방편 내리시어 성취하게 하옵소서. 아난다와 말겁 중생 교화하는 최상방편 오직 하나 이근 통해 일심으로 수행함이 원만하게 통달함에 무엇보다 좋습니다. 진솔하게 저의 마음 이와 같이 아룁니다.
여기에 아난과 대중들은 몸과 마음이 환해져서 훌륭한 가르침을 깨닫고, 부처님의 보리와 대열반을 바라보니, 마치 볼 일 때문에 먼 곳에 갔던 사람이 아직 돌아가지는 못했으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확실하게 아는 것과 같았다. 법회에 모인 천룡팔부와 배우는 단계의 이승(有學二乘)과 새로 발심한 보살들은, 그 수가 무려 열 개의 갠지스 강 모래처럼 많았으나, 모두들 본마음을 깨닫고 번뇌를 멀리 벗어나서 청정한 법의 눈을 얻었다. 성비구니(性比丘尼)는 게송이 끝나자, 아라한을 성취하였으며, 한량없는 중생들은 모두 비할 데 없이 평등하고 더없이 높고 바르고 두루 통달한 깨달음의 마음을 내었다. 〈끝〉


이 글은 최근 이수덕 박사가 〈세계와 중생이 생긴 내력을 말하다〉로 편역한 ‘수능엄경’에서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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