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통문에 든 25성자 ‘수능엄경’에서 만나다〈1〉 육진원통(六塵圓通)

다섯 비구 “음성의 경계 관찰 증득”
우바니사타 “색상관찰, 空色二無 증득”
향엄동자 “향의 장엄법으로 무루도 밝혀”

약왕, 약상 “맛의 원인 분별 환히 깨달아”
발타바라 “촉감의 경계 관찰 무학 성취”
마하가섭 “공적한 법으로 멸진정 닦아”

 

오는 3월 27일(음 2.8)은 부처님 출가절이며 4월 3일(음 2.15)은 부처님 열반절이다. 불교의 가르침은 부처님의 출가와 열반이 있어 오늘 우리 삶의 지남이 되고있다. 경전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볼 수 있는 것은 없지만 그 가운데 〈능엄경〉은 수행하는 스님뿐 아니라 재가자들도 꼭 읽어야 할 경전이다. 그 이유는 수능엄경 권5에서 25성자가 6진, 6근, 6식, 7대를 의지하여 통달에 이른 원통의 수행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출가·열반절을 앞두고 그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편집자 주〉

아난과 대중:
어느날 아난과 대중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지혜의 깨달음이 뚜렷이 통하여 의혹이 없어지자, 일시에 합장하여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의 두 발에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阿難及諸大 蒙佛開示 慧覺圓通
得無疑惑 一時合掌 頂禮雙足 而白佛言

저희들이 지금 몸과 마음이 환하게 밝아져서 환하게 걸림이 없는 경계를 얻었으며, 또 하나와 여섯이 없는 이치를 알았사오나, 아직도 오히려 원만하게 통달하는 근본의 근을 알지 못하고 있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이렇게 부처님을 만난 기회에 도를 이루고 얻은 바 비밀한 말씀이 본래의 앎과 같다면, 듣지 못한 것과 차별이 없을 것이옵니다. 부디 대비를 내리시어 저희에게 비밀스럽고 엄정한 불법을 베푸시어 여래의 최후의 가르침을 성취하옵소서.

부처님:
너희들 보살과 아라한은 불법 가운데 나서 무학을 이뤘으니, 나는 이제 너희들에게 묻겠노라. 최초에 발심하여 18계를 깨달았을 때, 무엇으로 원만한 통달법을 삼았으며, 어떤 방편으로 삼마지에 들었느냐?

교진나 등 다섯비구:
교진나 등 다섯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驕陳那 五比丘 ?從座起 頂禮佛足 而白佛言

저희들은 녹야원에 있을 때 계원(鷄園)으로 가서, 여래께서 성도(成道)하신 초기에 여래를 뵙고 부처님의 음성을 통해서 4제諦를 깨달아 밝혔사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물으시자, 제가 처음 ‘안다’고 답했더니, 여래께서는 저를 인가하시고 ‘아야다’란 이름을 내려주셨사옵니다. 미묘한 소리가 정밀하고 원만해지니, 거기서 저는 음성으로 아라한을 성취하였사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법을 물으시니, 제가 증득한 경우로는 음성의 경계를 관찰함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옵니다.
我在鹿苑 及於?園 觀見如來
最初成道 於佛音聲 悟明四諦
佛問比丘 我初稱解 如來印我
名阿若多 妙音密圓 我於音聲
得阿羅漢 佛問圓通 如我所證 音聲上

우바니사타:
우바니사타가 일어나 부처님 발에 예를 올리고 사뢰었다.
優波尼沙陀 ?從座起 頂禮佛足 而白佛言

저 역시 여래께서 성도하신 최초에 여래를 뵙고 부정상(不淨相)을 관찰하다가 크게 싫어하여 벗어날 생각이 들었사옵니다. 온갖 색의 성질은 깨끗하지 못하여 백골과 먼지가 되어 허공으로 돌아가고, 공과 색이 모두 없음을 깨달아 무학도를 이루자, 여래께서는 저를 인가하시고 니사타란 이름을 내려주셨사옵니다. 먼지 묻은 색이 이미 다 사라져서 묘한 색이 정밀하고 원만해지니, 저는 색상으로부터 아라한을 이뤘사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법을 물으시니, 제가 증득한 경우로는 색의 경계를 관찰함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옵니다.
我亦觀佛 最初成道 觀不淨相
生大厭離 悟諸色性 以從不淨
白骨微塵 歸於虛空 空色二無
成無學道 如來印我 名尼沙陀
塵色旣盡 妙色密圓 我從色相
得阿羅漢 佛問圓通 如我所證
色因上

향엄 동자:
향엄 동자는 저는 여래로부터 ‘온갖 인연으로 변화하는 현상(諸有爲相)을 자세히 관찰하라’는 가르침을 듣고, 부처님 곁을 떠나 맑고 고요한 방에서 사유하고 있었사옵니다. 그때 침수향(沈水香)을 태우는 비구들이 보였으며, 향기가 조용히 콧속으로 들어왔사옵니다. 제가 그 향기를 관찰해 보니, 나무도 아니고 허공도 아니며, 연기도 아니고, 불도 아니며, 가도 머무를 곳이 없고 와도 온 곳이 없었사옵니다. 이를 계기로 뜻이 사라져서 무루도를 밝히게 되자, 여래께서는 저를 인가하시어 향엄(香嚴)이란 이름을 내려주셨사옵니다. 여기에 나쁜 향기가 문득 사라지고 미묘한 향기가 정밀하고 원만해지니, 저는 향의 장엄법으로 아라한을 이뤘사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법을 물으시니, 제가 증득한 경우로는 향의 경계를 관찰함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옵니다.
香嚴童子 ?從座起 頂禮佛足
而白佛言 我聞如來 敎我諦觀
諸有相 我時辭佛 宴晦淸齋
見諸比丘 燒沈水香 香氣寂然
來入鼻中 我觀此氣 非木非空
非煙非火 去無所著 來無所從
由是意銷 發明無漏 如來印我
得香嚴號 塵氣滅 妙香密圓
我從香嚴 得阿羅漢 佛問圓通
如我所證 香嚴上

약왕, 약상:
약왕, 약상의 두 법왕자가 법회 가운데 5백 범천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藥王藥上 二法王子 幷在會中 五百梵天
?從座起 頂禮佛足 而白佛言

저희들은 한량없는 오랜 겁 동안 세상의 좋은 의사가 되어, 입으로 이 사바세계의 풀과 나무와 금과 돌을 맛보았사옵니다. 그 이름의 수가 10만 8천 가지였나이다. 이와 같이 맛을 보고, 그 맛이 신지 짠지 담담한지 단지 매운지, 또 여럿이 어울린 맛인지 그대로 타고난 맛인지 변하여 달라진 맛인지를 알았으며, 또 찬 성질인지 더운 성질인지 독이 있는지 독이 없는지를 두루 잘 알고 있었사옵니다. 그런 가운데 여래를 받들어 모신 뒤에는 맛의 성질이 공도 아니고 있지도 않으며, 몸과 마음과 일치하지도 않고 몸과 마음을 떠나지도 않는 이치를 분명히 알고, 맛의 원인을 분별하여 환히 깨닫게 되자 여래께서는 저희 형제를 인가하시어 약왕보살, 약상보살이란 칭호를 내려주셨사옵니다. 지금은 이 법회 가운데서 법왕자가 되었으며, 맛으로 인한 깨달음이 밝다고 하여 보살자리에 올랐사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법을 물으시니, 제가 증득한 경우로는 맛의 경계를 관찰함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옵니다.
我無始劫 世良醫 口中嘗此
娑婆世界 草木金石 名數凡有
十萬八千 如是悉知 苦醋鹹淡
甘辛等味 幷諸和合 俱生變異
是冷是熱 有毒無毒 悉能遍知
承事如來 了知味性 非空非有
非?身心 非離身心 分別味因
從是開悟 蒙佛如來 印我昆季
藥王藥上 二菩薩名 今於會中
法王子 因味覺明 位登菩薩
佛問圓通 如我所證 味因上

발타바라:
발타바라가 동반한 16보살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跋陀婆羅 幷其同伴 十六開士
?從座起 頂禮佛足 而白佛言
저희들은 이전에 위음왕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출가하여 스님들이 목욕할 때 차례를 따라 욕실에 들어갔다가, 홀연히 물의 원인은 이미 때[塵]를 씻는 것도 아니고, 몸을 씻는 것도 아님을 깨닫고, 중간이 편안하여 아무것도 없는 경지에 들었사옵니다. 과거에 닦은 습성을 잊지 않은 가운데, 금생에는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여 이제 무학을 성취하였사오며, 저 부처님께서는 저에게 발타바라라는 이름을 내려주셨사옵니다. 그 결과 묘한 촉감이 뚜렷이 밝아져서 불자가 되어 불법을 지키게 되었사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법을 물으시니, 제가 증득한 바로는 닿음의 경계를 관찰함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옵니다.
我等先於 威音王佛[佛所]
聞法出家 於浴[沐]僧時 隨例入室
忽悟水因 ?不洗塵 亦不洗體
中間安然 得無所有 宿習無忘
乃至今時 從佛出家 今得無學
彼[被]佛名我 跋陀婆羅 妙觸
宣明 成佛子住 佛問圓通 如我所證 觸因上

마하가섭
마하가섭과 자금광(紫金光) 비구니 등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摩訶迦葉 及紫金光 比丘尼等
?從座起 頂禮佛足 而白佛言

지난 겁에 이 세계에 일월등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을 때, 저는 직접 가까이 모시고 법문을 들으면서 수행하였사오며, 그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에는 사리를 공양하며 등불로 어둠을 계속 밝히면서 자주빛 황금으로 부처님의 형상을 도금하였사옵니다. 그 뒤로부터 세상에 태어날 때마다 몸에는 언제나 자주색 황금빛이 가득 찼으며, 이 자금광 비구니들도 저의 권속으로서 동시에 발심하였사옵니다. 저는 세상의 여섯 경계는 변하여 허물어지는 법임을 관찰하고, 오직 공적한 법으로 멸진정만을 닦아서, 몸과 마음이 손가락 한번 튕기는 잠깐 사이에 백천 겁을 뛰어 넘을 수 있었사옵니다. 이렇게 제가 공한 법으로 아라한을 성취하자, 세존께서는 저를 인가하시어 두타행이 가장 뛰어나다고 하시니, 묘한 법이 밝게 열리면서 모든 번뇌가 소멸되었사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 법을 물으시니, 제가 증득한 바로는 법의 경계를 관찰함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옵니다.

我於往劫 於[在]此界中 有佛出世
名日月燈 我得親近 聞法
修學[習] 佛滅度後 供養舍利
然燈續明 以紫光[檀]金 塗佛
形像 自爾已來 世世生生 身常圓滿
紫金光聚 此紫金光 比丘
尼者[等] ?我眷屬 同時發心
我觀世間 六塵變壞 唯以空寂
修(於)滅盡[定] 身心乃能 度百千劫
猶如彈指 我以空法 成
阿羅漢 世尊說我 頭陀最
妙法開明 銷滅諸漏 佛問圓通 如
我所證 法因上 정리=노덕현 기자

이 글은 최근 이수덕 박사가 〈세계와 중생이 생긴 내력을 말하다〉로 편역한 ‘수능엄경’에서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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