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불교 70년- 선원 '안거 문화 엿보기'

새벽 2시 일과 시작해
밤 10시 마쳐도 ‘수행’
모든 수좌가 소임 맡고
민주적으로 문제 풀어

월정사 만월선원의 용상방. 모든 구성원이 소임을 보는 독특한 문화를 보여준다.
한국불교의 선원은 납자들의 수행처로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곳이 많다. 특히 여름과 겨울 안거 기간에는 더욱 그렇다.

안거에 든 수좌 스님의 마음 가짐은 조계종 종정을 역임했던 성철 스님이 생전 해인사 수좌 스님들에게 강조했던 ‘수좌 5계’를 보면 알 수 있다.

성철 스님이 강조한 수좌 5계는 △잠을 적게 잔다 △간식을 탐하지 않는다 △경전을 보지 않는다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자리를 이탈하지 않는다 등이다.

성철 스님의 ‘수좌 5계’는 매일 새벽 2시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수좌 스님들의 일상 생활을 짐작케 한다. 음력 10월 15일부터 3개월간 계속되는 동안 수좌 스님들은 산문을 나서지 않을뿐더러 안거 기간 동안 책을 전혀 보지 않는다. 각자의 화두에 대해 의심하고 또 의심할 뿐 ‘삿된 생각’을 그냥 내려놓는 데 진력한다.

수좌 스님 10명에 달하는 작은 선방이나 40여 명 이상의 큰 선원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모든 선원의 공통점으로는 수좌 스님들 모두가 ‘소임을 맡는다’는 것이다. 입재 하루 전 선방에는 소임을 기록한 ‘용상방’이 붙는다.

선방의 가장 큰 어른인 방장 스님을 비롯해 계율과 방사의 전체적인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입승’이 있는가 하면 수좌 스님들이 마실 물을 원활하게 공급하는 ‘수두’라는 소임도 있다. 대개 법랍이 적은 스님들은 청소를 담당하는 ‘정통’(淨桶)이나 ‘고두’(庫頭)라는 소임의 의무를 다하게 된다. 각자의 소임에 관한 사항은 안거 입제 2∼3일 전에 대중공사를 열어 결정한다.

선방의 의결구조는 대단히 민주적이다. 선방 곳곳의 청소가 잘 되고 있지 않다거나 입선이나 방선 등 시간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등 방사 운용에 관한 세세한 일은 발우 공양 후 대중공사 시간에 각자 생각을 담은 의견을 제시해 대중의 공의를 모아 바람직한 방향으로 문제를 개선해 나간다.

수좌 스님들은 매월 두 차례 삭발한다. 매월 14일과 말일에 삭발하면서 용맹정진 발원을 되새긴다. 법의를 손질하거나 세탁하는 것은 오전 오후 방선 시간을 활용한다. 입선 50분에 포행 10분을 기본으로 하는 수좌 스님들의 하루 수행은 밤 10시면 소등과 함께 마무리된다. 그러나 소등 이후에도 대다수 스님들이 입선한 채 밤을 지샌다.

매체들이 발달하면서 선원 문화의 단면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고 있다. 1973년 〈신동아〉에 연재됐던 지허 스님의 〈선방일기〉는 1970년대를 전후한 선원의 문화를 알 수 있게 하는 사료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생사의 관문을 돌파해야 하는 치열한 수행처인 ‘무문관’에 대한 기록들도 상당 수 있다. 월정사로 출가해 2002년 백련사 무문관에서 수행했던 동은 스님은 2011년 발간한 저서 〈무문관 일기〉를 통해 일반인들에게는 신비롭고 비밀스럽게만 여겨지는 스님들의 무문관 수행 일상을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무문관에서 꽃이 되다〉는 행동하는 양심이 부처임을 강조한 삼성 스님의 자서전으로 스님은 2004년 4월 계룡산 대자암 무문관에 입관해 수행하다가 2005년 3월 무상의 꽃 한 송이를 그려놓고 열반에 들었다. 책은 스님의 치열한 치열한 삶과 수행을 전하고 있다.

정수웅 PD가 발표한 ‘비구니의 세계 석남사(1979)’는 당시에는 낯설었던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 문화를 조명해 눈길을 끌었다. BTN불교TV도 2008년 무문관 수행을 조명한 다큐 〈무문관〉을 DVD로 발매하기도 했다.
 
백흥암 비구니 스님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던 이창재 감독의 영화 〈길위에서〉는 불교계를 비롯해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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