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인도

글 자현 스님|사진 하지권|불광 펴냄|1만 7천원
저자 종합적 사고로 인도문화 해설
인도는 여행자들의 천국이요 학교
불교문화, 인도문화 기반으로 탄생

인도는 여행자들의 천국이다. 여러 종교와 문화가 공존하기 때문에 여행자들 입장에서는 분명 매력이 철철 넘치는 곳이다. 그래서 인도 여행을 다녀 온 사람들 대다수가 여정은 힘들지만 또 가고 싶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인도가 어떤 매력이 있길래 이토록 녹록지 않은 여행 환경에서도 인기가 많은 것일까.

우리와 가장 멀리 있는 문화권으로서, 고정되고 일반화된 상식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나라다. 그래서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누군가에게는 똥만 보이고, 누군가에게는 똥도 꽃으로 보인다.

이 책의 묘미는 인도의 이런 생경한 문화가 자현 스님의 해박한 지식에 버무려져 오해와 왜곡의 그림자를 벗고 흥미롭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인도의 문화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고 잘못됐다거나 불합리한 것은 아니다. 인도 역시 사람 사는 곳이며, 그들의 문화전통에도 나름의 의미와 곡절이 내포돼 있다.

이 책은 종교·철학·역사·문화를 종횡무진 오가는 종합적 지식인 자현 스님이 동·서양문화를 넘나들며 인도문화에 대해 시원스럽게 설명한다. 한 편마다의 에피소드를 꼼꼼히 따라가다 보면 도저히 이해되지 않던 미지의 문화가 단숨에 풀리며 인도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하지권 전문 사진작가 찍은 사진 150여 장은 약방의 감초처럼 인도문화를 더욱 생동감 있게 전한다.

저자 자현 스님은 박사학위 3개를 취득한 학자이며, 학진 등재지에 100여 편 논문을 수록해 인문학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학문적 성과를 이뤄나가고 있다. 걸출한 이력에 걸맞게 그동안 펴낸 30여 편 저서 중 〈사찰의 상징 세계〉 〈붓다순례〉 등은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와 세종도서에 선정돼 문화를 통한 대중과의 소통을 인정받기도 했다.

여행자의 눈에 비친 인도는 혼란과 경이로움이 교차한다. 어디를 가나 소와 개가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하고, 오물이 지저분하게 널려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오래된 유적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인도를 생각하면 남루한 행색의 명상 수행자가 겹쳐 떠오르는 반면, 인도는 핵보유국이자 IT산업을 비롯해 첨단과학기술을 보유중이다. 문화적으로는 영국으로부터 200년간 지배를 받았어도 기독교 문화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경제적으로는 ‘제2의 중국’으로 떠오르며 신흥 경제대국으로 우뚝 서고 있다.

이 책은 인도를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한다. 또한 인도 여행을 다녀왔어도 알쏭달쏭 의문만 증가된 이들에게 명확한 답변을 제공한다. 그 토대는 바로 다름을 즐기려는, 열려있는 마음이다. 독특하고 낯선 인도문화를 바르게 이해할 때 비로소 다른 세계를 받아들이는 시각이 한층 넓어진다. 이는 글로벌 시대에 우리가 갖춰야 할 가장 필요한 덕목이며, 일상생활서 나와 다른 그 모든 것과 대면했을 때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가치이다.

인도문화의 세계적인 히트상품은 단연 불교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불교는 더없이 친숙해도 인도는 요원하다. 불교는 동아시아 한자문화권 속에서 2천여 년을 함께하며 인도를 지워버렸다. 원전 대신 팔만대장경 한문 경전으로 불교를 배우고 불상 역시 우리네 생김새로 변모했다. 덕분에 억지로 환기하지 않으면 부처님이 인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머리로는 기억해도 가슴에서는 망각 한다. 그러나 분명한 건 부처님은 인도 사람이고 불교의 탄생은 인도문화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교에 대한 보다 분명한 이해를 위해, 경전과 더불어 문화적인 접근이 요청된다. 부처님은 지금의 스님들처럼 삭발을 했다. 그런데 왜 파마머리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또한 부처님은 하루에 한 끼만 식사했는데, 왜 어떤 불상은 비대한 몸집의 형상으로 표현됐을까? 그것은 모두 시대적인 요청이 반영돼 나타난 현상이다. 그래서 불상에 콧수염과 상투가 있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또 살인미소를 머금기도 했으며, 때론 이팔청춘의 젊고 역동적인 모습을 하기도 한다. 이런 인식 속에서 불상을 본다면 우리는 훨씬 흥미로운 시각을 확보하게 된다.

이렇듯 역사적인 사실과 배경문화의 지식을 겸비하고 불상을 바라보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고 지적인 만족과 유희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불상이라는 종교적인 존상이 뿜어내는 성스러운 의미이다. 이처럼 흥미로운 시선으로 불교에 접근하다 보면, 어렵고 난해하게만 느껴졌던 불교가 훨씬 신선하게 다가오며 불교의 본질적인 의미도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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